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늘 위에 서겠다.’ 도미넌트에 빠진 한국 사회를 향한 유쾌한 비판 감상

대상작품: 강남 하늘 재개발 (작가: 윤순영, 작품정보)
리뷰어: VVY, 7시간 전, 조회 8

도미넌트. ‘관계에서 우위를 가지려는 성향.’ 작중 굴지의 개발업자 고딕이 직접 언급하는 단어입니다.

고딕의 기획은 사람들의 ‘도미넌트’에 불을 지핍니다. 기후위기 탓에 서울을 덮은 돔, 그러한 환경에서 돔을 뚫고 아파트를 올리겠다는 기상천외한 발상. 누가 분양에 응할까요? 정답은 ‘능력이 닿는 사람 누구나’입니다.

왜?

주인공 명조의 선배는 ‘강남이니까.’ 한마디로 설명합니다. 주인공은 반박없이 수긍하고 맙니다.

한국 사람들에게 강남 아파트란 그 자체로 많은 것을 의미하니까요. 아직 자가를 마련하지 못한 명조에게는 종교의 의미도 갖습니다. 살 돈을 마련하다 보면 사후세계까지 도달한다는 점에서요. (작가님의 개그 센스가 탁월합니다.)

돔 뷰, 오버 더 돔이라는 말이 유행한지도 얼마 되지 않아.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는 고딕의 선견지명은 AI 집주인이라는 개념을 창안합니다. 법인화된 AI 집단이 로얄층 주택을 소유하고, 세입자를 가려받는다는 것입니다. 명조는 AI에 지배되는 디스토피아냐고 반문합니다. 처음엔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AI가 그처럼 ‘좋은 집’에 들 자격을 남들 앞에 ‘공인’해준다는 효과가 드러나기 전까지는요.

막상 뚜껑이 열리자 사람들은 순식간에 그 자리를 선망하기 시작합니다. AI의 임차인이 되기 위해 속칭 ‘AI 고시’ 준비를 하기에 이르고, 그 임차 기록은 미성년자의 비공식 스펙으로까지 다루어지는 기염을 토합니다.

<강남 하늘 재개발>은 남들 위에 서고자 하는 열망으로 가득 찬 우리 사회를 잘 묘사한 소설입니다. 그런데 이 소설이 특히 우리를 더 잘 찌르는 이유는, 우리네에 관한 통찰의 깊이 덕분입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더 잘나고 싶은 것은 본능이지요. 그래서 작품의 시선은 이러한 욕망의 전개에 마냥 부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성공한 인간, 고딕에 대한 묘사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재개발이라는 한국 냄새 물씬 나는 소재로 참 날카롭고 재밌는 상상을 해주셨습니다! 브릿G의 또다른 SF 걸작 단편인 것 같네요. 정말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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