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그러자 완벽함과 우아함이 마중 나왔다.(스포) 비평

대상작품: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작가: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정보)
리뷰어: 창조, 17년 2월, 조회 415

이 소설은 세계 3대 추리소설이라는 명성 덕에 알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이 소설의 제목이 가장 신선했다. 그 끌림이 나를 읽게 하였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무슨 의미일까?

 

추리 소설을 쓰고 싶다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새로운 속임수를 꿈꿀 것이다.

그리고 완벽한 미스터리 사건을 원할 것이다.

마지막 페이지가 지나고 나서도 ‘범인이 누구야?’라고 외칠만한 놀라운 미스터리를 위해서.

그 점에서 사건 현장에서 자신을 죽여 완전한 범죄를 만드는 건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 보지 않았을까?

 

아가사 크리스티는 그런 상상을 자신의 소설에서 구현한다.

그리고 어디에도 없던 캐릭터를 탄생시킨다. 워그레이브 판사.

정의감과 살인 욕구 사이에서 훌륭한 연극을 한 워그레이브 판사는 작가의 아바타로 훌륭한 연기를 펼친다.

악인을 징벌하는 역과 희생자들을 죽이는 역의 조합이다.

그래서 따로 탐정과 범인의 대립구도는 필요치 않다. 오히려 탐정은 희생자로 전락한다.

무대에서 아무도 없기 위해 마련된 장치였을까?

고립된 섬이라는 무대에서 희생자들이 죽고 나면 사건을 밝혀낼 사람이 없어진다.

오직 판사만이 자신이 계획하고 실행해서 혼자만 알고 있는 진실을 밝힐 수 있다.

애초에 범인을 찾으려는 시도가 무의미한 작가의 무대 안에서 사람들은 작가와의 추리게임에서 지고 만다.

소설이 끝나고 사람들은 판사의 편지를 읽고서야 진실을 알게 된다.

그때의 감정은 꼭 아무리 고민해도 안 풀리는 문제에 포기를 선언하고 해답을 보는 느낌을 닮았다.

그리고 편지를 읽을 때면 아가사 크리스티가 의기양양한 미소로 이제 알았냐? 하고 속삭이는 것만 같다.

 

이 소설은 추리 소설 본연의 매력은 말 할 것도 없이 최고다. 하지만 그것만이 다가 아니다.

주인의 이름 U. N. 오언과 언노운 언어유희, 훈제된 청어가 속이는 것을 암시, 노래를 따라가는 사건 진행 방식.

섬이라는 무대 안팎에서 활약하고, 죽은 척하여 추리 상황을 주도하며, 희생자 속에서 암약하는 완전무결의 범인.

특히나 놀라운 것은 베라의 자살이었다.

물리적 살인은 유치하다는 듯 베라를 자살로 몰고 간 극적인 피날레.

작가는 그 모든 것들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그리고 우아하게 그려낸다.

완벽한 미스터리 사건으로도 모자라 사건 자체를 연극으로 승화시키려는 작가의 위대한 욕심이다.

 

그렇게 작가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뒤통수를 얻어맞고 잠시 멍해진다.

우리는 마지막 책장을 덮고 자신도 모르게 감탄하며 책의 제목을 읊조리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나는 거기에 자연스럽게도 내 감상을 더하게 되었다.

그러자 완벽함과 우아함이 마중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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