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물에서 여운이라니… 공모(비평)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성모 좀비 요양원 (작가: 유권조, 작품정보)
리뷰어: 아나르코, 17년 2월, 조회 121

좀비물에 관심이 많다보니 영화나 소설 가리지 않고 즐겨본다. 최근까지도 드물지만 계속해서 나오는 작품들을 찾아보기는 하지만, 이 장르가 아무래도 나름의 틀이 만들어져 있기 때문인지 완전히 새로운 느낌의 작품들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뻔하게 느껴지는 이야기들에 아쉬움을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가끔은 놀라운 상상력에 감탄을 마지못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가끔씩 나오는 그런 작품들 이상의 놀라운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는데… 그 와중에 놀라운 작품이라 할 만할 <성모 좀비 요양원>을 만났다.

 

수많은 좀비물을 접하면서 그만큼 다양한 좀비들의 모습을 보았다. 흐느적거리며 걷다가, 뛰다가, 때로는 거의 날아다니다시피 하는 좀비들의 모습에서부터 아무런 생각이 없는 좀비, 조금씩 생각이란 것을 하게 되는 좀비, 그리고 결국에는 다시 인간으로 돌아가게 되는 좀비까지. 뭐, 그 각각의 모습이야 어떻든 대부분의 좀비들은 공통적으로 인간에게 상당히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고, 그만큼 강력한 힘을 보여주는 존재였다. 그렇게 생각했던 좀비가, 좀비가 나타났다!! 근데, 이게 뭔가?! 그들은 우리가 생각하던 그 강력한(!?) 좀비가 아니었다. 보통 좀비가 나타나면 거의 세계 종말에 가까운 수준의 상황이 되어야하는데, 종말은커녕 예비군도 소집되기 전에 군대에 진압당해 버리다니… 현대 군대 앞에서 속수무책인 좀비라니… 흠… 이상한 듯, 뭔가 새롭다.

 

일 년 전 좀비 사태가 발발한다. 원인 모를 그들에 등장에 잠깐 혼란을 겪지만 그것도 잠시, 우리 군이 한 달 만에 그들을 진압해버린다. 생각보다 무력하지 않았던 우리 군대와 기대보다 무력했던 좀비와의 만남이었다. 진압이 마무리 될 때 쯤 살아있는 좀비의 처리문제가 불거졌고, 수많은 논란과 법안을 낳으면서 결국에는 그들을 요양원이라는 이름의 공간에 격리 수용 하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좀비 요양원의 증가에 따라 혜원은 요양원의 보안요원으로 일하게 된다. 그런 그녀가 어느 날 휴가를 받아 집으로 가게 되는데, 자신이 일할 때 쓰는 총을 몰래 챙겨간다. 집에 뭐가 있기에, 어디에 쓰려고 하는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내며 이야기는 흘러간다.

 

사실 큰 기대 없이 읽어 내려갔다. 덤덤한 듯 이어지는 이야기에 아, 지금쯤 뭔가 나오겠다, 아니야, 이정도면 뭔가 나올 때가 됐어, 자, 그래 지금 이야, 이제는 나와야 해, 하는 순간들을 곳곳에 마주했지만 매번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큰 반전이나 큰 사건 없이- 훅 지나가 버렸다. 혜원이 총을 챙겨서 집으로 향할 때, 뭔가 일어나겠구나 싶었고, 국회의원이 좀비에게 목을 물렸다고 했을 때 뭔가 좀 더 직접적이거나 날선 비판 같은 것이 나오겠구나 싶기도 했고, 언니와 연락이 되지 않았을 때 좀 더 극적인 어떤 사건이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었던 것이다. 끝내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끝까지 덤덤한 듯 혹은 냉정한 듯 이야기는 이어졌다. 총은 제대로 쏴보지도 못했고, 국회의원이나 라디오 토론의 모습들에는 그저 헛웃음 정도 보내는 수준으로… 전체적으로 좀 평범하게, 그래, 평범하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평범함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짐작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좀비라는 존재에 둘러싸인 곳에서 일을 하지만, 마치 그런 것이 존재하느냐는 듯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혜원의 평범한 -어쩌면 일상이 되어버린?!- 모습은 오히려 그 평범함을 통해서 더 많은 것들을 담아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보안 요원이 필요한 상황이나 병원 밖 검문소가 존재한다는 특수한 상황을 잊지않고 슬쩍슬쩍 보여주면서 만들어지는 묘한 분위기를 바탕에 깔고, 일상 같지만 전혀 일상적이지 않은 혜원을 둘러싼 문제들을 쿵닥쿵닥 해소해나간다. 게다가 좀비라는 소재를 통해서 생뚱맞게도 인권을 이야기하고, 더 나아가 그것을 제3자의 입장에서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하고 말 것을 내 가족과 내 소중한 사람이 그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설정까지 던져주면서 더 깊은 생각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개인적인 문제, 가족 안에서의 문제를 사회적인 문제와 잘 버무려가며 이야기를 진행해나가는 솜씨가 탁월하게 느껴졌다.

 

좀비물을 보면서 항상 난 왜 이런 것에 끌리는 가에 대한 생각을 참 많이도 했었다. 좀비라는 존재의 등장으로 인해 그 자체에 대한 두려움보다 인간의 저 밑바닥에 있는 본성이 드러난다는 사실에 큰 두려움을 느꼈고, 그로인해 다시금 인간을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된다는, 뭐 그런 나름의 정리로 좀비물을 보아왔었다. 근데 지금은 그와는 완전 반대의 생각을 경험할 수 있었다. 좀비에게서 인간의 모습을 찾고, 그로인해 다시 인간의 어두운 면이 아닌 그 반대의 면을 찾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 말이다.

 

마지막 부분에 여권을 이야기하면서 혜원이 엄마와 언니와 함께 오사카로 떠나는 모습을 상상한 것은 나뿐이었을까!? 뭔가 따뜻함을 느끼는 것 같기도 하고, 그만큼 또 어떤 여운을 남겨주는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내가 좀비물에서 따뜻함과 여운을 이야기하다니… 그래서 더 놀라운 <성모 좀비 요양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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