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분선 공모 브릿G추천

대상작품: 비블리니옷 (Vivliniot) (작가: LASXTONO, 작품정보)
리뷰어: 루주아, 18년 7월, 조회 49

스포일러가 함께합니다. 리뷰어에게 신랄한 비판을 요청하셨지만, 신랄함이 좋은 리뷰의 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리뷰가 되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이곳은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세계고 사람들은 극한 환경에서 괴물들에게 쫓깁니다. 그리고 과학자의 이야기가 시작되죠. 과학자는 세대 우주선이 장기간 항해할때 생길 문제점에 대해 말합니다. 장기간 항해하면서 생길 목적과 정신의 변질을 막기 위해 양자 우주선 내부 인간들의 의식을 양자뇌를 통해 하나로 통합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해요. 인간의 자아를 양자컴퓨터에 백업하는건 가능하지만, 외부에서 컴퓨터를 관측하는 순간 결맞음이 깨지면서 데이터는 아무것도 아닌 덩어리가 되기 때문에 양자뇌가 유일한 해법인 것이라 말하죠. 그리고 다시 눈보라 치는 세계에서 괴물을 보여주고, 과학자가 이 세계는 양자뇌를 진화시켜 의식을 통합시키기 위해 과학자가 인공적으로 만든 가상세계란 것을 보여주고, 최종적으로 진화한 사람들을 보여주며 이야기가 끝납니다.

읽고 논리적으로 모순이 있지 않나 생각했어요. 이 과학자는 그래서 그 양자뇌를 어떻게 꺼내서 어떻게 이식할 생각인가요? 양자컴퓨터 안에서 뭔가를 꺼내려고 하면 그 순간 데이터 덩어리가 된다면서요. 그것은 인간의 의식이고 이번에 꺼내는 것은 의식이 아니라 단순한 기관이니 괜찮은 걸까요? 그러나 사람에게 새로운 기관이 이식되면 바로 적응 할 수 있나요? 그러니까 단순히 가상현실에서의 성공으로 이야기를 끝내기엔 현실적 고민인 너무 부족한건 아닐까요?

스토리 요약을 굳이 쓰면서까지 하고 싶은 말은, 이 소설에서 현실과 가상의 구분이 대단히 유동적이란 점입니다. 이 글은 초반부에는 가상과 현실이 면밀하게 구분되는 것 처럼 이야기 합니다. 양자컴퓨터에 의식을 넣을 순 있지만, 꺼낼 수 없다. 그러니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가면 갈수록 스스로 가상과 현실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듭니다. 가상과 현실이 다른거라면, 그렇다면 단순히 시뮬레이션으로 끝나지 않나요? 예를 들어 우리가 게임을 하면서 그 안에서 병사 몇명을 죽인다고 해서 윤리적 문제가 생기진 않잖아요? 심즈를 하면서 지하실에 그림만 그리는 노예를 생성한다거나, 혹은 크루세이더킹즈를 하면서 상속을 위해 능력치 낮은 큰 아들을 암살하는게 윤리적 문제인가요?

그렇기에 과학자를 질책하는 그 장면이 비장하기 보다는 기괴했습니다. 왜 이러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고요.

이런 문제가 왜 생긴 걸까요? 저는 이 이야기가 너무 짧다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의 주제는 제가 파악한 것만 해도 아포칼립스 세계에서의 자기 희생, 세대 우주선이 장거리 항해를 할 경우 생기는 문제의 해결, 시뮬레이션이 현실에 근접한다면 현실의 윤리적 고민을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 그리고 의식의 통합까지. 단순히 중편이 담기엔 너무 많은 주제입니다. 이런 주제들을 말 그대로 눌러담다 보니 경계가 흐려진게 아닐까요? 사슬은 가장 약한 고리만큼 강합니다. 여러가지 테마가 있다면 그 여러가지를 동시에 잘 다뤄야만 해요. 안그러면 무너지는 테마에서 이상함을 느끼고, 그 테마와 소재가 다른 주제들을 무너트립니다.

교차하는 두 이야기를 통해 주제를 꽉꽉 눌러담았지만, 이런 주제들을 잘 다루고 싶었다면 절대적인 분량을 늘렸어야 했을거라 봅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나아질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