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를 쓴다는 건 참 어려운 것 같다
어렵지 않은 창작이 어디 있겠느냐만, 로맨스만큼 우리에게 익숙하면서 흔한 장르가 또 있을까
너무나도 많은 표본들이 존재하는데다 일정한 루트를 벗어나기 힘든 구석도 있는 만큼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 한참을 고민하게 되는 게 바로 로맨스소설이 아닐까 싶다
아무래도 브릿G에서 흥하거나 많이 눈에 띄는 소설의 장르가 보통 다른 곳에선 메이저로 손꼽히는 로맨스가 아니다 보니 이번 로맨스 소설 공모전에 어떠한 글들이 올라올까, 개인적으로 궁금해하던 차 읽게 된 <한 여름 밤의 꿈>
제목만 보고서 다분히 낭만이 넘치는 푸른 밤을 떠올렸건만 역시는 역시다
<한 여름 밤의 꿈>은 여름의 푸른 밤에 새까만 새벽을 몇 큰술 섞고, 칼칼한 큰 아빠수저로 추가한 듯한, 무언가 상당히 브릿G스러운 로맨스였다
W의 이름을 읊는 것으로 시작된 글은 가슴속 어딘가를 근질근질하게 만드는 데가 있다
로맨스와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인물이 전면에 나서는 까닭이다
그리고는 미처 로맨스의 맛을 보기도 전에 머릿속 종을 쳐올린다
갑작스런 연락에 혹여 짝사랑했던 인물과의 간질한 썸 장면이라도 나오려나 했더니 다짜고짜 살해장면부터 마주하게 되고 마는, 무서운 로맨스였던 것이다
초중반부의 적절한 속도감과 몰입감은, 아쉽게도 갈등이 고조되는 순간에 이르러 오히려 떨어지고 만다
단순히 악몽, 꿈의 영향을 받았다기엔 설득력이 떨어지는 인물의 행동 탓이다
미스터리했던 분위기는 과장되고 신경질적인 인물의 행동거지로 인해 점차 힘을 잃는다
무엇보다 가장 이질감이 느껴졌던 것은 ‘나’의 학교에서 경험하게 되는 따돌림을 다룬 시각이었다
물론 세상엔, 그리고 인터넷엔 동성애를 박해하거나 격렬하게 압박하는 부류들이 존재하고 있으나 실제 생활에서 적용되는 상황은 인터넷 상의 떠들썩한 그것과는 꽤 차이가 있다
더더군다나 지성의 메카라고 불러될 명문대를 다닌다는 학생들이, 한둘도 아니고 사방군데에서 나타나 ‘너 게이라며’를 들먹이거나 손가락질한다는 내용에 다다랐을 땐 현실과의 괴리감에 혼란스럽기까지 했다
명문대에 다니면 그런 차별이나 혐오를 할 수가 없다, 명문대엔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적어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약속에 충분히 익숙할 사람들이 한 행동이라고 하기 어려운 행동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기 때문
주인공과 W를 더 극한의 상황에 몰아넣기 위한 수단이었겠지만 개인적으론 고개를 갸웃할 수 밖에 없었다
이어지는 내용은, 친구를 참혹한 현장으로 인도하기 전 밥부터 대접해 나를 놀라게 했던 W의 행동보다 더 놀라운 구석이 있다
엔딩에선 묘하게 <보니 앤 클라이드>의 마지막 장면까지 떠오른다
조금만 더 정교하게 다듬었다면 로맨스릴러로써 더 매력적일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 아쉬움은 남지만 그럼에도 나름의 흥미로움을 군데 군데 잘 박아넣어 제법 자극적인 맛을 연출해낸 점은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