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리뷰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이 리뷰는 매우 감상문 형식으로 되어있습니다.
이 리뷰는 생각의 흐름대로 썼습니다. 중구난방 주의!
이야기 초반, 주인공인 오크 변호사 다밀렉은 어느 변호사와 다를 바가 없는 모습을 보입니다.
최선을 다해 무죄를 입증하려던 그는 자신의 피고인이 정말로 죄를 지었을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구치소에 있는 피고인을 찾아가 차라리 자수를 하고 형을 줄이자고 설득을 하지요.
그의 모습은 변호사로서 최선을 다하기 위함이었겠지만, 저는 결국 이 소설은 현실을 판타지로 꾸며 그대로 보여주려는 것이구나라고 느끼고 흥미가 식어버렸죠. 소설은 역시 꿈!과 희망!이 넘치는 것이 제일 재밌으니까요.
하지만 역시 변호사이야기에서 총성이 난발할 줄은 몰랐기에(심지어 그 총은 이야기의 끝자락까지 함께합니다.), 조금은 당황스러워하면서도 돌발 상황이 매화마다 발생하는 것에 팝콘을 씹으며 빠르게 다음화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흔하디 흔한 사회적 약자의 이야기, 사회구조를 개혁하려는 자들끼리의 충돌 등등 여러 이야기가 섞여서 하나의 결말, 그러니까 처음 이야기의 시작이었던 재판 변호로 끝을 맺게 됩니다.
결국 무죄로 선회하여 변호를 해, 재판에서 이긴 장면은 정말 짜릿하더라고요. 역시 그 설정된 직업군의 본업에 충실해서 승리를 거머쥐는 장면이 가장 멋진 것 같아요.
다음 에피소드도 재판으로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쉽게도 우리 변호사님의 사고 수습을 꼬마 오크가 정령으로 해결해버리더군요. 재판으로 끝났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제목부터가 오크 변호사인데! 왠지 총과 칼, 정령과 변호사님의 괴력이 더 활약하는 건 기분……탓이 아니었습니다.(눈물) 그리고 다들 공도 아니고 결말까지 너무 열심히 구르는….(오열)
두 번째 에피소드의 시작부터 카엘로 교수님이 돌아가셔서 놀라고 말았는데, 비석까지 세우는 수고로운 장난이었다는 사실에 웃음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왠지 배달 실수하는 것을 볼 때부터 범상치 않은 교수님이라고 생각했는데, 변호사님과 굉장히 케미가 잘 맞아서 둘이 마주치는 장면마다 낄낄거렸네요.
3부 예정 글을 2부로 축약해버리는 바람에 무언가 많이 급하게 진행되고 빠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개념의 뜰이라는 에피소드 제목과 다르게 단순히 잠깐 나오고만 설정으로 전략해버리고, 난데없이 나온 드래곤의 심장과 호룬토의 패기로 갑작스럽게 끝나버린 소설에 깔끔하지 못하다는 느낌이 강했죠.
그래서 예정대로 3부로 진행했었다면, 개념의 뜰로 다시 한 번 오변의 활약을 보았을 거고, 작가님이 소설 내에서 풀어야 할 내용을 차근차근 풀었을 것이라는 상상도 했습니다. 이미 완결난 소설이니 늦어버렸지만.
그래도 소설에 나온 모든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풀어내려던 이야기를 전부 혹은 꼭 보여줘야 했던 만큼 보여주었던 것은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본래 예정이 사실을 몰랐더라면, 많이 짧은 것에 아쉽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뻔하고 편하게 끌고 갈 수 있는 이야기를 독특하고 돌발적으로 풀어나간 만큼, 캐릭터들도 개성있고 좋았습니다.
예상치 못한 과거를 가진 오크 변호사, 의외로 금수저…가 아닌 다이아수저였던 엘프 사무관, 어린 독립운동가에서 나이 많은 학생까지 여러번 전직한 오크 정령사, 집안만 좋은 피고인에서 돈 많은 개혁자로 변신한 도련님, 처음에는 얌전하다가(?) 이후에 폭탄을 안고 나타난 독립운동가, 등장하실 때마다 지팡이로 후려치시려는 교수님까지.
개성이 강한 만큼이나 서로 하는 보여주는 모습은 달랐지만, 이들 모두가 보여준 것은 하나였죠. 어쩌면 오크 변호사에서 유일하게 공통된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사회적 약자와 강자, 사회적 강자에게 붙은 약자와 사회적 약자에게 손을 내미는 강자, 강자에게 당한 폭력을 그대로 되돌리려는 자, 강자에게 당했지만 그럼에도 그들과 다른 방법을 찾는 자.
아닌 척 대놓고 이야기하는 내용에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었죠.
작 중 다밀렉은 말합니다. 본인은 위선자라고. 부당한 것을 알면서도 참고 견디고, 지켜보기만 했으니까. 그저 약해진 마음에 손이 닿는대로 약간의 도움만 주고 말았으니까.
그리고 이 소설을 읽은 저 또한 위선자지요. 최근 이슈에 공감하면서도 정작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출하지 않고, 그저 지켜보며 관망하고 있기만 하고 있으니까요. 제가 하는 일이라고는 저의 모습을 숨긴 채로 공감하고 동의하고 앞장서서 떠드는 이들의 말을 보고 있는 것이죠.
일제강점기에도 다밀렉과 저 같은 ‘위선자’들이 있었겠지요. 또한 호룬타스같은 크게 일을 벌린 독립운동가도 있었고요.
우리는 그런 일을 벌린 독립운동가를 기억하고, 우리들의 영웅이라며 이야기하죠.
하지만 그저 손이 닿는 곳에서만 조금씩 돕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바라보기만 했던 사람들은 무엇이라고 해야할까요. 그냥 그 시대를 살았을 뿐인 사람1인 걸까요.
그리고 그렇게 살고 있는 저와, 저와 비슷한 사람은 무엇일까요.
부당한 것을 알면서도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관망만 하는 사람이니, ‘위선자’인 거겠죠?
앞장서서 바꾸려는 이들의 뒤에 숨어 그저 그들이 세상을 바꾸는 것을 보기만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