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소설을 읽기 전 예상했던 내용과 실제 내용의 차이?
A. <살아 있는 식물은 검역을 거쳐야 합니다>라는 독특한 제목의 소설. 이 소설을 읽어보아야 하겠다, 라는 마음을 먹은 것은 이 소설의 제목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호기심을 자극한 제목이었거든요. 하지만 결국 인간의 호기심은 인간을 어떻게 서서히 잠식시키는지 무섭도록 잘 보여준 소설이었습니다(웃음). 그래도 이 소설을 읽기는 잘 한 것 같아요
Q. 소설을 읽으며 느꼈던 점
A. 제가 이 소설을 읽으며 가장 머릿속에 많이 떠올랐던 것은 바로 ‘중독’이었습니다. 타지에서 무료하게, 때로는 지겨워하며 일을 하던 주인공의 앞에 등장한 노파. 마치 백설공주에게 독사과를 건네듯, 주인공에게 사과를 구입할 것을 권하며 그가 구입한 사과에 기묘한 과일을 하나 끼워 보냅니다. 아무리 살펴보아도, 검색을 해보아도 알 수 없는 그 과일. 호기심은 고양이도 죽인다고 했던가요. 도저히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과일의 냄새를 맡아보기도 하고, 껍질을 까보기도 하고, 결국에는 맛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 때 느낀 맛의 경이로움! 그는 이 과일을 다시 맛보기 위해 씨를 심어 키우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인생의 소중한 것과 이 열매를 저울질하게 됩니다. 저는 이 과정이 마치 약물에 중독된 환자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겉으로 보았을 때는 별 문제가 없는 것 같지만, 실제 현실에서 중요한 것들보다 중독이 되는 그 물질에 더 가치를 두고, 모든 선택의 중심에는 그 열매가 있다는 것이 말이죠. 게다가 서서히 그 열매에 잠식당하는 그의 모습은 그저 비현실적인 호러처럼 보일수도 있겠지만, 저의 시선에서는 현실적인 중독의 과정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현실에 어떤 문제가 생겨도, 처음 그 경이로움을 다시 경험하기 위해 강박적으로 그 존재를 향해가는 것, 또한 누군가의 도움으로 그 굴레에서 빠져나올 통로를 발견하게 된다는 것, 예상치 못한 곳에서 또다시 재발의 위험을 맞닥뜨린다는 것까지 말이죠. 어쩌면 제가 중독과 관련한 일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직업병같은 것일수도 있지만, (작가님이 의도한 것이 아니더라도) 일상의 중독과 중독자의 모습을 잘 그려낸 소설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Q. 소설의 미래 독자에게
A. 일상에서 정말 소중한 것,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내가 주인공이라면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 하며 여러 생각을 하게 한 소설이었습니다. 호러 장르기는 하지만 너무 잔인하거나 잔혹한 장면은 없고, 서서히 조여오는 긴장감이 느껴지는 소설이라 평소 호러물을 잘 못읽으시는 분들도 충분히 재밌게 읽을 수 있을 소설이라 생각합니다. 재밌게 잘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