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까요.
학교가 갈라지고 기계공룡이 튀어나와 사악한 기계제국을 물리치는 용자만화를. 한국어로 로컬라이징한 제목은 ‘무적캡틴 사우르스’, 원제는 열혈최강 고자우라. 글을 읽고 나서 기억의 서랍속에 넣어두고 잊어버렸던, 빛 바랜 추억들이 괜히 절 실 없게 웃게 만들어 줬습니다.
각각의 에피소드에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들이 나옵니다. 나이값 못하고 우주 변방 깡촌 행성인 지구에서 전대로봇물을 찍고 싶어하는 이지라니우스 대제, 그의 말도 안되는 요구에 고통에 찌들어가는 우주관광 김관광의 직원들, 약간 깨지만 계속 더 보고싶게 만드는 김여자, 내면의 욕구와 외적인 요구 사이에서 갈등하는 김기자와 남박사, 사람보다 더 사람같은 3호(1,2와 커지니움은 넘기도록 하죠). 전체적인 코드를 개그로 잡았지만, 그 아래에 있는 분명한 주제의식은 잠깐 읽는 걸 멈추고 우리를 생각에 잠기게 만들죠.
언제부터였을까요. 좋은 걸 좋다고 말 못하고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게 된 게. 있는 그대로의 날 봐줬으면 하는 욕망과, 괴리감이 넘치는 이상과 현실, 어린시절의 꿈은 현실의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버렸습니다.
오랜만에 어딘가로 떠나버린 줄 알았던 제 어린모습과 마주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혹시 머리를 식히고 싶은데 아무거나 읽고 싶지는 않으신 분, 아무생각없이 웃고 싶은 분들, 그리고 후에 잠깐 멈춰서서 생각하고 싶은 분에게 ‘무안만용 가르바니온’을 추천드립니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이 소설이 망한 건 역시 제목 때문이 아닐까요.)
지루한 리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P.S: 김꽃비라는 배우를 찾아봤는데 예뻐요. 아주. 심지어 연기도 잘 합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김꽃비님의 팬이 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