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오페라에서 한국식 이름이 많이 등장하는 게 어색하다고 느꼈다(그뿐 아니라 ‘루쉰’이나 ‘료마’라는 이름도 나온다. 아래의 글은 그것까지 포함해 하는 얘기다). 이 글 이전에는 한국식 이름이 많이 등장하는 작품을 본 적이 없어서, 아마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이 글을 읽은 날이 처음인 것 같다.
한국식 판타지라던가, 한국식 라이트노벨이라던가, 얘기가 많았다. SF에서도 마찬가지다. SF에서 꼭 백인 남성만이 주인공이어야 하는가? 라는 식이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으로 인해, 한국인이 주인공인 SF에 대한 설득력이 강해졌다는 말도 들어본 적이 있다.
그때는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맞다고는 생각하지만, 스페이스 오페라에서는 아직 이른 게 아닌가 생각한다.
한국인이 많이 등장하면 안 된다는 얘기가 아니다. 아니, 아니다. 어떤 수식어를 붙이더라도 내가 하려는 얘기는 결국 그런 얘기다.
스페이스 오페라에서 왜 한국인이 주역이면 안 되는가?
원론을 얘기하자면, 스페이스 오페라에서 한국인이 주역이어도 된다. 하지만 한국인이 등장하려면 한국인이 나올만한 한국적인 배경에서 등장해야 어색하지 않다고 본다. 왜냐면 이 작품에서도 그렇고 다른 스페이스 오페라들도 그렇지만, 기존의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장르에서 나오는 ‘스페이스 오페라의 이미지’란 건 서구권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태생이 서구적이고 지극히 서구적인 장르인데 인물만 한국인으로 대체해서야 자연스러울 리가 없다.
예를 들어보자. 일본 시대극을 생각해보면 된다. 일본 시대극은 지극히 일본적이다. 저거 한국식으로 만들면 재밌겠다고 하며, 한국 사람이 한국 사람들을 주역으로 삼고는 쇼군을 모시며 일본식 상투를 튼 사무라이들로 등장시킨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되지는 않는다. 한국인으로 하고 싶은데, 라고 생각해서 일본인을 빼고 한국인을 끼우는 식으로 작동되지 않는다. 그건 그냥 이상한 거다. 명확히 이상하기 때문에 아무도 하지 않는다. 무협물로 예를 들어도 된다. 왜 한국에서 무협을 쓰는 사람들은 죄다 중국인을 주인공으로 쓰는가. 몇 없는 한국 배경의 무협물은 왜 사라졌는가. 그건 무협이란 장르에서 바라는 이미지가 한국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무협과 시대극은 과거고 스페이스 오페라는 언젠가 다가올 수도 있는 미래지만, 소설은 현실이 아니다. 독자는 ‘현재’사람들이다. 장르의 이미지를 소비한다는 점에서는 시대극과 스페이스 오페라는 같다. 한국인을 등장시키고 싶었다면 남이 만든 이미지를 갖고 올 게 아니라 새로 만들었어야 어색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