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둘러보다보면 과장된 표현들을 종종 보게 된다
강추, 존맛, 인생xx 등등
내가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이다
참 오랜 기간 날것의 냄새를 풍기는, 수없이 많은 인터넷 창을 스쳐지나왔지만 나는 여전히 그런 뉘앙스의 단어들과 내외하는 중이다
숱하게 접한 단어임에도 직접 쓰기엔 부끄럽다
목구멍에서도 손가락에서도 이유모를 거부감에 의해 꽁꽁 묶인 존재들이다
그렇다고 어떠한 자극에 무감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정말 마음에 드는, 괜찮다 라고 표현될만한 특정 레벨 이상의 음식이나 영화, 글을 만나게 되었을 때의 느낌을 나는 알고 있다
이미 입에 넣고 씹고 있는데도 그 맛에 취해 ‘맛있다, 맛있어’ 감탄사를 연달아 되뇌고, 번개라도 맞은 듯한 기분에 젖어 영화를 만든 감독에게 듣지 못할 찬사를 보내고, 남은 페이지가 속속 줄어드는 상황에 개탄하면서도 책읽기를 멈출 수가 없는 그 느낌을…
요새 나름 브릿G를 부지런히 돌며 탐독 및 작품 탐색에 시간을 들이는 중인데, 경험치가 쌓였는지 괜찮은 글은 첫 문장 혹은 첫 문단만 읽어도 가름이 된다
내 취향에 맞는 글인지는 길어야 이십여초 안에 판단이 된다
그리고 <차원의 숲>은 잘 쓴 글이면서 내 입맛에도 맞는, ‘왜 이렇게 글을 잘 쓰지?’라는 생각을 쉬이 버릴 수 없었던 작품이었다
자기가 만든 공간에 갇힌 남자
그리고 그에게는 설명하기 힘든 애매모호한 ‘지금’이 수없이 주어진다
시간과 공간은 뒤죽박죽, 고작 얼마 전에 한 나의 행동마저 부정당하는 그 곳에서 남자는 계속 직진을 하고 있다
이 곳을 나가야 한다
그러나 문단과 문단을 끝마칠 적 주어지는 단서들은 다분히 no를 외치고 있었다
낯선 용어들이 꽤 쏟아지다 보니 읽으면서 이해가 곧장 안되는 구간이 좀 있다
읽기를 방해당하는 느낌은 아니다
마치 영화 <마션> 속 주인공이 자신의 뇌 속 지식의 샘을 활용해 생존을 꾀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것과 얼추 비슷하다고나 할까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지만 흥미로우니 그냥 입다물고 있는거다
그 구간에 다다를 즈음 속도를 줄이고 느긋하게 지나치고 나면 또 마음에 드는 문장들이 쏟아진다
단어 하나하나에, 문장의 배열에 마치 sns 속 예쁜 디저트사진을 보고 ‘예쁘다’ 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따라오듯이 심리적인 만족감이 가슴 속 곳간을 차곡차곡 채워낸다
몽환적이고 신비롭게 형성된 분위기는 어나힐레이션,<서던리치 소멸의 땅>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모호하고 아리송한 것을 싫어하는 편이라면 이마만큼 답답한 결말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그 끝, 거기까지 닿는 과정과 차곡차곡 깎아내어 쌓아올린 정교한 숲의 분위기만으로도 충분히 도전할 가치가 있는 글이라고 생각된다
읽어내리기에 편안한 글은 아니지만 그래서인지 더, 쓰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거라는 생각에 다다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