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솔의눈 누가 먹는다고? 감상

대상작품: 솔의눈 뽑아 마시다 자판기에 잡아 먹힌 소년 아직도 학교에 있다 (작가: 이시우, 작품정보)
리뷰어: 유언, 18년 6월, 조회 172

특별한 사연 없이, 사건만으로도 단편은 이렇게 재밌을 수 있다. 아니, 단편이기에 더더욱.

나는 고어에 약하다. 그래서 호러 장르를 읽을 때면 왠지 긴장하게 된다. 이 소설 역시 도입부의 잔인한 묘사를 읽고 미간을 찌푸렸는데, 이게 웬걸. 다음 순간 ‘솔의눈 마셔보라’고 말하는 장면이 섬뜩하지 않았다. 나는 거기서… 웃었다-직전에 소년이 솔의눈을 뽑아 마시다 자판기에 잡아먹혔는데!-.

소설 전반에 깔린 유쾌한 분위기와 빠른 전개가 좋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화와 짧은 문장들의 호흡도 걸리는 부분이 없다. 묵직한 한 방을 날리거나 인상적인 캐릭터가 남는 소설도 좋지만, ‘솔의눈 자판기’처럼 처음의 흡입력을 끝까지 잃지 않는 소설을 만날 때 참 기쁘다. 주인공과 자판기에 잡아 먹힌 소년, 그리고 3학년 5반의 영매. 이 셋이 모인 자리에서의 이중(?) 대화방식도 즐겁다. 역시 이런 건 다른 매체보다 글에서 돋보인다. 대화가 재밌는 글을 읽을 때 감탄하는데, ‘솔의눈 자판기’가 그랬다.

 

사실 이 소설을 읽기 시작한 건 솔의눈 때문이다.

“뭐? 그딴 좃같은걸 누가 먹는다고?”

..솔의눈 먹는 사람들은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을 나도 들어봤다. 솔의눈을 마시고 있으면 종종 “이게 뭐야?”와 “이런 걸 먹어?” 중 하나를 랜덤하게 들을 수 있다. 한창 애용하던 고등학생 때는, 한 캔은 못 먹겠는데 궁금하다며 친구들이 내 솔의눈을 한입씩 뺏어 먹은 적도 있었다. 솔의눈 에피소드를 간직한 분들이라면 나처럼 웃으며 조회수에 한몫하지 않았을까. 문득 작가님도 솔의눈을 드시는지 궁금해진다.

지금은 솔의눈을 마시지 않는다. 왠지 솔의눈을 오랜만에 먹고 싶어졌는데… 먹으면 안 될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자판기에서 뽑아 마시지는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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