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집, 어떤 아파트 감상

대상작품: 아파트들 (작가: 엄길윤, 작품정보)
리뷰어: 0제야, 2일 전, 조회 14

엄길윤의 ‘아파트들’은 ‘아파트’라는 한정된 장소를 배경 삼아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주제로 밀고 나가는 단편이다.

지금의 아파트는 ‘집’이 아닌 ‘재산’으로서 가치가 매겨진다. 같은 동네의 같은 학교를 다녀도 어떤 아파트에 사느냐에 따라 아이들이 무리 짓기도 하고, 특정 아파트에 살지 않는다고 왕따를 당하는 학생들의 소식이 들리기도 한다.

그런 현실을 반영하듯, 초등학생 세 명이 의문의 아파트에 방문하는 이 소설에서 재산으로서의 ‘집’에 대한 대화는 자주 목격된다. 의문의 아파트에 방문해 기이한 변화를 겪는 세 아이의 여정을 따르며, 아무도 보지 못하는 ‘집’의 진짜 의미에 대해 곱씹는다.

지금의 ‘아파트들’은 어떤 단편의 스케치 같다. 이 스케치가 더 구체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그 의미가 독자에게 지금보다 분명히 전달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의 개선이 필요하다.

그 첫 번째는 서술자의 연령이다. 현재 이 소설은 세 명의 초등학생 인물을 내세운다. 그러나 그들의 대화에는 아파트를 명확히 ‘재산’으로 판단하는 의식과 그 재산을 ‘서열화’하는 시선이 반영되어 있다. 이것이 과연 보편적인 초등학생 수준이라 할 수 있을까.

물론 어린이의 인식 성장에 ‘한계’를 두고자 함은 아니다. ‘초등학생’이라는 화자 설정으로 의도된 바를 파악하지 못한 것 또한 아니다. 그러나 ‘보편적’인 어린이들의 시점으로 과연 ‘아파트’라는 부동산에 관해 이 정도 수준의 대화가 자연스러운지에는 의문이 든다.

사실 이들이 ‘초등학생’이라는 초반의 설정을 지우고 보면, 소설 속 대화는 20대 초중반의 사회초년생들이 나누는 것 같다. 초등학생을 주인공으로 하고자 했다면, 그들의 시니컬한 말투를 좀 더 아이에 가깝게 표현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단편의 진행과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고려한다면, ‘아파트들’의 주인공들은 20대 정도로 설정됨이 적당할 듯하다.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디뎠고, ‘재산’의 개념은 잡혀 있지만, 여전히 어린 티를 벗지 못한 정도의 인물들이 ‘유튜브’나 ‘숏츠’를 찍기 위해 낡은 아파트를 방문하는 설정은 어떨까.

그들은 ‘브랜드’ 없는 아파트를 더욱 신랄히 무시할 수도 있고, 자극적인 차별 발언에 적극적일 수 있다. 그런 장면은 오히려 ‘어린이’ 화자 설정으로 주의해야 하는 발언의 수위 제한을 해제함으로써 한층 적극적인 소설의 색을 정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지금 ‘아파트들’ 내의 결말부 사건은 ‘공포감’을 조성하는 데에 그친다. 그 이상의 메시지를 전하거나 사회적인 울림을 주기 위해서는 더 구체적인 상황 설정이 필요하다. 이 소설에서 ‘실제’ 발생했던 아파트의 사건을 차용하는 건 어떨까. 브랜드 없이 무명으로 세워져 있던 아파트가 서서히 하나의 사건을 가리키며 유의미한 공간으로 변화해가는 것이다.

2024년 초 방영된 tvN 예능 ‘아파트404’는 실제 아파트에서 발생했던 사건들을 ‘방탈출 게임’으로 재구성해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나간 사건의 재구성은 단순한 공포감 조성을 넘어, 픽션에 현실감과 사실감을 부여한다.

물론 실제 사건을 소설화하는 과정에는 많은 고민이 동반되어야 한다. 오히려 가상의 사건을 쓰는 게 편리할 수는 있으나, 그것만으로 충분한 구체성을 이끌어낼 수 없을 때는 과거에 발생한 사건을 끌어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모든 ‘사건’은 깨달음을 준다. 그리고 비극의 경우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는 경각심을 깨운다. 어리게만 행동하는 인물들이 실제로 마주하는 사건이 참혹할수록, 그들은, 더하여 독자들은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그 충격은 곧 경종을 울린다. 이렇게 ‘멍청하게만’ 살아서는 정말 모두의 ‘집’이 소멸할 수도 있겠다고.

 

‘아파트들’은 일부의 수정을 거치고 정확성과 구체성을 확보하면 충분히 독자에게 사랑 받을 만한 이야기다. 아파트가 배경인 수많은 콘텐츠 사이에서 이 단편이 아니면 ‘말할 수 없는’ 독특한 메시지가 발화되기를 바란다. 짧은 이야기의 힘이 결코 작지는 않다는 것을 독자에게 알리는 소설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목록
이전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