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넌트. ‘관계에서 우위를 가지려는 성향.’ 작중 굴지의 개발업자 고딕이 직접 언급하는 단어입니다.
고딕의 기획은 사람들의 ‘도미넌트’에 불을 지핍니다. 기후위기 탓에 서울을 덮은 돔, 그러한 환경에서 돔을 뚫고 아파트를 올리겠다는 기상천외한 발상. 누가 분양에 응할까요? 정답은 ‘능력이 닿는 사람 누구나’입니다.
왜?
주인공 명조의 선배는 ‘강남이니까.’ 한마디로 설명합니다. 주인공은 반박없이 수긍하고 맙니다.
한국 사람들에게 강남 아파트란 그 자체로 많은 것을 의미하니까요. 아직 자가를 마련하지 못한 명조에게는 종교의 의미도 갖습니다. 살 돈을 마련하다 보면 사후세계까지 도달한다는 점에서요. (작가님의 개그 센스가 탁월합니다.)
돔 뷰, 오버 더 돔이라는 말이 유행한지도 얼마 되지 않아.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는 고딕의 선견지명은 AI 집주인이라는 개념을 창안합니다. 법인화된 AI 집단이 로얄층 주택을 소유하고, 세입자를 가려받는다는 것입니다. 명조는 AI에 지배되는 디스토피아냐고 반문합니다. 처음엔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AI가 그처럼 ‘좋은 집’에 들 자격을 남들 앞에 ‘공인’해준다는 효과가 드러나기 전까지는요.
막상 뚜껑이 열리자 사람들은 순식간에 그 자리를 선망하기 시작합니다. AI의 임차인이 되기 위해 속칭 ‘AI 고시’ 준비를 하기에 이르고, 그 임차 기록은 미성년자의 비공식 스펙으로까지 다루어지는 기염을 토합니다.
<강남 하늘 재개발>은 남들 위에 서고자 하는 열망으로 가득 찬 우리 사회를 잘 묘사한 소설입니다. 그런데 이 소설이 특히 우리를 더 잘 찌르는 이유는, 우리네에 관한 통찰의 깊이 덕분입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더 잘나고 싶은 것은 본능이지요. 그래서 작품의 시선은 이러한 욕망의 전개에 마냥 부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성공한 인간, 고딕에 대한 묘사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고딕은 존재하는 현상을 잘 활용했을 뿐인 사람입니다. 부와 권력에 눈이 멀었다는 식의 전형적인 인물 묘사는 없습니다. 주인공 명조를 무시하지 않고, 오히려 그의 욕망을 배려합니다(염통을 덜어주는 장면). 그러자 주인공 명조도 유치한 열등감을 접어둡니다. 그 대신 마침내 순수하게 바라본 고딕에게서, ‘자신이 원하고 바라는 것’에서 나오는 아름다움을 봅니다.
소설이 유쾌한 논조로 이어가는 풍자는 명조가 쟁취한 결말에서 극에 이릅니다. 명조는 성공했습니다. 최초의 AI 고시 컨설턴트가 되어서 말이지요.
그리고 AI 임대인 디스토피아 운운하던 그의 입장은 정반대가 되었지요. 결국 명조 또한 풍자의 대상이 됩니다. 그리고 이 확장은 자연스레 독자로 뻗어가죠. 글을 읽는 누구나, 기회가 주어지고 그것을 잡을 수 있게 해준다면, 다들 고딕이 펼쳐놓은 무대 위에 오르는 선택을 할 것이라고요. 그러니 이 글이 비난은 접어두고 유쾌해질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재개발이라는 한국 냄새 물씬 나는 소재로 참 날카롭고 재밌는 상상을 해주셨습니다! 브릿G의 또다른 SF 걸작 단편인 것 같네요. 정말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