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작품이 유료화 되기 전에 읽었다. 이런 작품을 무료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행운이라고 할 수 있겠지. 하지만 이제 여러분은 그런 행운을 누릴 수 없다. 공개된 몇 개의 회차와 옆에 달린 리뷰들만으로 이 작품을 구입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앞선 네 편의 리뷰는 훌륭하여 그것만 읽고도 충분히 구매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아는 것이 맞다면) 작가 유권조는 출간작이 아직 없는 상태이고, 이 때문에 혹시 ‘아마추어 작가의 작품을 몇 천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구매했다가 무료보기 이후의 내용이 충공깽이면 어쩌지?’하고 걱정하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만약 당신이 위대한 문장가들의 아름다운 문장을 기대하고 이 작품을 읽는다면 분명 실망할 것이다. 돌아가는 게 좋다. 물론 아름다운 문장의 기준은 사람에 따라 다를 테고 당신의 미적 감각에 이 작품의 문장이 스트레이트로 꽂혀버릴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내 개인적인 판단을 묻는다면 오크 변호사의 문장은 아름다운 묘사와 기타등등을 위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당신이 서사적 재미를 추구한다면 구입해도 좋다. 그것은 내가 보장할 수 있다.
이 작품의 인물은 살아있다. (나같은) 삼류 글쟁이의 머릿속 연극무대에서나 나올법한 대사가 여기서는 나오지 않는다. 모든 인물의 행동은 납득가능하고, 모든 인물의 대화(즉, 상호작용)은 자연스러우며, 그러나 결코 뻔하지 않다. 사실 나는 그 점이 제일 좋았다. 서사적으로 완벽하더라도 인물이 삼류 연극배우처럼 문어체 대사를 줄줄 읊는 것만큼 끔찍한 게 없으니까.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살아있다.
만약 당신이 역전재판처럼 팡! 하고 터지는 반전과 반전의 드라마를 원한다면 조금 애매하다. 나는 만족했는데 당신이 만족할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서질 않는다. 당신이 존 그리샴의 <거리의 변호사>를 재미있게 읽었다면 이 작품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이 글을 읽고도 아직 판단이 서지 않았다면 내가 당신에게 해줄 말은 딱 한 마디 뿐이다.
“천재가 유권조라 불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 며칠 전 안전가옥의 천재작가 유권조 대담회 공지에서 이 작품의 제목을 <오크 변화사>라고 잘못 적는 실수가 있었다. 단순한 오탈자였겠지만 꽤 재미있는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데가 있었다. 나는 태생이 설정 놀음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남들이 잘 궁금해하지 않는 설정의 디테일을 즐긴다. 만약 이 작품의 스핀오프로 제국과 오크의 역사를 <오크 변화사>라는 제목으로 적어낸다면 (나는)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
나는 언제나 리뷰에서 나 혼자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쳐서 남들이 읽지 않는 방식으로 작품을 읽어가곤 하는데, 나 뿐만 아니라 다른 독자도 이 작품이 ‘인종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 분명하다! 분명하다! 분명하다아! 그러니 <오크 변화사>도 인류의 인종 차별 역사를 진하게 다뤄보면…… (이미 망상 회로가 불타버린 리뷰어의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