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을 읽으며 주목했던 몇 가지 가치들은 사회적으로 모호하거나 부적절하게 정의 내려진 것들이었기에 장황하게 하나하나 짚어가며 얘기를 하고 싶었지만 그럴 시간도 여유도 마땅한 이유도 없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시대가 흐르며 가치의 정의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 개, 존엄성의 보호를 받는 존재와 꽤 이전부터 진행되어 아직까지 논의 중인 사랑의 범주 정도만 아주 약간 살펴보자.
첫째는 엄밀히 따져 현재는 인간뿐이나 생각을 하고 언어를 사용하며, 도구를 만들어 쓰고 사회를 이루어 사는 로봇1도 존엄한가에 대한 것이고, 둘째는 사회적으론 ‘이성애만’을 반대하는 동성애 등 허용을 논하나 소설에선 동성애가 아니라 만들어진 로봇의 인간에 대한 사랑이었다.
불과 100년도 지나지 않은 시기에 아프리카 흑인 원주민이 서구 문명의 동물원에 있었다는 사실과 그것이 이제는 일절 허용되지 않고 시도하려는 노력조차 않는 점을 보라. 동성애에 대한 언급으로부터 촉발된 사랑의 범주에 관한 문제도 과거에는 없었던 일이다. 변하는 사회에 맞춰 가치들도 변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러한 가치들을 정의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나나 누군가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역사, 소설 등을 통해 적어도 어떠어떠한 길이 있다고는 알려줄 수 있다. 그것이 인간이 세운 문명의 한 역할이니까.
ps. 작가는 ‘기억은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것’이라는데, 기억되지 못하더라도 실재했고 경험했던 일들은 ‘나’가 로봇 에이오네와의 경험을 토대로 발작을 일으키고 정신을 잃는 것처럼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설령 만들어졌다 한들 로봇 에이오네의 행동으로부터 유추할 수 있듯이 의미 없이 허무한 것도 아니다. ‘나’가 로봇 에이오네를 위해 흘린 눈물은 그 행동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한다.
ps. 읽히는 것도 그렇고 글은 괜찮았다. 많은 공부가 있었다는 것을 알겠고, 그것이 적절하게 활용되었다는 것도 알겠다. 다만 이런 식으로 과학소설처럼(아마 과학소설이겠지?) 글을 쓰려면 용어를 확실히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ps. 미안하다. 이 정도밖에 안 되는 리뷰라서. 사실 올리기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