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천검에 대한 감상문 의뢰(감상)

대상작품: 기계병 용천검 (작가: 아일랜드노벨153호, 작품정보)
리뷰어: 무강이, 2시간 전, 조회 14

거두절미하고 의뢰까지 주셨는데 모바일 환경에서 감상문을 쓰게되어 죄송합니다. 근데 도저히 집에 틀어박혀서 작업은 커녕 독서나 넷플릭스 감상조차도 힘들어하는 스타일인지라, 밖에서 작성합니다. 오탈자 등이 있더라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제가 남의 글을 평할 끕이나 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기계병 용천검>에 대한 감상은 꽤 ‘감평’에 가까운 느낌으로 남기게 될 것 같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만 첫째는 작가 본인께서 그걸 원하실 것 같다는 뉘앙스(감히 넘겨짚었다면 죄송합니다.)가 있기 때문이고, 둘째는 짧은 분량의 글인지라 감상을 길게 늘어놓는 것보단 차라리 그게 쉽기 때문입니다. 셋째는 그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보이는 걸 말하지 않을 수는 있으나 거짓말은 할 수 없고, 사실 말 안 하고 넘어가는 것은 거짓말보다 더한 처사의 일종이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 선물해드렸잖아요. 받아들이십시오(?)

 

<기계병 용천검>은 요즘 보기 드문 액션 메카물 ‘소설’입니다. 황금가지에서도 <기룡경찰> 시리즈 등 메카닉이 주역이 되는 작품을 발간한 적 있고, <기동경찰 패트레이버>나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도 메카닉이 등장하는 일종의 일본식 메카-테크노 스릴러로 읽을 수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대표적인 건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겠네요.

(이하) <용천검>은 좀 더 <기동전사 건담> 스타일로 로봇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짦막한 스토리에 제주도 전설과 메카닉을 결합했고, 뚜렷한 기승전결을 갖추고 액션으로 가득찬(Action-Packaged) 소설입니다. 짧은 시간 재미로 읽기엔 손색이 없지요.

 

그러나 <용천검>은 막상 읽으면 재미는 있지만 혼란스럽습니다. 이야기 한중간에 던져져서 일단 메카물이니까 뭔가 쏘고 휘두르고 터지기는 하는데 뭔지 모르겠어서 마이클 베이 판 <트랜스포머>같습니다. 그런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꼭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마이클 베이의 <트랜스포머>의 평가가 높아지는 것은 아닙미다. 왜 그런걸까요?

 

첫째. 작품은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습니다. 아, 물론 말하지 말고 보여주라(Show, Don’t Tell)는 황금률이 있긴 하지요. 하지만 그 ‘황금률’조차 의심을 받는 웹소설 시대에, 이 작품의 도입부는 아무것도 설명하지도, 보여주지도 않습니다. 이를테면,

1. 주인공은 누구이며

2. 어디에 있고

3.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가?

꼭 육하원칙의 모든 것이 설명되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만 꽤 빠진 부분이 많고, 여기에 복잡한 메카닉 관련 서술이 치고 들어오기 때문에 갑자기 독자는 메카 전쟁의 한복판으로 내던져지게 됩니다. 주인공이 자신의 메카를 잃은 상태이며, 적진에 보관된 메카를 발견했고, 그 메카를 탈취한다는 내용이라는 걸 파악하는 데엔 꽤 여러번 읽으며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야 했습니다.

 

둘째. 작품에 루틴 과정이 없습니다. 액션으로 가득찬 작품이고, 액션은 박자감각의 템포와 루프, 그리고 가끔의 변격에 감정이 같이 더해져야 합니다. 실제로 액션을 집필하는 작가는 액션의 보조를 위해서 격렬한 음악을 듣기도 합니다. 제 아는 작가분의 경우엔 하드코어 힙합을 듣기도 하고, 저도 한창 액션씬에 몰입할때는 supercell의 <박수갈채가합>같은 와-락(Wa-Rock, 와패니즈 록 같은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같은 장르를 들었네요.

기본적인 액션은 다음과 같은 루프를 거칩니다. 상황 – 대응 – 결과 – (결과의 피드백으로 인해 새롭게 발생한) 상황입니다.

이 상황과 대응, 결과의 루프를 서술하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우선적으로 시청각적인 묘사를 고려할 수 있겠군요. 무협은 외래 연구 논문에 ‘활자로 쓰인 소리’라고 쓰일 정도로 의성어, 의태어를 많이 씁니다. 거기다 고사에서 인용해 온 무공 이름까지 넣어두고, 의미심장해 보이도록 한자를 병기하지요. 어찌 보면 웹소설 시대에 맞는 생존 전략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이 작품에 쓰인 묘사는 대다수가 시각적 묘사와 배경적인 설명에 치중해있습니다. 그것 자체가 나쁘다는 말은 아닙니다! 상세하고 재밌게 쓰인 서술만큼 활자중독자를 자극하는 건 없으니까요. 하지만 활자중독자가 자극을 받을 만큼 ‘재밌게’ 쓰였는가? 이게 중요합니다.

일단 시각적 묘사와 작품 내 설정 요소에 대한 서술이 자세하지 않습니다. (물론 어떤 것은 차라리 설명되지 않는 편이 나은 것도 있고, 사실 대다수의 어휘가 간단한 어휘로 치환되어 있기 때문에 설명이 필요없는 구간도 있긴 합니다.) 왜 그렇게 여겨지는가 하면, 작품의 서술 자체에 박자감이 없기 때문입니다.

어떤 서술은 짧게 끊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래야 다음에 오는 서술을 강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긴 서술을 가져오기 전, 짧게 끊어진 서술은 독자의 이목을 잡아끄는 역할을 합니다. 이목을 잡아끌어야 그것이 설정 범벅이 된 설정덕후 문장이건, 주인공이 가진 중2스럽고 고독한 독백이건, 아니면 예술 영화에서 수면을 유발한다는 롱테이크적인 풍경 묘사건 간에 독자가 ‘흥미롭게 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강-강-강-강인 러시아 소설이 대단한 이유는 뭐냐? 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러시아 소설은 그때의 서적 판형부터 지금과 다르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세요.

보통 이렇게 길게 서술되는 건 상황입니다. 그러면 주인공의 차례입니다.

이 경우에도 짧게 끊어서 주인공의 행동을 강조할 수 있습니다.

한 문장으로 약하다면, 두 번 써도 됩니다. 발사 장면을 여러번 보여주듯이.

왜냐면 행동은 그 자체로 빠르기 때문입니다. 시간감각이라고 해야 할까요. 물론 필요하다면 행동에도 문장을 덧붙여 시간 처리를 지연시킬 수도 있기는 합니다. <매트릭스>같은 영화에서부터 시작해서 <맥스 페인> 같은 게임들은 ‘불릿 타임’을 넣어서 슬로우모션 연출을 하잖아요. 그런 슬로우모션이 필요한 순간이 분명 있습니다.

그러나 행동과 슬로우모션과는 별개로, 이 행동이 어떤 행동이며,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에 대한 파급은 상세하게 기술되어야 합니다. 물론 문장의 비중에 따라서 조절되어야겠지요. 행동이 짧다면 파급은 길게, 행동이 길다면 파급은 짧아야 합니다.

액션 영화에선 늘 시장 저잣거리에서 추격전을 하지요? 왜냐면 시장바닥이야말로 파급을 묘사하기 좋은 추격전 장소라 그렇습니다. 적들이 쫓아오고 총부리를 들이밉니다(상황) – 주인공은 빠르게 달려 적들을 따돌립니다(행동) – 그리고 이 과정에서 시장의 많은 기물들이 파손되고 지나가던 엑스트라들이 일일이 주인공과 악당들을 손가락질합니다(파급) 추격 장면 안에서 이런 박자를 딱 맞춰 떨어지게 만들 수 있는 곳이 시장이기에, 오늘도 장터 주인들은 골머리를 썩습니다.

 

https://youtu.be/beTj08uwgkg?si=QamHdrty7iL8mELx

예시를 든다는 점을 깜빡하고 넘어갈 뻔 했네요. <엽문 3>의 엘리베이터 씬입니다. 무협식 연출인데, 이런 무협 영화 액션의 경우 동작의 동적인 면을 강조하기 위해 효과음을 크게 강조하고, 행동은 빠르게 이루어지며 행동에 대한 피드백(이를테면, 악당이 맞아 엘리베이터에 부딪히자 기물이 부러지는 시청각적 연출)이 더해집니다.

적을 몇 명 상대하느냐, 어디서 싸우느냐도 상당히 연출상 중요합니다. 대충 하고 넘어갈 수 있는 구간이 액션 영화에는 없습니다. 안 그러면 찍다가 누구 하나 다치니까요. 물론 양자경이 <폴리스 스토리 2> 찍던 시절엔 안전장비가 없어 쌩몸으로 달리는 차에 매달려야 했지만 (GQ 인터뷰 영상입니다 https://youtu.be/DHOSiFzcHJ8?si=3tviWnEowxMdZCiE ) 그런 건 X바 그땐그랬지 정도로 남아야만 합니다.

 

 

물론 꼭 그렇게 적으라는 법도 없습니다. 위 장면은 요즘 인기를 몰고 있는 <앱솔루트 배트맨>으로, 그래픽노블은 흑백인 일본 만화와는 달리 ‘풀컬러’이며, 활자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다소 정적으로 액션이 연출되는 편입니다. 물론 요즘은 또 다릅니다. 일본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각국 작품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나중 가면 <체인소맨> 패러디 연출이 나온다고 해서 꼭 보고 싶네요.

 

 

<카구라바치>의 한 장면입니다. 일본 망가가 흑백인 점을 살려서 수묵화스러운 연출을 하지요. 이런 연출로 또 유명한 게 <블리치>라곤 들었는데, 그건 못 읽었습니다. 작가님이라면 이런 연출을 표현하기 위해서 어떤 방식의 서술을 하겠습니까?

 

그리고 감정에 서투릅니다. 사실 이 부분은 진짜 조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익힐 수는 있으나 스스로 익혀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때는 연습을 해도 답이 없고 그냥 시간이 약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몇 가지 조언을 드릴 수 있다면, 캐릭터의 약세입니다.

주인공은 누구인가요? 저는 주인공이 여성인 것을 두세번 읽어보고 알았습니다.

용천검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왜 만들어졌으며 그 과정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요? 왜 이름은 용천검인가요?

잭 프로스트는 용천검을 어떻게 만들었기에 아버지 같은 감정을 느끼며, 그가 그런 감정을 느낀다고 말할 때 표정이나 어조는 어떠합니까?

캐릭터에서 말해지지 않은 부분도 많이 느껴집니다만, 채워져야 할 부분이 비어져 있으며 비어진 부분은 상투적, 평면적으로만 느껴집니다. 이런 부분의 서술은 너무나도 평탄하게 이루어지고, 서술이 평범허기에 너무나도 단조롭게 느껴집니다.

조언은 여럿 해드릴 수 있겠습니다. 일단 많이 써 보세요. 일기를 쓰는 것도 좋을 수 있습니다. 소설이나 만화 같은 서사창작물이 아닌, 시나 에세이를 읽어보세요. 다양한 장르의 음악도 좋습니다. 아니면 미술이나 일러스트 도록을 감상하는 것도 좋겠지요.

하지만 감정을 서술하는 방식 자체는 결국 개인이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은 익힐 수 없는 영역이라서, 조언이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걸 익히게 되면— 애초에 사람들은 이걸 느끼기 위해 작가를 찾지요. 그 점에서 이걸 챙겨야 한다는 이야기는 왜 글을 쓰고 읽는가에 대한 이야기기도 합니다.

참고로 이걸 찾아나가는 과정은 X나게 아플 겁니다.

 

여러모로 기계에 대한 서술은 열정이 드러납니다만 또 아쉬웠던 부분은 기계 외 서술입니다. 하지만 이 부분을 굳이 한번 더 이야기하는 것은 동어반복이겠습니다. 주인공의 상황, 감정, 주변의 풍경 같은 이야기의 다양한 요소(적다 보니 시각만 적었는데, 청각이나 후각, 미각이나 촉각도 포함해서요)를 서술하세요. 독자에게 이야기를 ‘감각’시킬 수 있는 것은 서술자로서의 작가밖에 없습니다.

 

좋았던 점도 물론 적어야겠지요. 소일장 마감 기한이 2주였던가요? 상당히 촉박해서, 손이 게으른 입장에서 소일장을 매번 포기하는 저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그 2주 안에 이 작품은 기승전결을 갖추고 있습니다. 6800자 가량임에도 불구히고 말입니다.

메카 설정 서술도 꽤 풍부해서, 메카물 읽는 맛이 납니다. 복잡한 기계 매뉴얼과 밀리터리 묘사가 조합된 서술이야말로 메카물 독자가 메카물을 읽는 이유니까요.

 

이하는 그냥 개인 취향입니다.

첫째로 선물해드렸던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 꼭 계속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제가 강제로 선물해드린 느낌이지만 장르를 불문하고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많이 들어있어서요.

그리고 둘째, 기계 서술하는 스타일이 좀 뭔가 달라서, 아무튼 여러가지 추천드립니다.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이라거나, 다른 기술과학계열 (주로 한국도서십진분류표 기준 도서관 500번대) 책들을 추천드립니다.

 

 

그 외에 <메갈로복스> 같은 것도 좋고, 지금은 없는 게임인 <메탈레이지> 플레이 영상 및 컨셉 아트나 <소녀발동기> 같은 일러스트를 참조해도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생각해보니 <소녀발동기> 시리즈는 피규어도 있네요.

물론 이 모든 걸 급하게 하실 필요도 없고, 급하게 하시면 안됩니다. 체하잖아요. 천천히 하세요. 앞으로도 계속 창작을 하실 테고, 계속 하는 한 기회와 시간은 있기 마련이니까요.

그럼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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