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움직이는데 공모(비평)

대상작품: 오픈북 (작가: 리두, 작품정보)
리뷰어: 까막이, 17년 2월, 조회 31

리두 님의 「오픈북」은 사실성’만큼은’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왜 ‘만큼은’인지 대강의 줄거리를 덧붙여 설명하자면, 우연히 초인적인 암기력을 갖게 된 주인공이 오픈북 시험 앞에서 좌절하는, 다소 심플한 내용의 이야기입니다. 분량은 200자 원고지 56매로, 일반적인 단편에 비해 조금 짧지만 실질적인 내용에 비하면 적다고도 할 수 없습니다.

앞서 말한 극강의 사실성은 대학 생활을 경험해 보지 못한 저조차 치열하게 살아가는 대학생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줍니다. 비단 대학 생활뿐 아니라 거의 매 장면이 살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살짝 MSG를 치면 에세이도 이보다는 리얼하지는 않겠다 싶었습니다(사실 회고의 형식을 취할 경우 당연히 리얼타임의 소설보다 현장감은 떨어지겠지만요.).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본 「오픈북」의 장점은 그게 전부였습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대단히 부러운 능력입니다. 하지만 결국 “감독관이 손톱으로 답안지를 긁듯이 떼어내” 걷어가고 시험장을 나서면서 이야기가 끝남과 동시에 「오픈북」의 자취도 끝납니다. 순간 뭐지, 싶었습니다.

다시 줄거리를 봅시다. ‘우연히 초인적인 암기력을 갖게 된 주인공이 오픈북 시험 앞에서 좌절하는. ‘

이 글의 요지가 뭘까요. 거저 얻는 건 없다? 글쎄요. 만약 그렇다면, 죄송하지만 그리 효과적인 전달법은 아니었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200자 원고지 56매가 그렇게 적은 분량이 결코 아니라는 건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학창 시절, 친구놈들이 운동장에서 고무동력기 날리는 동안 교실 책상 앞에 앉아 원고지 10매를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채워넣느라 개고생한 추억 있지 않나요(설마 저만…?)? 그 다섯 배도 더 되는, 심지어 강렬한 사실성에 감탄을 금치 못할 만큼 잘 쓰여졌다고 생각하는 글을, 정작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이 ‘뭐지’라니. 뭐지.

진심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이 글을 쓰게 하고 있습니다. 리뷰가 다소 과격한 것 같은데, 그런 이유에서라고 너그러이 양해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실제로 그렇고요.

그럼 리두 님, 놀라운 사실성에 감탄하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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