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자신이 쓴 글이 사실은 자기가 쓴 글이 아니라 고양이가 쓴 글이라는 인터넷 밈(Meme)이 있다. 시초는 가수 태연의 인스타그램에 어느 안티팬이 악플을 달았다가 모욕죄로 고소당할 위기에 처하자 자기변론을 한답시고 그 글은 자신이 작성한 것이 아니라 자기가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자신의 고양이가 작성했다는 식의 글을 인터넷에 올려 큰 화제가 되었던 사건이다. 이 초등학생도 떠올리지 않을 어리숙한 변명이 인터넷에 알려지며 유머거리로서 인기를 얻게 되었고 현재의 유행어로 자리잡게 되었다.
소설은 ‘고양이는 죽은 존재와 접촉할 수 있다’는 설정의 전제 하에 진행된다. 목을 매달아 죽은 지박령과 고양이와의 대화를 통해 이 집 안을 소개하기 시작한다. 죽은자를 보는 고양이, 지박령, 거미, 일종의 우화와 같은 형식인데 고전 설화나 전설에 나오는 설정들을 많이 차용한 점이 눈에 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놀랐는데, 이러한 설정과 세계관이 보통 짧은 엽편 및 단편에서 다룰만한 것이 아니라 장편 연재물이 더 어울릴 만큼 방대하고 세세하고 많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이 소설은 이 한편으로 끝이 아니라 마치 연속극처럼 2화 3화가 더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을 준다.
스스로가 비쩍 말랐다는 사실에 자괴감을 느끼고 히키코모리가 되어버린 여자(추측으로는)의 머릿속 모습이 꿈의 형태로 구현된 이상한 나라에서 이야기는 주로 진행된다. 그 흥미로운 모험의 끝자락에서 이 소설은 소외되고 고립된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 이라는 메시지를 남기며 마무리된다.
PS. 두번째 고양이 편지가 하루 빨리 배달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