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없는 의미 – <엄마는 옥황상제>를 읽고서 감상

대상작품: 엄마는 옥황상제 – 2016(작은 상 탐) (작가: 니그라토, 작품정보)
리뷰어: bard, 18년 9월, 조회 109

“내가 지옥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신이 날 엄마의 반만큼이라도 사랑한다면 결코 지옥은 없겠지만 말이다.”

니그라토 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점은, 다른 사소한 감상이나 인상비평을 제하고 보면, 마치 우물 속에서 무엇이 나올지를 도저히 짐작할 수 없으면서도 두레박에 딸려 올라오는 것들을 바라보고 그것에 대한 박물지를 작성하는 한 사람의 모습입니다. 거기에는 인간에 대한 동정이나 연민, 애정이나 증오는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인간들이 모여서 서로 아비규환을 벌이는, 그러다가 갑자기 모든 갈등이 해소되는 대단원만이 나타날 뿐입니다. 지금까지 읽어 본 작가 중에서는 러브크래프트가 이걸 가장 잘 했던 것 같아요.

이 글에서도 마찬가지로 한 인간(조현병 환자)의 내면이 그려지고 있지만, 사실 중요한 건 그 사람의 내면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엄마가 옥황상제라면, 그리고 종종 나타나는 환각이 귀신이라면 무엇이 중요할까요. 그러니 바꿔 말해 봅시다. 만약 모든 소설들이 한 가지 주제만 다루고 있다면, 예컨대 사랑이라거나 우정이라거나 성취라거나, 우리는 굳이 많은 소설을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오뒷세이아>, <일리아드>, <모모타로>, <이솝 우화> 등 신화나 설화만 읽어도 충분히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겁니다. 동시에 현대에 많은 소설이 쓰여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답할 수 없는 문제로 남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소설을 쓰는 이유란, 자신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를 설명하고 싶다는 욕망이 때로는 어쩔 수 없이 솟아나와서, 그 욕망을 해소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 글을 쓴다는 선택지를 택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서사가 없는 우리네 인생에서는 처음에는 아무 것도 없고, 끝에 가서는 아무 것도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셰익스피어가 말하듯, “무에서 생겨나는 건 무 뿐이다”라고 말하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부족해 보입니다.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오늘도 글을 쓰고 읽습니다. 제게는 니그라토 님의 이 글이 그러한 보편적인 사실에 대한 진솔한 고백으로 읽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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