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거 알고리즘 단상

대상작품: 아무거나 알고리즘 (작가: 최현우, 작품정보)
리뷰어: BornWriter, 18년 3월, 조회 68

매우매우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매우매우 스포일러 함유합니다.

매우매우 매우매우 매우합니다(?)

 

나는 가끔 여자친구가 있고 주로 여자친구가 없다. 여자친구가 있을 때 나는 여자친구가 없을 때의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기본적으로 나는 사람에게 무관심하다. 열번 들은 이야기를 열한번 듣게되더라도 또 잊어버리고 말것이다. 어쩔 수 없다. 나라는 사람은 ‘흥미가 없는 내용은 기억하지 않는’ 머리가 탑재되어있기 때문이다. 물론 흥미가 있고 취향에 맞는 정보는 매우 오랫동안 기억한다.

나는 여자친구를 왜 사귈까. 여자친구와 사귀면서도 그런 기분이 들 때가 간혹 있다. 대부분의 경우 나는 연애를 소꿉놀이의 연장선상 이상으로 받아들일 뿐이다. 친구들은 막 이 여자 없으면 안된다느니 이 남자 없으면 힘들다느니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 그저 남자친구 역할 여자친구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그런데도 왜 가끔씩 연애를 하냐고 내게 묻는다면, 나도 잘 모르겠다. 아마도 이 사회가 연애하는 사람을 연애하지 못하는 사람보다 나은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 아니면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너무 빙빙 돌아왔는데,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두려웠다. 나 어디 달라진 거 없냐고 물어보는 여자친구들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숨이 턱턱 막히는 질문이다. 뭐라 말해도 틀릴게 뻔한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입을 다물고 있을 수도 없다. 땀이 날 수 있는 모든 곳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다. 그리고는 항상 뒤따르는 얘기가 ‘나한테 관심이 없는 거 같다’이다. 사실이지만 긍정할 수 없는 말이다. 나는 그냥 어물쩍 웃어넘기려 든다.

다행히 아직까지 ‘아무거나 좋으니 네가 음식을 골라라’ 하는 여자친구는 만난 적이 없다. 그런 소리를 들으면 인공지능이 아닌 나라도 알고리즘 루프에 빠져서 주화입마! 같은 상태가 되지 않을까. 그보다 가사전용 안드로이드는 ‘아무거나’ 알고리즘이 탑재되어있다는 건가?! 미래에는 사람 머리에도 그런 알고리즘을 좀 넣어줬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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