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의 변주 공모(비평)

대상작품: 세대공감 (작가: 라퓨탄, 작품정보)
리뷰어: 까막이, 17년 2월, 조회 39

라퓨탄 님의 「세대공감」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세대간의 공감이 이야기의 뼈대인 단편입니다. 그렇다고 신파적으로 세대만의 공감만을 설파하지는 않습니다. 장르적 도구로써 타임머신을 사용해 재미 또한 놓치려 하지 않은, 알찬 작품입니다. 공감을 위한 세대로, 치매가 의심될 법한 할아버지, 무슨 이유에선지 이혼한 아빠, 그리고 그 둘이 못마땅한 손녀딸, 이렇게 세 가족 구성원이 등장합니다. 사실 할아버지는 국정원이 안기부였던 시절 타임머신을 개발해 안기부에 의해 정신병원에 감금됐던 인물로, 아빠를 미워하는 손녀에게 과거의 진실을 ‘보여주기’ 위해 다시 한 번 타임머신 제작을 시도합니다.

보통 SF 작품에서 초현실적인 미래형 기술체가 나오는 경우, 그것의 역할에 포커스를 맞추는 편입니다. 왠지 아이언맨의 심장부에 있는 아크 원자로가 떠오르는데요, 그것이 토니의 심장에 박힌 금속 파편을 잡아두고, 슈트에 전력을 공급한다는 건 알지만, 그 제작 기술이나 재료에 대해선 거의 무시하는 편입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그걸 알면 영화 찍겠습니까. 하지만 SF 팬은 눈이 높습니다. 적어도 그것이 어떠어떠한 과학적 근거에 의해서 충분히 실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는지를 재보는 것을 좋아하죠(오히려 그쪽에 더 관심을 갖는 사람도 있고요.).

「세대공감」은 특히나 단편인지라, 할아버지가 타임머신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만들었다, 정도로 넘어갈 수도 있었을 텐데 그 과정이 보면서 오오, 할 만큼 디테일합니다(정말로 마니아이신 분들이 본다면 또 어떨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저 타임머신이란 소재만을 갖다 쓴 것이 아니라 작품 전체를 SF로 포장할 수 있는 디테일이 인상적인 글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타임머신’ 하면 공식처럼 따라 붙는 것이 시간 여행이죠. 기껏 기계 만들어놓고 전시만 해놓을 거 아니니까요. 하지만 할아버지가 당장 만들 수 있는 건 그저 과거를 ‘볼’ 수만 있는 소형 타임머신으로, 직접적인 시간 여행은 불가능합니다. 여기서 닳고 닳은 소재의 색다른 변주가 일어납니다. 엄마와 아빠 사이의 감추어진 진실을 ‘본’ 딸은 ‘변합니다’. 더 이상 아빠를 원망하지 않습니다. 여기에, 아빠의 대사로 다시 한 번 과학의 냄새를 풍깁니다. 과거의 진실을 ‘관찰’함으로써 딸의 현재 ‘상태’가 영향을 받았다는.

최근 들어 과학에 관심이 생겨 이것저것 주워듣다 보니 더 이 글을 재밌게 즐길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더라도 「세대공감」은 즐기기에 충분한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라퓨탄 님, 잔잔하지만 알찬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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