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대한 고찰 (스포일러) 공모(비평)

대상작품: 위험한 거래 (작가: 라퓨탄, 작품정보)
리뷰어: 알렉산더, 17년 2월, 조회 50

순간이동의 과정에서 분자 단위로 조작이 가능할 때, 그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음모를 다룬 단편입니다. 훌륭한 투자가를 마음껏 이용해 먹고 폐기해 버리는 과학자의 모습은, 연구원들 위에 자본가들이 군림하는 현실을 뒤집는 듯한 통쾌함이 일견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내가 꿈꾸는 세상은 갈등의 가능성을 무시한 세상으로, (양석을 제거하는 결말을 보면 더더욱) 과학독재로 흐를 것 같은 냄새가 진하게 느껴집니다.

초반부의 흡입력은 그럭저럭인 것 같습니다. 복선이 깔리긴 하지만, SF적 요소가 전혀 드러나지 않아 마치 투자에 대한 소설처럼 읽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마찬가지로 전혀 SF스럽지 않은 제목의 영향도 있습니다. 사실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을 보아도 남다른 상상력의 내용에 비해 작품명은 (다소 성의 없어 보일 정도로) 평범한 것이 많은데, 문장력을 보건대 실력의 문제라기보단 일부러 의도하신 부분이라고 여겨집니다. 제목을 너무 요란하게 지어 속 빈 수레처럼 보이고 싶지 않으신 건지요? 그러나 그렇다고 너무 조신하게 있으시면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때 애로사항이 있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의견을 감히 드립니다.

글의 전개가 눈길을 끌기 시작하는 부분은 사내의 속내가 어느 정도 드러나는 중반 이후입니다. 수상하기 짝이 없는 사내는 통 큰 투자를 결정하고는 양석의 종양까지 치료해 준다고 합니다. 양석도 그를 신뢰하지 않지만, 투자금도 이미 받은 마당에 물릴 수도 없어 그의 제안에 따릅니다. 그리고 공간이동장치에 들어가, 이동 과정에서 종양을 제거함으로서 완치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사내의 위치를 넘보다가 결국 제거되지요. 사내의 뇌를 복제해 넣은, 복제된 양석과 경호원을 보고 충격을 받는 건 덤입니다. 종양이 제거되어 고무된 탓일까요? 노련한 투자가였던 양석이 너무 빨리 자신의 패를 드러내고, 그래서 쉽게 제거되는 모습은 결말로서는 다소 맥이 빠지긴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순간이동장치에 대해 좀 더 얘기해 보지요. 양석이 기계 안에서 겪게되는 환상은 판타지적인 면모도 보여줍니다. 사실 기계 안에 들어간 원본이 어떤 운명을 맞이하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사내가 자기 입으로 설명한 바 있습니다.

“…왜냐면 공간이동을 시작한 순간, 원본은 파괴되고 소멸되니까요. …”

즉, 원래의 양석 A는 실제로는 15년 전 공간이동 시연 때 죽었습니다. 그리고 그 때 생긴 복제본 A’는 사내에게 이끌려 종양 치료를 위해 기계를 사용하면서 죽었구요. 종양이 치료되어 깨어난 새로운 양석 A+ 또한, 마지막에 다시 죽음을 맞습니다. 세 양석은 각각 의식의 연속성이 없는, 별개의 존재입니다. 더군다나 중간에 조작을 가한 A’와 A+는 동일하다고 할 수 있을지 여부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종양을 제거하면서 그 사고 회로에 영향을 받았을지도 모르니까요. (갑자기 암세포도 생명이라는 명대사가 생각나네요. 종양세포도 내 의식의 구성원이다!) 그렇다면, 공간 이동을 하면서 환상을 겪은 양석은 A’일까요, A+일까요? 그리고 양자메모리 안에서 조작이 가해질 때, 양석의 의식은 무엇을 느낄까요? 좀 더 파고들자면, 양자메모리 안에서 데이터로 존재하는 양석에게도 의식이라는 것이 있을까요? 제가 재미를 느꼈던 부분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었습니다. 이러한 류의 사유는, 사실 저의 졸작 중 하나인 ‘님아 그 우주를 건너지 마오’에서 중심이 되는 소재였기에 더 인상깊게 읽었던 것 같습니다. (한동안 이 생각에 빠져 있었는데, 습작 중에는 순간이동 장치를 타기 전에는 1인칭으로 서술하고 탄 이후에는 3인칭으로 서술한 것도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옥의 티 같은 질문이 하나 남습니다. 사고로 죽었다는 팀장을, 그 만능기기를 조작해서 다시 복제해 낸 건 누굴까요? 저는 이것이 복선이라고 생각하고 그 조력자 캐릭터의 존재를 확신하며 글을 읽어내려갔는데, 결국 나오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설정오류까지는 아닙니다. 사고 전에 복제했다고 하면 (물론 제가 팀장이라면 평시에 제 사본은 굳이 만들고 싶지 않지만) 아무 문제가 없으니까요. 다만 떡밥 회수가 덜 된 듯한 찝찝함이 있었던 거죠. 사실 써 놓고 보니 저 부분을 복선이라고 생각할 독자 동지는 많지 않을 거 같아 자신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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