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임 시리즈의 매력에 빠지다! 감상

대상작품: The Crime. 2 : 빈집털이 (작가: Vianque, 작품정보)
리뷰어: 피오나79, 18년 6월, 조회 38

이야기는 빈집털이범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된다. 그는 최첨단 기술을 동원해 몇 억 원대의 재산을 털거나, 거대한 기업체에 잠입해 기밀자료를 빼내는 그런 대단한 도둑은 아니다. 그냥 평범한 집에 들어가서 적당히 돈 될 만한 물건을 들고 나오는, 그저 그런 빈집털이이다. 하지만 나름 목표물은 신중하게 고르는 편이다. 왜냐하면 그에게 빈집털이 기술을 알려준 누나가 신신당부했던 게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근처 원룸건물들을 주시하다가, 여자가 커다란 여행 가방을 들고 아침에 집을 나가는 걸 보고는 타깃을 정했다.

‘넌 절대 돈이 많을 것 같은 집은 들어가지 마. 부자들 사는 동네도 가지 말고, 한 탕 크게 해 먹을 생각도 하지 마. 정말 꼭 필요할 때 한번씩, 딱 먹고 사는데 필요한 정도만, 그 정도만 해.’

사실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 혹은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도둑들 중에 이런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이렇게 시시한 목표를 가지고, 경찰에 발각될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이런 일을 굳이 하는, 바보같은 도둑이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재미는 바로 이 부분에서 시작된다. 이렇게 소소하고, 허술하고, 인간적인 빈집털이범이 등장하는 스토리라서 가능한 재미가 생각보다 너무도 유쾌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진지하지만 약간은 어수룩해보이는 도둑이 빈집에 들어가서 탐색을 하다가, 갑작스레 돌아온 주인과 맞닥뜨리게 된다. 자, 도둑은 그 상황을 어떻게 모면할까. 보통의 경우, 이게 만약 현실이라면 말이다. 아마도 당황한 도둑은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거나, 주인에게 상해를 입히는 등의 가장 나쁜 방식의 빈집털이범이 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이 작품의 스토리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당신이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크라임 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인 ‘무장강도’ 편을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두 번째 이야기도 기대를 했었다. 두 작품 모두 한정된 공간에서 두 인물의 대화만으로 스토리가 진행되는데, 전혀 지루하거나 뻔하지 않았다. 인물들의 대화는 약간 만담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코미디처럼 유쾌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결코 현실을 놓치지 않는다. 그야말로 흥미진진해서 단숨에 읽게 되는 매력이 있다. 문장도 군더더기 없고, 불필요한 대사나 지문도 없어 가독성도 뛰어난 작품이다.

작가님께서 주로 중단편을 써오셨는데, 이 정도의 필력이라면 장편으로 이야기를 구상하신다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크라임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는 등장인물도 더 등장하고, 반전도 있고, 구성도 복잡해지는 그런 작품이 되면 독자로서 읽는 재미가 더 있지 않을까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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