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의 어려움이 공포소설의 소재가 되다. 감상

대상작품: 이른 새벽의 울음소리 (작가: 해도연, 작품정보)
리뷰어: 잭와일드, 18년 9월, 조회 42

작품을 읽으며 가장 좋았던 점은 육아의 어려움을 공포소설의 소재로 삼았다는 점이다. 육아의 어려움은 누구나 알고 공감한 부분이지만 실제로 육아를 체험해본 사람만이 말할 수 있는 디테일한 표현을 기반으로 공포소설로 연결했다는 것이 참신했다. 작년에 태어난 어린 딸 아이의 아빠로서 격하게 공감한 부분이 작품 중 여러 곳에 있었다.

초보 아빠로서 개인적인 육아체험을 간단히 언급한다면 신생아시절의 매시간 반복되는 수유와 분유량 조절에 대한 고민, 배 이상 늘어난 빨래와 설거지, 우는 이유를 알 수 없어 같이 주저앉아 울고 싶은 기억들… 하지만 사용되고 버려지는 기저귀수 만큼이나 초보 부모의 육아에 대한 내공도 조금씩 늘어갔다. 수면 부족으로 몽롱한 상태로 일어나 방안을 가득 메운 울음소리 속에서 아기를 달래는 일, 소설 속에서의 상황과 유사하게 새벽녘 덥고 습한 환경에서 아기를 안고 내딛는 땀에 젖은 발바닥이 장판과 쩍쩍 붙었다 떨어지는 소리를 듣는 일, 아기를 겨우 달랜 후 다시 깨워 이 일련의 과정을 다시 거칠 수 없다는 긴장감 속에서 아이를 침대에 눕히는 일, 이는 당시 힘겨운 육아생활의 흔적이었지만 지금은 우리 가족만의 추억으로 남아 있다.

우리는 누군가의 아들 또는 딸로 세상에 태어난다. 또 가족의 보살핌 아래 성장하고 마침내 사랑하는 누군가를 만나 또 하나의 가정을 이룬다. 가정은 정형화할 수 없는 것이기에 형태와 구성은 제각각이지만 하나의 가정은 저마다의 사연과 추억으로 독자적인 세계를 이룬다. 누군가의 자식으로 태어나 누군가의 부모가 된다는 것, 즉, 가정을 이루어나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 아이가 눈을 뜨고 나와 처음으로 눈을 마주친 순간, 처음으로 지은 미소, 첫 걸음마, 처음으로 말을 한 순간… 이는 내가 자식으로서 부모님과 공유한 것이기도 하고 동시에 내가 부모로서 앞으로 내 딸과 공유해갈 기억들이기도 하다.

육아의 측면에서 아이들을 가장 가까이 깊숙이 들여다보는 사람이 부모라면 아이들에게서 반짝이는 무언가를 발견할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도 결국 부모이다. 마찬가지로 일상생활 속에서 소재를 발굴하여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테마로 엮어내는 것은 작가로서의 재능이고 역량의 영역일 것이다. 앞으로 펼치질 작품들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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