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덕에 식사시간에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작가: 이산화, 작품정보)
리뷰어: flogera, 18년 4월, 조회 134

뭐라고 말을 시작해야 할까 고민하자면 먼저 튀어나오고 마는 것은 작품 덕에 밥 시간을 놓쳤다는 것이다.-정신차리고 보니 4시간이 사라졌어요!- 피로한 근무에 지쳐 누워서 SNS만 탐방하다가 우연히 눌렀고. 올려진 편수만 보고 가볍게 시작해버렸다.그리고 회 차를 진행할수록 나오는 끊임없는 달콤한 등장인물들 덕에 속이 좀 쓰리지만 스크롤 마지막에 깜빡이는 이 전편 버튼을 보고 나니 이야기가 끝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홀린 듯 사이트를 키고 이제껏 했던 어떤 회원 가입보다 빠르게. 단숨에 가입을 했다. 그리고 이 작품을 꼭 봐야 하는 이유를 지금부터 풀어보겠다

1.장르가 난해 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SF 소설은 이상하게 책장을 피고 채 5장을 넘기기가 힘들었었다. 낯설고 방대한 세계. 의미를 단번에 알아차리기 힘든 단어들. 그리고 이런저런 단서들을 해석해야는 추리, 스릴러란 장르. 그리고 연애-백합-(필자는 백합 소설은 이 작품이 처음이다)

독해 능력의 부족을 느낀 나는 늘 알아보기 그나마 쉬웠던 만화와 웹툰으로 접해 왔었다. 하지만 이 소설은 달랐다. 분명 들어봤지만 낯선 등장인물들의 달콤한 이름들. 현실에 있으나 나와 같이 디저트 문외한 이라도 가끔 들어봤던 단어들이 약간 낯설면서도 색다르게 다가왔고 시야에 들어오는 낯선 단어에 대해 의문이 들기도 전에 주인공과 할루할로가 펼치는 대화와 상황이나 캐릭터간의 상황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작가님의 능력덕에 신경을 쓸 시간이 없었다. 글과 말을 어렵게 쓰는 것은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누구에게나 쉽게 그러나 상스럽거나 촌스럽지 않고 세련되게 전달 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늘 어렵게 생각했던 장르의 소설을 이렇게 쉽게 읽히다니. 새로운 장르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을 싹 틔워준 작가님께 무한한 감사함을 표할 따름이다.

2.뻔하지만 뻔하지 않게 느껴졌다.

인간과 기계의 사랑 이야기. 그리고 미래 세계관에서 펼쳐지는 추리와 스릴러. 이런 요소들이 들어간 유명한 작품도 많고 다양한 매체로 창작되고 또한 창작되고 있다. 그래서 더욱더 의미가 있었다. 분명 잠시 검색만 해도 비슷한 요소를 가진 작품을 잔뜩 찾아 볼 수 있다. 하지만 작품중에 나오는 캐릭터들. 너무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고 주인공이 너무 무모하지도 영웅심리에 가득차거나 주변이 너무도 기이하게 주인공을 도와주지도 않는. 이런 캐릭터들을 어떻게 이런 방식으로 이끌어 가시는거지? 란 생각이 자꾸 들만큼 작품이 재미있어서 눈앞에서 아주 잘만든 SF애니메이션을 눈앞에 본듯 했다.

3.등장인물들의 사고방식과 묘사

이 작품이 아주 재미있었던 것은 위의 감상과는 모순되지만 읽기가 불편하고 할까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하는게 맞을까. 정보를 수집하기가 어렵게 느껴진다. 1인칭 주인공인 시점에서는 주인공의 묘사에 정보수집을 의지하게 된다.주인공이 성별. 신장등에 대해 언급함으로 이미지가 그려지게 되는데 이런 부분에서 엄청 곤란했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도나우벨레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등장인물이 여자인지. 남자인지. 어떤 얼굴인지. 이러한 부분을 파악하기가 무척 어렵다. 거기에 낯선SF단어들까지 추가되다 보니….나는 sns를 통해 태그확인도 하지 못하고 봤기때문에 주인공와 할루할로의 성별을 중간 쯤 가서야 눈치챘다. 그리고 열린 사상의 세계를 살고 있는 주인공 덕인지 사실 완전 초반에는 주인공이 사실 자기도 모르는 오토마톤이란 흑막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작중 공식적으로 연애를 하는 레이디 핑거와 사타 안다기 또한 이들이 남성형인지 여성형인지 나는 여전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런 고민을 하다보면 스토리의 마지막에 귀찮은 살덩이를 갈아치워 멋진 제품을 장만한 주인공의 모습에서 나도 모르게 완전 폭소하면서 그것은 아주 사소한 문제일 뿐이란 것을 깨닫게 될 뿐이었다. (다리가 부러져 깁스만 차도, 휠체어만 타도, 인공 와우를 차고 걸어도 끊임없는 시선속에 시달리게 되는 현실에서 도나우벨레의 유쾌한 인터뷰 사진은 너무도 탐이날 따름이다.)

4. 이 작품이 나에게 준 것

사실 학생 때 읽는 것을 너무도 좋아했으나 나이를 먹어갈수록 사회가 뿌려 놓은 차별과 혐오만 마주쳐가고 그에 따른 불편함만 늘어갔다. 어느 날 너무 지쳐 소중히 모았던 책을 다시 펼쳤을 때는 작가가 가지고 있는 은근한 혐오와 차별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정말 소중히 모았는데, 진짜 좋아했는데 다시 꺼내본 책이 너무도 불편해 몇 장 읽지 못하고 책을 덮었을 때 무척 서글퍼서 가슴에 구멍이 난듯 시려웠었다. 이런 나에게 이 작품은 간만에 아무 생각 없이 오롯이 작품 속으로 끌려 들어갈 수 있었던 소중한 4시간을 선사해주었다. 작가님이 들숨에는 재물을 날숨에는 건강을 얻어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사실 리뷰를 이렇게 정식으로 쓰는 건 정말 오랜만이라 어떻게 쓰는지 기억도 안난다. 분명 읽는 것을 좋아했고 책을 모으는 것도 좋아했다. 하지만 세상은 너무 급격하게 변화했고 나는 나이를 먹어갔으며 직장인이 되고 혐오와 개혁이 매일같이 뒤바뀌는 하루 속에서 이 작품은 현실에 지쳐있던 나에게 내가 좋아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다시금 확인해주었다. 배는 조금 고프지만 뭔가 달콤하고 근사한 디저트라도 먹은것 마냥 만족스러운 작품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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