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여신 공모 브릿G추천

대상작품: 오타쿠 (작가: , 작품정보)
리뷰어: 제오, 18년 7월, 조회 70

(스포일러 경고!)

(무리한 삐딱선 경고! 이건 미리 죄송합니다.)

 

이 이야기는 오타쿠의 구렁텅이에 빠져 2D 여신만을 보고 살던 한 고등학생이 실제 세계의 3D 여신을 만나 정신 차리고 행복해진 이야기입니다.

적어도 저한테는 그렇게 보였습니다.

 

알기 쉬운 2D 여신은 넘어가고, 3D 여신에 대해 말해 보겠습니다.

 

우선 그녀와 주인공이 처음 만난 장면.

그녀는 처음 보는 주인공의 몸에 손을 대고 귀엽다고 칭찬하고 밝게 웃습니다. 상대는 육중한 걸로 묘사되는 안여돼 고등학생인데. 위화감이 밀려옵니다. 그러기는 힘들텐데. 오히려 위협을 느끼고 근처에 가지 않는 게 자연스러울텐데. 취향이 독특하거나 엄청나게 긍정적이고 너그러운 성격인 걸까. 그렇게 받아들여 봅니다.

 

두 번째 만남.

그녀는 수수께끼 같은 행동을 합니다. 신비로워 보이기도 합니다.

그 직전에 ‘그 사건’을 당해서 그랬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랬다면 안여돼 고등학생이 자신을 물끄러미 관찰하고 심지어 혼잣말을 엿듣게 내버려 둘 수 있었을까, 그리고 목례까지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부분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그녀의 신비로운 일면이었을지도.

 

그리고 세 번째 만남.

만났을 때의 상황을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밤입니다.

비가 오고 있습니다.

아무도 없는 놀이터입니다.

그녀는 그곳을 혼자 걷고 있습니다. 우산은 쓰고 있었겠죠.

그녀에게 육중한 남자 고등학생이 술취한 것처럼 비틀거리며 다가갑니다. 우산도 팽개치고, 옷은 이미 흠뻑 젖어 있습니다.

그녀가 잠깐 두 번 본 상대를 알아봤을까요? 체구가 특이해서 알아봤을지도. 하지만 만일 알아봤더라도, 상대는 이렇다할 대화도 거의 나눈 적 없는 남성입니다. 지난 번에는 자신을 물끄러미 관찰하기까지 했습니다.

그 상황에서 자리에 멈춰 서서 상대가 ‘부담스럽지 않을 거리’까지 다가오게 허용한 그녀가 정말 대단해 보입니다. 게다가 ‘그 사건’을 당한 상태인 그녀가.

그리고 그가 선물을 줍니다. 비닐 같은 것에 뭔가 싸여 있는데, 그림이랍니다. 그림의 내용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설마 그녀를 그린 그림은 아니었겠지요. 그랬다면 도촬당한 느낌이 들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야기 중에 묘사된 그림은 인물화 밖에 없고, 주인공이 잘 그리는 그림도 인물화와 정물화라서 약간 불안합니다.

그녀는 여전히 굉장합니다. 선물을 차분하게 살펴보더니 웃으며 고맙다고 합니다. 혹시 잘 구슬러서 그 상황을 모면하려고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게 아닌 것 같습니다. 곧이어 마치 술에 쩔은 것처럼 쓰러지는 주인공을 잡고 도와줬으니까요.

그런데 그 순간 그녀는 언어의 습격을 당합니다. 그가 그녀가 당한 ‘리벤지 포르노’를 들먹인 거죠. 그녀가 부축해 주고 있는 그 남자는 그녀가 당한 일을 알고 있고, 더 나쁘게는 그 동영상을 봤을지도 모릅니다. 그가 뒤이어 뭔가 옳은 것 같은 말을 하지만, 그게 귀에 들어왔을 것 같지 않습니다. 적어도 제 생각에는. 그냥 소름이 끼치고 끔찍하기만 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굉장합니다. 그를 계속 부축하며 그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부드럽게 표정짓습니다.

이건… 여신, 강철 심장을 가진 보살입니다.

2D 여신 아카리짱은 상대도 안 됩니다.

 

그리고 그녀는 그를 구원합니다.

어두운 오타쿠와 데스메탈의 세계로부터 건져내서 영화 제작의 세계로 이끕니다.

 

오타쿠 세계는 결국 그에게 아무 것도 좋은 일을 해 주지 않았습니다. 그의 그림 실력조차도 오타쿠 시절에 만화나 애니메이션 따라 그리다 얻은 게 아니라 그냥 그 전 멀쩡하던 때부터 미술을 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데스메탈은 그에게 부정적인 감정만을 심어 준 것 같습니다. 둘 다 벗어난 게 다행인 걸로 보입니다.

저로서는 뭔가 아쉽고 안타깝고 살짝 억울하고 그렇지만, 그렇게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입니다.

 

(좀 무리하게 부정적으로 쓴 것 같기도 한데요, 그 점에 대해서는 죄송합니다. 제가 삐딱한 탓도 있고, 안 되는 글 실력에 나름 마음에 걸렸던 포인트만 골라서 집중해서 쓰다 보니 그렇게 된 것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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