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thing four 공모 브릿G추천

대상작품: 마리 멜리에스 (작가: 해도연, 작품정보)
리뷰어: 루주아, 18년 4월, 조회 80

읽으면서 섬씽 포에 대한 생각이 났어요. 영국의 결혼식 풍습이지만, 저는 만화 바텐더에서 처음 접했죠. 신부가 가지고 있으면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는 네 가지 물건, 각각 오래된 것, 새로운 것, 빌린 것, 마지막으로 파란 것. 이 작품은 사랑 이야기로 읽을 수 있는 요소가 있으니, 이 네 가지를 찾아보는 것도 재밌는 일이겠죠. 제가 찾은 네 가지를 말하려고 해요. 다만 자연스럽게 소설의 내용을 이야기하게 되니, 아직 읽지 않은 분들은 먼저 마리 멜리어스를 읽어보도록 하세요.

 

먼저 오래된 것에 대하여. 저는 테세우스의 배 역설을 가장 먼저 떠올렸어요.

 

테세우스의 배에 대해 아시나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테세우스의 배는 팔레론의 디미트리오스 시대까지 보존되었는데 배에 낡은 부분이 생길 때마다 해당 부품을 갈아 끼웠어요. 이렇게 부품을 하나하나 갈다 보면 어느 순간 모든 부품이 대체되는 시점이 옵니다. 그때도 배는 원본인 테세우스의 배라고 부를 수 있나요?

철학자들이 직업을 가지고 있던 시기인 고대 그리스 시대의 작가 플루타르크가 만든 역설입니다. 그야말로 오래된 것이죠. 마리 멜리어스는 테세우스의 배 역설의 수 없는 변형 중 하나라고 불러도 무방할 거에요. 테세우스의 배를 테세우스의 배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요? 테세우스의 배를 인간으로 바꿔 볼까요? 한 개인의 모든 부분이 대체되었을 때도 그 개인은 여전히 고유한 것인가요? 여기에 답을 내는 대신에 이 질문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이 어떻게 대체되나요? 의체에 대한 기술이 발달하고 있지만 여전히 ‘뇌’는 신비한 부분이고, 뇌와 기억은 대체 할 수 없어요. 갈아 끼울 수 없는 부품이 있다! 정답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답으로 인정받죠.

 

그러니 이제 새로운 것에 대해 말할 때에요. 바로 풀러렌과 탄소 나노 튜브를 이용한 마인드 업로딩 기술이죠.

 

그래비티는 SF가 아니라는 글을 본 기억이 나요. 우주정거장에서 데브리에 의한 재앙은 막연한 가능성이 아니라 현실이며 따라서 그래비티는 잘 만든 재난물이라는 글이었죠. 현실과 문학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SF장르는 과학 기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죠. 이미 있는 현실이 아닌, 과학기술에 의한 가능성을 다루는 것이 SF장르일 거에요. 풀러렌 나노 튜브가 인공 뇌와 기억 복제 기술로 이어질까요? 만약에 정말 그렇다면 마리 멜리어스를 SF의 영역에서 밀어내는 것도 가능하겠죠. 하지만 아직은 막연한 가능성일 뿐이에요. 그러나 새롭게 이야기할 거리임에는 분명하겠죠.

 

마리 멜리어스의 사랑 이야기는 로맨스에서 빌려온 것이겠죠.

 

계속해서 오래된 것에 관해 이야기하게 됩니다.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 작품을 테세우스의 배 역설의 변형으로 읽었어요. 이는 일종의 사고실험이고, SF의 사변소설적 요소 때문에 진부해질 수 있는 소재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장르를 타고 넘어가면 이 또한 새롭고 신선한 이야기가 될 수 있겠죠. 여기에는 사랑이 있죠. 장애물도 있고, 그 장애물을 극복하려는 노력도 있습니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에요. 그런데 의문이 생깁니다. 이 사랑은 진짜일까요? 그런 의문이 든다면 드디어 파란 것에 관해 이야기할 때입니다.

 

파란 것은 정숙, 충실, 신뢰, 상징 그런 것들을 상징하는 요소에요. 만화 바텐더에서는 ‘이상’ 정도로 정리했던 거 같아요. 물질이 아닌 정신적인, 우리가 추구해야할 가치에 대한 상징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마리 멜리어스에서 이야기하는 그 가치는 무엇일까요?

 

앞서 세 가지 요소를 말했죠. 오래된 수수깨끼인 테세우스의 배 역설을, 현실에서 제기한, SF적으로 가공된 새로운 가능성을, 로맨스 장르에서 빌려온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그렇다면 마리 멜리어스에서 이야기하는 파란 것은 사랑일까요?

 

예전에 어떤 분의 프로필에서 본 문구가 떠오릅니다. ‘모호하면서 명료하고자 했는데, 모호하거나, 명료하기만 합니다.’ 이 부분 때문에 리뷰를 쓰기가 어려웠어요. 파란 것에 대해 뭔가 답이 나온거 같은데, 그 부분이 모호하면서 명료한거 같아요. 때로는 끝까지 밀어붙여서 명료하게 만들지 않았기에 여운이 깊어지는 작품이 있죠. 작가가 말하는 답이 사랑이 아닐까 생각하지만, 역시 모호하게 느껴져요. 그러나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그러니 파랗게 빛나는 듯한 이 여운을 즐길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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