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를 권하는 그는 악마였다. 공모 브릿G추천

대상작품: 마음의 양식 (작가: BornWriter, 작품정보)
리뷰어: truewriter, 18년 11월, 조회 47

*스포주의

 

짧아서 금방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짧은 소설의 매력이란! ->이것은

주구장장 늘어지는 장편을 쓰는 이름없는 작가의 감탄이자 절규입니다.)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아버지를 위해 복수를 하고 싶은 소년이 악마를

소환한다는 내용입니다.

 

이런 내용을 전혀 모르고 첫부분에 피묻은 노끈, 작은 단검, 뼛조각, 악취…등등의

단어가 등장하는 것을 보고 순간 식겁해서 이걸 내가 과연 읽을 수 있을 것인가…

하고 고민을 했더랬습니다. (저는 호러물은 못봐요. 겁이 많아서.)

 

하지만 그런 고민은 다행히도 불필요한 것이였어요.

주인공이 소환한 악마는 무시무시한 괴물의 모습도 아니고,

그런다고 멋드러진 뱀파이어같은 모습도 아니였습니다.

 

그는 헐렁한 반팔티에 슬리퍼를 질질 끌고 나타난…

딱 우리네 동네의 백수 형 같은 모습으로 나타났던 거지요.

악마 캐릭터계의 신선한 바람같은 존재랄까요.

이 부분을 읽고 순간 내가 뭘 보고 있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네가 말하고도 웃기지?’

이 대사는 소년이 예의를 갖추며 그에게 인사하자 악마가 말한 대사인데요.

백수 앞에서 소년이 좀 떨떠름하게 예의를 갖추는 이 장면이 왠지 상상이 되서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엉뚱한 매력을 발산하는 악마 캐릭터입니다.

 

외모는 그렇다치고 직업에 투철한 의식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도 않아요.

그냥 밥벌이를 위해 일하는 공무원처럼 소년의 민원(?)을 들어주는 것입니다.

 

소년은 열을 내며 자신의 아버지가 얼마나 억울한지, 아버지를 곤궁에 처하게한

그 나쁜 사람들을 모조리 죽여달라고 부탁합니다. 진지하게요.

 

이에 대한 악마의 대답은 ‘no no’ 입니다.

보통 인간의 소원을 들어주려면 인간은 그의 영혼을 악마에게 파는 거래를 해야한다는 것인데,

소년의 영혼은 악마가 사고 싶은 만큼의 메리트가 거의 없는 빈약하게 짝이 없는 영혼인거지요.

 

소년은 영혼을 살찌워야만 악마와 거래가 가능한데,

악마가 이에 제안하는 방법은 다름아닌 독서인 것이죠.

악마가 책을 읽으라고 하다니, 그것도 고전들을 읽으라고 설득하는데,

이건 정말 상상 초월이네요. (악마라기보다는 착한 동네 형같아요. 성공하진

못했지만, 후배들을 위해 이렇게 해봐 저렇게 해봐 하고 조언해주는.)

 

짮지만 재미있었고 위트가 넘치는 이야기였습니다.

소설의 끝에 작가의 코멘트에서 작가님이 언제가 이런 글을 트윗에서

읽었다고 하시더군요.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싶어도 악마가 안사면

그만이라는 글’을.. 이제 영혼계에도 시장논리가 적용되나 싶어서 재미있게 봤습니다.

 

실제 악마가 있다면, 인간의 영혼을 탐하는 악마란게 있다면 어떨까 하고 생각도

해보았는데요, 제 생각엔 의외로 책도 많이 않읽고 복수심에 불타는 인물이 있다면,

그는 악마에게 꽤나 매력적인 제물이 될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면 이 악마란 놈은 귀찮은 것을 싫어할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소년과 같이 마음이 허약한 인물이 나타나면 한입거리이기 때문에

더 컨트롤하기가 쉬울것 같거든요.

 

실제 사회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들을 보면 악마의 먹잇감이 되는 사람들은,

이렇게 마음이 빈약하고 상처가 있는 사람인 것 같았어요.

공부를 하고 책을 읽으며 마음의 양식을 쌓는 사람은 사실 악마가 쉽게 다가오지

못하는 성채를 가진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마음의 양식’이라는 소설에서 나는 악마는

악마라기보다, 소년의 수호천사가 그를 설득하기 위해 잠시

변장해서 나타난거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어쨌든, 재밌게 보았습니다.

 

리뷰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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