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된 문장 위에 끼얹은 약 한 사발. 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무안만용 가르바니온 (작가: dcdcssss, 작품정보)
리뷰어: 나호, 17년 2월, 조회 265

혹시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까요.

학교가 갈라지고 기계공룡이 튀어나와 사악한 기계제국을 물리치는 용자만화를. 한국어로 로컬라이징한 제목은 ‘무적캡틴 사우르스’, 원제는 열혈최강 고자우라. 글을 읽고 나서 기억의 서랍속에 넣어두고 잊어버렸던, 빛 바랜 추억들이 괜히 절 실 없게 웃게 만들어 줬습니다.

각각의 에피소드에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들이 나옵니다. 나이값 못하고 우주 변방 깡촌 행성인 지구에서 전대로봇물을 찍고 싶어하는 이지라니우스 대제, 그의 말도 안되는 요구에 고통에 찌들어가는 우주관광 김관광의 직원들, 약간 깨지만 계속 더 보고싶게 만드는 김여자, 내면의 욕구와 외적인 요구 사이에서 갈등하는 김기자와 남박사, 사람보다 더 사람같은 3호(1,2와 커지니움은 넘기도록 하죠). 전체적인 코드를 개그로 잡았지만, 그 아래에 있는 분명한 주제의식은 잠깐 읽는 걸 멈추고 우리를 생각에 잠기게 만들죠.

언제부터였을까요. 좋은 걸 좋다고 말 못하고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게 된 게. 있는 그대로의 날 봐줬으면 하는 욕망과, 괴리감이 넘치는 이상과 현실, 어린시절의 꿈은 현실의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버렸습니다.

오랜만에 어딘가로 떠나버린 줄 알았던 제 어린모습과 마주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혹시 머리를 식히고 싶은데 아무거나 읽고 싶지는 않으신 분, 아무생각없이 웃고 싶은 분들, 그리고 후에 잠깐 멈춰서서 생각하고 싶은 분에게 ‘무안만용 가르바니온’을 추천드립니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이 소설이 망한 건 역시 제목 때문이 아닐까요.)

지루한 리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P.S: 김꽃비라는 배우를 찾아봤는데 예뻐요. 아주. 심지어 연기도 잘 합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김꽃비님의 팬이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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