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브릿G의 타노스 본롸이터입니다. 제가 손가락만 튕겨도 브릿지 리뷰의 절반이 날아간다는 사실을 아십니까(농담입니다).
타노스는 아니지만 오늘은 균형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적절한 균형을 말이죠. 저는 언젠가 다른 리뷰에서 이야기한 적 있는 대로 ‘풍부한 묘사’와 ‘깜찍한 위트’를 좋아합니다. 둘 다 포함하는 작품이라면 사랑하지 않을 수 없지만, 둘 중 하나만 갖추더라도 나는 충분히 만족할 수 있죠. 이 작품에서는 ‘깜찍한 위트’를 찾아볼 수 없지만, 대신 묘사가 풍부하여 저는 만족스러웠습니다.
묘사가 풍부하다는 그 자체로는 만족스러웠어요. 그렇지만 서사와 묘사가 균형잡혀있느냐 묻는다면 거기에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겠습니다. 저는 ‘어떤 서사에는 반드시 그에 알맞은 분량이 존재한다’고 믿는 부류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가끔씩 리뷰를 통해 어떤 작품의 분량이 너무 많거나 너무 적어서 문제라는 투의 이야기를 합니다.
이 작품의 경우에는 분량이 넘쳤다고 생각해요. 풍부한 묘사는 좋지만 문단이 두껍게 자리하고 대사는 적다면 독자는 쉽게 나가떨어집니다. 장르에 따라 다르지만 저는 가능하면 묘사7 대사3 혹은 묘사8 대사2가 적당하다고 생각해요. 두꺼운 문단의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모바일 혹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런 장문의 문단을 읽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적어도 저에겐 매우 고된 일이죠. 러브크래프트 전집은 종이로 출판되었음에도 그 두꺼운 문단(아마 두 페이지가 한 문단인 경우도 있었을 겁니다)과 난해하고 낯선 단어들 덕분에 상당히 힘들었거든요.
결말을 읽고나서는 좀 ‘???’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저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좀 뜬금없는 결말이었거든요. 예상할 수 없는 모든 결말이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다만, 이 결말은 어딘가 좀 이상했습니다. 진행 과정에서 갑자기 뚝 끊어버리고는 서둘러 봉합하여 결말을 지어버린 듯한 느낌을 받았거든요. 작품 내내 이어져온 주인공의 내적 묘사와 어떤 식으로 연결되는 건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진중하고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뭐 그런 게 이상하다는 게 아닙니다. 그 숨겨진 은유와 작가의 주장을 독자가 못 받아들이면 말짱 황이라는 거죠.
하나 더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이 작품이 너무 정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저도 이런 이야기에 대환장파티를 기대하는 건 아녜요. 그렇지만 계속 내면의 소리와 과거 회상만 주구장창 반복되다보니 지루하게 느껴졌습니다. 한참 읽은 것 같은데 아직 이것 밖에 안 읽었단 말이야?? 하는 심정을 느낀 게 몇 번 있었기도 했고요. 보도블록을 까는 주인공과 레고 블록에 몰두한 아버지의 이야기는 흥미롭지만, 그것만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기에는 흥미의 정도가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건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