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읽으며 세계관을 파악해 봅니다. 공모

대상작품: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봄 이야기 (작가: 화려미려기려하신 나, 작품정보)
리뷰어: 제오, 18년 5월, 조회 24

이 작품은 세계관에 대한 정보를 가려서 궁금증을 유발한 뒤에, 이야기를 진행하며 천천히 밝히는 유형의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독자 입장에서 작품을 읽으면서 세계관과 등장 인물을 어떻게 파악해 나갔는지 그 과정을 써 보려 합니다. (주의: 스포일러 잔뜩입니다!)

 

1.

할아버지와 은영이 둘이 사는 것 같습니다. 은영이의 출생관계가 뭔가 수상쩍습니다.

 

2.

할아버지가 구름을 만든답니다. 이 작품의 장르를 전혀 모르고 있던 저로서는 ‘진짜 구름을 만드는 신 같은 존재일 수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물리적으로 강산이 바뀐 이야기를 하는 걸로 보아 할아버지가 오랜 세월을 산 것 같습니다. 은영이는 어려서인지 그걸 모릅니다.

 

3.

할아버지의 딸이, 어릴 때부터 자고 있답니다. 은영이는 아무래도 그 대용품 같습니다. 할아버지는 은영이에게 자기 속을 다 털어놓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4.

은영이는 고철줍기를 한답니다. 구름의 재료로 쓰기 위해. 안 주워오면 할아버지가 성을 냅니다. 그런 정도의 고철줍기는 어린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게다가 안 주워오면 성까지 낸다니, 할아버지 입장에서 은영이의 원래 존재 목적이 고철 수집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은영이가 혹시 사람이 아니라 로봇 같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장르가 판타지가 아니라 SF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5.

다른 사람들도 구름을 만든다는데, 정작 그 사람들은 어디있는지 모릅니다. 만나도 싸우지 말랍니다. 적대적인 존재들이 있나 봅니다.

 

6.

사람들이 겨울잠을 잔답니다. 동면 중인가 봅니다. 뭔가 세상이 망해서 사람들이 숨고, 할아버지가 유지보수를 하는가보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은영이는 그 파트너. 겨울 얘기를 하는 걸로 보아 혹시 현재는 핵겨울 상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7.

할아버지는 식물을 키웁니다. 세상의 마지막 식물 종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사일런트 러닝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그 영화에서도 주인공과 같이 일하는 로봇들이 나오죠. (아, 그 영화. 요즘 만들었으면 그런 식의 결말로는 절대 만들지 않았겠지요. 자연주의자들이 좀더 강경해지면 그런 결말이 다시 나올 수 있으려나요?)

 

8.

세상이 바로잡힐 희망이 있기는 한가 봅니다. 구름을 열심히 만들면.

 

9.

할아버지 정신 상태가 안 좋아집니다. 좋은 결말이 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10.

할아버지의 구름이 우위를 점합니다. 무슨 의미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할아버지가 열심히 일합니다. 세상이 바로잡힐 날 – 봄 – 이 가까워지는 듯합니다. 은영이의 일도 바빠지는 것 같습니다. 은영이는 아무리 봐도 작업용 로봇입니다.

 

11.

할아버지의 작업이 망합니다. 희망이 날아갑니다. 은영이는 할아버지 손을 잡을 수 있는 손이 있고, 품에 안길 정도로 작고, 온기도 있나 봅니다. 로봇이라는 생각에 금이 살짝 갑니다.

 

12.

할아버지가 동면에 들어갑니다. 포기했나 봅니다. 만 년 후에 또 뭔가 하겠지요. 은영이가 같이 동면에 들어갔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로봇이라면 파워를 내렸겠지요. 은영이의 정체는 끝까지 잘 알 수 없네요. 은영이가 로봇이라는 제 생각이 너무 나간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13.

끝까지 작품 내 세계관에 대한 정보가 명확하게 나오지 않습니다. 좀 불만족스럽기도 하지만, 뭐 어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상입니다.

 

 

브릿G에서 어린이날 단편제를 했나 봅니다. 거의 메일 들어가 보는데 그런 공지는 본 적이 없습니다. 뭔가 제가 모르거나 놓치는 게 있나 봅니다. 놓치기 쉬운 공지 페이지 같은 게 따로 있는 걸까요? 흠. 아니면 사이트 주최가 아니라 작가들끼리 비공식적으로 한 걸지도.

요 며칠간 브릿G 단편을 몇 편 읽었는데, 그중 단편제를 위해 쓰여진 것이 세 편이 있었습니다. 이 작품도 그중 하나. 단편제의 취지가 어땠는지는 모르지만, 세 편 중 어린이가 읽을 만한 것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어린이날을 소재로 써 보자는 거였을지도.

한 작품은 주인공이 성인이고 어린이는 뭐랄까, 주인공의 추억담을 받아주는 역할 정도만 하는 것 같습니다.

또 한 작품은 어린이를 겁주는 이야기입니다. 어린이가 읽어도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어린이라면 읽고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은영이가 화자이고 어린이다운 사고를 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주체라기 보다는 할아버지의 관찰자 역할 정도에서 머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도 어린이가 읽기에는 불명확한 게 많구요. 어른이 읽어야 제대로 음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입니다.

 

업데이트: 헛… 자유게시판이 있었군요! 전혀 몰랐습니다. 단편제는 거기서 작가분들이 진행한 이벤트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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