상식의 완봉:100마일을 던지는 방법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100마일을 던지는 방법 (작가: 샤유, 작품정보)
리뷰어: 위래, 17년 2월, 조회 430

나는 야구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에 100마일이 얼마나 빠른지 찾아봐야했다. 160km의 구속인듯하다. 검색하자마자 ‘100마일’이라는 제목의 야구를 소재로한 웹소설이 나온다. ‘투수라면 누구라도 던지고 하는 구속’이라는 소개 문구가 눈에 띈다. ‘100마일 투수’를 검색하자 외국인 야구선수들에 대한 기사들이 나온다. 모두 남자다. 이번에는 ‘100마일 여자 투수’를 검색한다. 그와 무관한 문서들이 뜨다가 ‘100마일 투수’ 채프먼이 ‘여자’친구를 폭행했다는 기사가 뜬다.

그렇다. 꼼꼼하게 찾아보진 않았지만 100마일을 던지는 여자 투수는 없는듯하다(내가 찾아본 결과 여자 야구선수의 최고 구속은 82마일이었다). 때문에 일반적인 상식을 가진 작중 화자는 ‘100마일을 던지는 여자 투수’ 류현아가 같은 구단에 들어오자, 의문을 가지고 계속 관찰한다. 작중 화자는 류현아가 처음 왔을 때 야구선수가 아닌 ‘매니저가 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화자는 여자가 100마일을 던질 수 없다고 믿는다. 소설의 내용은 이 화자가 그런 의문을 가지고 풀어나가는 과정을 담은 길지않은 소품이다.

화자의 의문은 독자가 볼 때 합리적이기 때문에, 화자의 태도에 공감될 수 밖에 없다. 그녀는 100마일의 공을 던질만큼 특별한 몸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그녀의 식습관도 그 근거가 되기엔 부족하며, 남자도 아니다. 때문에 최종적으로 화자가 류현아가 초능력자일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세웠을 때, 독자들은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것은 소설이니까.

하지만 류현아가 ‘100마일을 던지는 방법’은 화자의 생각과는 다른 것이었다. 오랜 관찰에도 불구하고 결론을 내리지 못한 화자는, 외국인 투수로 서먹한 관계를 유지해온 류현아가 ‘웃으며 인사’한 것을 계기로 직접 그 방법에 대해 묻기로 한다. 실상 그 물음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화자와 류현아의 서먹한 관계(관찰자와 그 대상)는 화자가 류현아의 능력을 의심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인다. 외국인이고, 여자이고, 그녀가 100마일의 공을 던질 수 있는 뛰어난 투수이기 때문에.

화자가 그런 의심을 버리고 다가가자, 류현아는 대단할 것도 없다는듯 그 질문에 답한다(물론 그 답을 여기 인용하기 보다는 소설을 읽게 될 독자에게 양보하겠다). 류현아의 담백한 대답은 여성에 대한 편견과 소설에 대한 일반론을 가볍게 휘어잡으며, 작가의 생각과 독자의 이해를 잠시 일치시킨다.

작중 내내 이어지는 플라스틱처럼 무기질적인 문장은 관찰하는 화자와도 주인공이기도 한 류현아와도 잘 어울린다. 같은 세계관의 연작을 구상중이라는 작가에게 기대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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