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영화에서 아주 많이 쓰이는 클리셰가, 모르는 번호로 걸린 전화, 혹은 자정에 다다라 뜬금포로 울리는 전화벨이죠. 받으면? 아아, 분명 당사자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상황으로 달음박질치게 됩니다. 왜 이런 소재가 흔할까요? 쉽게 생각하면 답은 바로 나옵니다.
나한테도 벌어질 수 있어서 무서우니까요.
거기다가 관음증이 덧붙여집니다. 네. 스토킹이 또 소재로 추가됩니다. 그리고, 스토킹이라는 불편한 행위의 당사자가 나를 구하려 듭니다. 아이러니하게 말이죠. 왜 일까요? 뭔가 무서운 사건이 옆집에 벌어졌거든요. 경찰이 한밤중에 문을 두드려요. 왜 그럴까요? 화자처럼 우리는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뭔가 큰일 날 사건이 벌어졌으니까. 그 세기가 최대치에 다다다라야 쿵쿵쿵 한밤중에 문을 두드릴 수 있겠죠. 살인사건입니다. 무서워요.
아주 영리한 작품입니다.
한밤중에 울리는 전화벨 소리, 갑자기 문을 두드리며 경찰이라 밝히는 의문의 존재, 문을 절대 열지 말라는 전화 건 당사자는 바로 주인공을 스토킹 한 존재. 우리가 무섭다 라고 느끼는 흔한 소재들이지만, 그만큼 제대로 먹힐 수 있는 걸 잘 알고 작가님은 깔끔하게 요리 하십니다. 사실 누구나 아는 소재들이야말로 오히려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는데, 어설프게 진행하면 욕먹기 십상이에요. 비교 대상의 작품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복잡하게 꼬는 플롯이 아닌, 읽는 독자가 같이 생각하게 진행하는 점이 좋았습니다.
그러니까, 아 그럴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이 작품은 초반에 심어놔요.
스토킹이라는 작은 악이 살인이라는 더 큰 악을 맞아 방패가 되버리거든요. 정말 그럴 수 있잖아요? 순수한 스토커가 살해 위협을 주인공보다 먼저 발견하고, 경고할 수 있는 선의 위치가 된다. 이 시점에서 몰입하게 됩니다.
결말은 작품을 읽어보시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심리 상태를 표현하는 부분에서 글자체를 바꾸고 적절한 볼드체를 이용하는 부분, 그리고 훌륭한 몰입감에 깔끔한 마무리까지 좋은 작품이라 생각하며 짧지만 기쁜 마음에 글을 올려봅니다.
너무 짧아 리뷰라고 할 것도 없지만 개인적으로 관심 가졌던 작품인데 편집부 추천도 받고 해서 저 또한 기분이 좋거든요. 감각이 좋으셔서, 꾸준히 비슷한 장르를 보여주신다면 또 좋은 작품 나올 것 같기도 하고, 응원하는 사람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기도 해서, 주저리 떠들어 봤습니다.
확실히 가장 무서운 건, 같은 사람이에요. 그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