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님의 스트리머는 포기하지 않는다를 읽고 공모 공모채택

대상작품: 스트리머는 포기하지 않는다 (작가: 정하, 작품정보)
리뷰어: 녹음익, 18년 10월, 조회 118

안녕하세요, 작가님. 작품은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일단 주인공의 캐릭터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선한 의도로 선한 행동을 하려는 인물이었기에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남과 대화를 잘 이어가지 못한다던가, 공포게임을 무서워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소소한 약점도 가지고 있었던 탓에 언제든지 주변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만 같은 현실적인 인물이 구축된 것 같습니다. 주인공이 목표를 가지게 되는 동기도 좋았습니다. 아픈 아이를 구하려 무언가에 매진한다는 것은 흔한 설정이기는 하지만, 그 무언가가 주인공이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었다는 점 때문에 보다 절박한 느낌이 더해졌다는 생각입니다

소재도 흥미로웠습니다. VR이야 오래 전부터 다뤄져 오던 소재였고, 게임 스트리머라는 직업도 꽤 묵은 소재이기는 하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두 소재를 조합하여 신선한 느낌을 내는 데 성공했다는 생각입니다. 스트리머를 다룬 많은 소설들이 스트리머의 직업적 측면에 경주하는 것과 다르게, 이 이야기에서는 스트리머를 일종의 스포츠 선수와 비슷하게 다루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아픈 아이를 위해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만루 홈런을 때리겠다고 약속하는 야구 선수처럼 말입니다. VR 게임이라는 소재도 ‘VR 게임의 공포스러움이라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측면과 결부시킨 것에서 작가님의 통찰을 엿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한 가지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게임을 중심 소재로 삼는 작품인 만큼 본격적인 사건이 벌어지는 배경이 게임 속이었고, 그렇기에 등장하는 게임의 디자인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본 작품에 등장한 게임과 그를 둘러싼 정황들은 여러모로 이해하기 힘든 면모들을 보여주었던 것 같습니다.

일단 게임을 하고 있는 스트리머들이 지나치게 과몰입을 하는 것 같아 어색했습니다. 스트리머들을 섭외하고 고객들을 불러모아 새로 나온 게임기와 게임을 시연하는 자리였던 것 같고, 스트리머들이 어떻게 게임을 하고 있는지를 객석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 상황일 텐데, 하나같이 실존하는 다른 세계로 날아간 것처럼 시치미를 뚝 떼고 역할 놀이를 하고 있으니 구태여 스트리머라는 직업을 등장시킨 것이 의미가 없어지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심지어 번개왕이라는 사람은 광고하러 온 게임을 사람들 다 보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개 같은 게임’이라고 비난하는 모습마저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스트리머라고 해서 반드시 시청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멘트를 던져야 한다는 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본 작품의 스트리머들은 게임을 시작한 이후로 예외 없이 관중들이 원래부터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는 듯하여 의아했다는 의미입니다.

게임의 내적인 부분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듭니다. 이 게임은 지하실에서 아이를 가져다 일층 침실의 하이브리드 괴물에게 던져주면 끝나는, 신기할 정도로 작은 볼륨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또한 진상에 다가가는 과정을 봐도 지나치게 마니아 층만을 겨냥하고 만들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러니 실제로 만들어진 게임이라기보다는 그냥 소설에 쓰기 위해 간편하게 만든 소모품에 불과하다는 인상이 강하게 들어 여러모로 몰입하는 데 힘겨움을 겪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게임이 시작된 이후로 주인공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도 한편으로 아쉬운 점이었습니다.

부연해보자면, 게임 자체에서 제시된 단서 중 독자가 직접 볼 수 있었던 것은 책상 위에 놓여있던 편지뿐이었습니다. 남편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의 내용은 아내가 예언을 하는 등의 영적인 이상증세를 보였고, 그에 관해 박사라는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며, 박사로부터자연의 묵시라는 책을 근거로 모종의 답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독자 입장에서는 그 영적인 이상증세가 무엇인지도 모르고자연의 묵시라는 책이 어떤 책인지도 모르기 때문에 편지만으로 알아낼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고, 다른 단서가 더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앞으로의 전개 과정에서 드러날 것이라고 예상했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주인공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품었습니다.

그러나 편지를 찾은 후 주인공은 게임의 수수께끼를 푸는 데 있어서 사실상 어떠한 기여도 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 대신 독자는 알 수 없는 과정을 통해 이미 다른 단서를 찾아낸 두 명의 인물들이 알아서 추리해 놓은 진상을 그냥 전해 듣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두 등장인물들이 알려 주는 진상이라는 것도 상당히 비약이 심했던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지금 진행하고 있는 게임의 전작과어셔 가의 몰락이라는 포우의 소설을 알고 있지 않다면 감춰진 비밀에 접근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왜 구태여 어셔의 저택이 배경이 된 것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거기에 세레니엘이라는 사람이 최종적으로 내린 결론도 혼란만 가중시킵니다. 어셔 가의 몰락에서 애초에 매들라인은 죽은 것도 아니었고, 광란의 회합을 읽었기 때문에 매들라인이 어셔와 주인공을 찾아왔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왜 광란의 회합이 죽은 로재나를 소환하는 주문이라는 방향으로 결론이 내려지게 된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게임의 외적인 설정도 납득하기가 힘들었습니다. 1편이 나온 지 한참 후에 출시된 프리퀄에서 주인공을 만난 앨리샤가 지금 시점에서 한참 전에 나온 게임에서 소설가를 주인공으로 착각했다는 내용으로 파악이 되었는데 제 말이 맞는 건가요? 무언가 초자연적인 장치가 개입했다는 것 같기는 했습니다. 세레니엘이 게임에 대해 뭔가를 추적하고 있었다는 언급을 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암시만 던져진 채 게임 뒤편에 숨겨진 이력이 단 하나도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으니 읽는 입장에서는 허무한 느낌만 들었던 것 같습니다.

주인공이 유라시아를 탈퇴한 것은 조금 아깝네요. 부디 앨리샤의 영혼이 구원되기를 바라겠습니다. 그럼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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