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공모에 부쳐: 글 안 쓴지 너무 오래 된 탓에 문장이 상당히 어색해진 거 같아서… 그거 위주로 부탁드립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문장이란.
① 문법적으로 옳은 문장
문법은 글을 쓰는 모든 이에게 통용되는 법칙이다. 그 자체로 객관적이라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작가가 말하려는 문장의 의미를 최대한 손실 없이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서는 문법적으로 옳은 문장이 필요하다. 이는 전달력의 문제이다. 의도한 바를 제대로 전하지 못한다면 글의 성공과 관계없이 작가는 실패한 것이다.
② 군더더기 없는 문장
군더더기는 ‘없어도 되는 것’이다. 이는 문장의 길이와 관계없다. 긴 문장이라도 군더더기 없을 수 있고, 짧은 문장은 그보다 더 쉽다. 짧은 문장이 더 쉽기에, 글에 대해 충고할 때 사람들은 흔히 문장을 짧게 쓰라 한다. 세간에 “미안합니다. 편지를 짧게 쓸 시간이 없어서 길게 씁니다”라는 말도 있다. 기본적으로 효율성의 문제고, 다음 말할 리듬감의 문제다.
③ 읽고 듣는 리듬이 적절한 문장
글은 독자가 ‘보고’, ‘읽고’, 읽은 것을 스스로 ‘듣는’ 것이다. 좋은 리듬을 가진 음악이 듣기에도 좋은 것처럼, 좋은 리듬을 가진 문장도 읽고 듣기 좋다. 좋은 리듬은 잡음이 없다. 좋은 글은 군더더기가 없다. 직접 읽어보면 어느 정도 안다. 이는 가독성의 문제다.
④ 다른 문장과의 연계가 적절한 문장.
한 문장만으로 이뤄진 글은 거의 없다.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쓴 6단어 소설도 한 문장이 아니다. 글에서 문장은 여럿이다. 각자가 좋은 문장이어도 그것들이 서로 잘 연계돼야 좋은 문단 · 좋은 글이 될 수 있다. 글 전체와 연관되기에 ① · ② · ③번과도 연계된다. 이는 문맥의 문제다.
이런 기준으로 「노베이스 재수생의 일일」의 문장 몇을 살펴보겠다. 짧은 소설이지만 글 전체에 고루 분포하는 문제가 포함된 문장을 골랐다.
그도 마음 속으로는 빨리 침대에서 나가 씻고 준비하지 않으면, 등원 시간에 늦을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나, 월요일 아침 침대 속 따뜻함의 유혹을 차마 이겨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재수생은, 요즘 나라 꼴 참 잘 돌아간다, 생각하면서도, 자신의 인생은 이미 멈춰버린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평소였다면 지금까지 그런 생각 쯤이야 열 번 쯤은 했을 터였고, 단순히 수동적으로 죽었으면 좋겠다, 정도가 아니라, 더욱 자기주도적으로 자살하고 싶다, 하고 생각했을 테니까.
모두가 문과 수학이니 크게 어렵지 않을 거라고 했고 자신도 그렇게 생각했으나, 그 말이 자신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가 그정도로 멍청하다는 것을 재수생은, 그제서야 깨달은 후로는 합격했던 이류 대학, 혹자는 삼류 대학이라고 말하지도 모르는 대학이라도 일단 가놓을 걸 그랬다는 생각을 한다.
막 배웠으니 당연한 거라는 생각과, 막 배운 주제에 이것도 못 푸냐는 생각이 공존한다.
역시 부족한 수학을 해야겠지, 재수생은,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상대적으로 재밌는 탐구나 복습할까, 하는 생각을 한다.
내일은 안 풀리는 문제들이나 좀 질문해볼까, 하고 그는 다짐해보지만 속으로는, 내일의 자신은 결코 그러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겨우 갓 스무살이 된, 따지고 보면 아직 어랜에에 불과한 주제에 이런 생각을 한다는 자체가 우스운 일이었지만, 이젠 짐승만도 못 한 존재가 된 그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그런 생각들 뿐이었다.
1. 쉼표에서 발생한
쉼표는 쓰면 쓸수록 표현이 확실해지기에 문장이 갖는 의미가 분명해진다. 전달력이 강해진다. 그럼 쉼표를 되도록 많이 써야 하는가? 아니다. 이 문제에서 다다익선(多多益善)이란 말은 통하지 않는다. 되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좋은 문장은 단순히 전달력 좋은 문장이 아님을 위에서 말했다. 쉼표가 많으면 많을수록 읽고 듣는 리듬이 작위적으로 변하고, 그렇기에 읽을 때 불편하다. 군더더기 쉼표는 없애는 게 좋다. 독자는 꽤 똑똑해서 없어도 알아듣는다.
2. 긴 문장과 그 속 접속사에서 발생한
긴 문장은 잘못 없다. 군더더기 없는 긴 문장이 그렇다. 소설 내 존재하는 긴 문장에 관해 묻고 싶다. 굳이 길어야 하는 문장인가. 음. 다시. 굳이 접속사를 써서라도 길어야 하는 문장인가. 일반적으로 짧은 문장은 압축적이다. 긴 문장은 세밀하다. 하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짧은 문장도 문장끼리 연계되어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다. 군더더기 없는 긴 문장을 만들 수 없다면 짧게 쓰는 것이 답이다.
리뷰를 쓰고 있는 즉석에서 이 글을 약간 변형시켜 길게 만들어보겠다. 다음 제시된 문단은 한 번 쓰고서 수정하지 않았다.
군더더기 없는 긴 문장은 잘못 없고, 그렇기에 소설 내 존재하는 긴 문장에 관해 굳이 길어야 하는 문장이냐고, 아니, 굳이 접속사를 써서라도 길어야 하는 문장이냐고 묻고 싶은데 그 이유는 기본적으로 짧은 문장은 압축적이고 긴 문장은 세밀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아서 짧은 문장도 문장끼리 연계되어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으니 군더더기 없는 긴 문장을 만들 수 없다면 짧게 쓰는 것이 답이기 때문이다.
둘 다 내용은 같다. 군더더기가 많고 적음의 차이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여타 문제들만 있을 뿐이다. 약간 공격적인(?) 표현으로 군더더기 많은 긴 문장은 더럽다. 차라리 짧은 문장들로 깔끔한 것이 좋다. (맨 처음 글을 쓸 땐 군더더기가 많든 적든 상관없다. 작가에겐 퇴고가 있다.)
좋은 문장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글을 읽고 무엇이 문제인지 골라내는 것도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내가 제시한 기준은 내 기준일 뿐이다. 극히 주관적이지만 참고삼아 더 정진했으면 좋겠고 스스로 좋은 문장의 기준을 만들어봤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 좋은 글을 써준다면 되려 고맙겠다.
앞서 말한 문제들 때문에 읽기 힘들었지만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잘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