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자살하지 않을까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언니, 그냥 죽어 (작가: 연희, 작품정보)
리뷰어: 글포도, 18년 6월, 조회 147

가슴 뭉클하고 따뜻한 인간애를 느낄 수 있고 그래도 세상은 살만해, 인간다운 정이나 사랑은 좋은 거야. 그런 얘기를 해주는 이야기들이 좋다. 현실도 팍팍한데 이야기까지 혹독하고 끔찍하고 읽고 나면 세상의 긍정적인 부분보다 부정적인 부분이 더 부각되는 이야기는 요즘 들어선 피하고 있다. 희망적이고 밝고 웃음이 슬몃 배어나오는 주인공들을 보고 있으면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데… 그러면서도 끔찍한 상황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공포 영화나 비극적인 소설을 꽤 좋아하는 건 참 모순적인 느낌이 든다.

난 처음에 이 소설 제목을 발견하고 어떤 끔찍한 존재에게 너무 힘겨워서 내뱉는 착한 주인공(호감형)의 절규 같은 말인가 호기심을 느끼며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첫 문단에서부터 그 기대는 깨졌다. 하긴 착한 사람이 누군가에게 ‘그냥 죽어!’라고 말하진 않겠지, 그럼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인가? 서술자의 말투에서 강력한 어둠이 스멀스멀 배어나온다. 앗, 어두운 주인공이야… 그만 읽어!! 내 안에서 경고음이 울리는데….

사실 요즘 너무 심각하고 무거운 주제는 피하고 있는 형편이라 이쯤에서 읽기를 중단했어야 하지만 어찌 된게 계속 읽고 있었다. ‘섹스’라는 단어가 주는 강렬함 때문은 아니었다. ‘섹스’라는 단어가 주는 새된 느낌은 오히려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섹스에 대한 환상을 잃어버린 여자의 이야기라면 무슨 이야기일까 호기심이 일었기 때문이다. 건조하고 심드렁하게 비극적인 상황을 남말하듯 묘사하는 능청스러운 때문일지 그래서 더욱 안쓰러운 주인공의 끝이 어떻게 될지 궁금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름도 모르는 아는 언니의 삶과 사랑의 환상을 지워버린 채 일에 매달려 사는 주인공의 삶이 교차 되면서 여자의 삶이란 뭔가 생각해 보게도 된다. 못생긴 언니가 너무도 행복한 사랑을 늘어 놓아서 질투가 난 걸까? 생각하기도 했고 정신적인 사랑과 육체적인 사랑에 대한 대비를 통한 어떤 주제를 드러내려는 건가? … 사실 꽤 여러가지 생각을 하며 읽어나갔다.

하지만 결론은 휴! 끝내. 그런 거였군. (나머지 부분은 소설을 끝까지 읽기로 결심한 독자분들을 위해 적지 않겠다. 아마 누구라도 끝까지 읽게 되지 않을까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

난 가끔 생각한다. 사람들은 왜 자살하지 않을까? 정말 행복한게 하나도 없는 삶을 꿋꿋이 견뎌가고 기쁨도 희망도 없음에도 자살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에 놀랄 때가 많다. 그건 나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가끔 난 나에게 묻는다. 넌 왜 살지? 뭣 때문에 살지? 아직 대답은 못하겠다. 그럼에도 살아갈 만한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살고 있는 거겠지. 사실 그리 불행한게 아닐지도 몰라… 그런 저런 생각들을 하면서 또 하루가 가고 또 다음날을 맞고.

그래서 연우에게 ‘그냥 죽어”라고 말할 수 없다.

연우가 왜 상대 남성에게 “당신, 그냥 죽어”라고 말하지 않고 “언니, 그냥 죽어”라고 언니 쪽을 향해 그런 생각을 했는지 알것 같아서 더 슬프다.

그녀는 괴물인가?

그녀는 충분히 고통받고 있는데 비난까지 받아야 할까?

그녀가 과연 안온한 자신의 집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일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다른 독자분들은 어떨지 모르겠다. 그냥 읽고 나서 리뷰가 쓰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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