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란 부분에 대한 리뷰를 쓰는건 정말인지 어려운 일입니다. 리뷰어인 제가 모자란게 첫번째 이유이며, 제가 생각하는 완성과 작가가 생각하는 완성이 다른게 두번째 이유이며, 마지막으로 이 작품이 정말 모자란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세번째겠죠. 그럼에도 생각난게 있으니 써보고자 합니다.
일단 정말로 작품이 모자란가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사건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점점 확대되면서 그럴싸하게 마무리 됩니다.
그러니 작품이 정말로 모자른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여기에 말 한마디 얹는게 그다지 의미가 없을거 같단 생각도요. 그러나 굳이 불만을 하나 꼽아내자면, 예고편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고편이 재미없기란 쉽지 않죠. 예고편에서는 사건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그 사건들은 작품에서 가장 재미있는 엑기스니까요. 그렇지만 본편을 보면서 예고편 같다고 말하는건 왜일까요? 그건 이 글에 핵심만이 담겨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그래요.
사랑은 스릴, 쇼크, 서스팬스. 스릴러 장르에는 쇼크 만큼이나 서스팬스가 필수적입니다. 서스팬스 없이 스릴을 느끼긴 힘들죠. 이런 사건들의 발생하는 걸 보면서 쇼크를 느낍니다. 이작품에서 쇼크는 충분해요. 그런데 서스팬스는 어디에 있나요?
히치콕의 쾅! 이론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사람들이 식사를 할때 폭탄이 터지면, 그건 단순한 놀라움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식사를 하는 식탁 아래 누군가 폭탄을 설치하고 그 폭탄의 초시계가 돌아가는걸 보여준다면? 그제서야 긴장감이 생깁니다. 이걸 서스팬스라고 부릅니다.
‘서열’은 두가지 이야기를 잘 짜넣었어요. 닭의 무리와 인간의 무리죠. 닭들의 서열관계 정리와 아마도 남매로 추정되는 두 닭의 복수 그리고 인간들 반에서의 왕따와 복수. 각 요소가 서로 치밀하게 대조되게 짜여 있습니다. 독자들은 따라가면서 닭의 이야기가 인간들의 이야기를 암시한다는 것을 유추해 낼 수 있죠.
예고편이란 생각이 든게 이 지점이에요. 독자들이 손쉽게 유추해 낼 수 있다면 아마 주인공도 충분히 예상했을 거에요. 닭들의 세계에서 사건이 일어나고(쇼크)-인간들의 세계에서 사건이 일어나고(쇼크) 이 두 구조가 계속 반복되요. 그럼 여기에 서스팬스는 어디에 있죠? 주인공이 이걸 보고 막으려고 한다거나, 최소한 뭔가 반응을 보여줬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보통은 막으려고 하고 막은줄 알았는데 단순한 지연이였고, 결국 막지 못하고 최종장으로 넘어가 쾅 터지는게 클리세겠죠. 물론 다른 방법들도 있을 것이고요.
그러나 여기서는 그런게 보이지 않습니다. 닭의 무리 이야기는 묘사된 비중과 스토리의 중요성에 비해 메인 서사와 이어지지 못한체 사라집니다. 특히 마무리 부분에서 농약 사건을 해결한건 어쩌면 유년시절의 경험 아니었을까 하면서 모호하게 끝나는데 이건 스릴러보다는 기담의 마무리 방식인거 같아요. 차라리 이 부분을 닭 이야기와 엇물리면서 더 모호하게 맺었다면 좋은 괴담이 될 거 같아요. 기담, 특히 일본식의 기담은 모호함과 찜찜한 여운이 미덕이니까요. 하지만 좋은 스릴러가 된다면 사건의 쇼크를 키워야 해요. 제가 아는 방식은 서스팬스를 주는 것이고요,
지금의 서열은 두개의 플롯-닭 이야기와 사람 이야기-이 지금은 단순히 수평으로 나열된거 같아요. 두 이야기가 하나가 되는 순간 더 강력한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더 많은 서스팬스를 넣는다면 스릴러가 될 것이고, 더 많은 모호함을 넣는다면 기담이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