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거짓말쟁이들 공모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연출자X (작가: 해도연, 작품정보)
리뷰어: 소윤, 18년 5월, 조회 106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건 누구인가’라는 매우 기본적인 물음으로 독자들을 괴롭히는 담백한 추리물, 거기에 더해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할 경우 닥쳐올 실질적인 위험으로 독자들 마음을 쫀쫀하게 하는 스릴러입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살인범이다.”

이 첫 문장이 「연출자 X」의 추리/스릴러 에너지를 가동시키는 원점이지요. 화자와 독자의 앞에는 화자의 연인 김성미, 그리고 그녀가 살인범이라고 주장하는 최승현 두 사람이 제시되고 화자와 독자는 어느 쪽이 진실이고 어느 쪽이 거짓인지 추측하며 글을 읽게 됩니다. 두 등장인물은 초반부에 신속하게 소개되고, 작가는 능숙하게 수상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한 사람과 스스로를 꾸미고 전시하기를 잘하고 그래서 사랑스러운 한 사람을 내보입니다. 상당히 뚜렷한 대비를 가진 첫인상을 시작으로 독자 앞에는 한 조각 씩 새로운 카드가 주어지고, 그 때마다 진실과 거짓은 모호해집니다. 글이 진행되는 동한 계속해서, 그리고 끝까지 두 인물이 진실과 거짓 혹은 선과 악으로 뚜렷하게 나뉘지 않는 것은 쫄깃함과 재미를 더해줍니다.

이렇듯 고전적인 (그리고 고전적인 이유가 있는!) 서사가 탄탄하게 밑받침해주는 가운데 「연출자 X」에 매력을 더해 주는 건 제목이 이야기하듯이 ‘연출’입니다. 범죄 리얼리티 영상을 만들겠다는 최승현과 프로 아동 컨텐츠 영상 제작자인 김성미는 스튜디오 안팎에서 상황과 인물, 그 중에서도 자기 자신을 연출하고 스스로 보여지기 바라는 모습을 남들도 보게 만들고자 하는 인물들입니다. 두 주요 인물 외에도 양시만과 연출자X 역시 이런 유형의 인물상을 구체적으로 그리는 데 일조하지요. 오늘날의 우리들은 일상적인 맥락 안에서 스스로를 연출하는데 많은 힘을 쓰곤 합니다. SNS에 올리는 게시글 하나, 덧글 하나, 어떤 페이지를 팔로우하는지. 취업활동 중에는 자소서를 발표하고,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에는 내용물만큼이나 영상물 혹은 PPT의 디자인과 전달 방식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 화자가 김성미를 보고 코멘트하듯이, “자신의 특징과 매력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은 현대인에게는 거의 필수 스킬인 것 같습니다.

「연출자 X」에서 우리는 우리의 일상적인 귀찮음이자 피곤함이었던 그것이 여러 사람의 인생을 지배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연출가들의 작품들은 익숙하지만 익숙함을 넘어서 소름끼치고, 악독하고, 그래서 매력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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