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지필대 앞에 앉아
자네의 그 세계 ANNA라 불리는 우주의 숨결을 생각하며 한 자 적어보네.
아직은 나에게도 한개의 시즌만 보여주었지만…
자네가 펼쳐내는 그 세계는 흡사 아직 태어나지 않은 별과 같아서
그 누구도 아직 보지 못했으나 이미 그것은 존재하고 있는 듯한 기묘한 설렘을 자아낸다네.
허나…허나 말일세.
세상의 이치는 대개 다음과 같지 않은가?
한니발의 이름이 먼저 널리 알려지고 나서야
우리는 그의 피범벅 된 소년기를 담은 한니발 라이징 을 만났고,
고담시의 어둠을 먼저 사랑하고 나서야
우리는 비로소 배트맨 비기닝 에서 그 어둠의 씨앗을 마주했지.
스타워즈의 광선검에 마음을 홀리고 난 뒤에야
보이지 않는 위협 이란 이름으로 그 시작을 돌아보았고,
반지의 제왕이 끝난 후에야
빌보의 발걸음을 따라 호빗 의 이야기로 들어갈 수 있었네.
자네가 시도하고 있는 것.
그것은 흡사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와도 같아.
아직 세상은 그 바다의 짠 물맛조차 보지 못했는데…
자네는 그 바다에 이르는 샛강을 먼저 풀어놓고 있는 것이지.
의도가 순수함을 나는 믿네.
자네의 그 “프리퀄을 먼저 공개하는 전략” 은
ANNA라는 세계가 너무나도 심오하기에
누구라도 그 심연으로 곧장 잠수하기란 버거우리라는 판단 아래 마련된 다리일 테지.
그러나 친구여-
그것이 과연 성공적인 징검다리가 될지는
부디 자네가 아닌, 시간이 말해줄 일일세…
그러니 조급해 하지 말게나.
자네가 진심이라면,
나 또한 두 발 모두 들어올려 손뼉과 발뼉을 아낌없이 치겠네.
비웃음이 아니라 경외로, 질투가 아니라 감탄으로 말이네.
그러니 계속 걸어가시게, 그 심연의 수로 위를.
언제나 저편에서 응원하는
한 사람의 동료 작가로 부터…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같은 느낌으로 썼으니 너무 재수없어 하지 말게나..ㅋㅋㅋ
그리고 이건 채택하지 않으리라 굳게 믿고 있겠네. 그건 나도 바라는 바가 아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