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홍보형 리뷰입니다.
[하얀 비늘 그림자]의 매력 포인트
- 괴력난신의 향연
[하얀 비늘 그림자]의 주요 인물은 독각시인 녹주, 당골인 자윤, 하얀 이무기인 비사가입니다. 평범한 인간은 없지요. 산신에서부터 영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괴력난신들이 등장합니다. 이무기가 여의주를 만들어 용으로 승천한다는 말이나 산신제를 지내 신에게 공양을 바치는 것 등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무교, 도교적 개념들이 맛깔나게 버무려져있습니다. 기공이나 어검술 같은 선협(仙俠) 혹은 무협(武俠)적인 개념도 등장하는데요. 동양의 판타지란 판타지는 죄다 모인, 종합 선물 세트 같은 느낌이랍니다.
2. 신선한 설정과 세계관
일종의 투명망토인 도깨비의 머리카락을 섞어 짠 너울, 겹친 세상, 맺힌 세상, 접힌 세상과 같은 여러 형태의 공간 결계 등. [하얀 비늘 그림자]는 작가인 미냐리님이 고민에 고민을 거쳐 짰을 신선한 설정 등이 가득한 글이랍니다. 초반에는 한주국 호산지방 백령산맥에 위치한 초향산이 배경으로 나오는데요. 자윤이 당골(전라도지역에서 무당을 지칭하는 말, 강신무가 아닌 세습무)이라고 하길래 전라도 지역을 공간적 배경으로 삼았나라고 생각했었답니다. 끝까지 글을 읽다보니 전혀 아니더군요. 가상의 국가, 가상의 역사를 기반으로 한 동양 판타지 글이었습니다. 400매가 넘는 분량이지만 내용은 아직 초반부에 머물러 있답니다. 이제까지 내용을 기반으로 보았을 때 앞으로의 전개가 더 기대되는 글이랍니다!
3. 명사를 읽는 재미가 있는 글.
[하얀 비늘 그림자]에서는 ‘명사’가 매력적이랍니다. 영체(靈體), 영수(靈獸), 분령(分靈), 육신의 업(業) 등 여러 명사들은 기존에 쓰이던 개념과 좀 다르게 쓰이거나 아예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내기도 했지요. 약연, 그슨대, 두견주 등 (아마도 저에게만) 익숙하지 않은 명사들도 매력적이구요. 비늘무리산, 느틔마을, 잔가람마을, 해긴마을 같은 고유명사들도 매력적이랍니다. 명사 하나만으로 글의 분위기가 풍겨진다고나 할까요.
4. 톡톡 튀는 캐릭터
[하얀 비늘 그림자]에는 캐릭터가 분명합니다. 비사가가 이야기에 진중한 힘을 실어준다면 녹주와 자윤은 웃음을 선사하는 매력 넘치는 캐릭터랍니다.
“그런 피비린내 나는 손으로 캐려했단 봐. 산삼이 뿌리로 걸어서 도망가겠다.” 같은 깨알 같은 말장난도 있고 상대방이 낸 수수께끼의 답으로 전혀 상상치도 못한 걸 대답해 독자들에게 큰 웃음을 주기도 하죠.
5. 영웅의 여정
[하얀 비늘 그림자]는 일종의 성장물입니다. 서사구조도 영웅의 12단계를 떠올리게하거든요. ‘일상세계’, ‘모험에의 부름’, ‘부름의 거절’, ‘조력자와의 만남’(저는 비사가가 조력자가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까지는 확실히 진행이 된 것 같네요. 일단 지금까지 진행된 걸 기반으로 보았을 때, 영웅은 투톱(녹주와 자윤)으로 보이구요, 중간 중간 로맨스의 감정선도 보이더군요. (사랑을 쟁취하는 자가 원래 가장 위대한 영웅이죠!!) 천하를 구원하는 위대한 인물만 영웅인건 아니니까요. 자아 찾기의 서사도 영웅서사가 될 수 있죠. [하얀 비늘 그림자]에서는 자아 찾기는 물론 아버지 찾기도 나오죠. 네, 갖출 건 다 갖춘 글입니다.
참, 서로가 서로의 구원자인 점도 [하얀 비늘 그림자]의 매력 중 하나 랍니다.
6. 사랑스러운 문체
제가 쓴 글을 읽고 누가 그러더군요. 지극히 남성적(사실 이런 말도 성차별이죠 ㅠㅠ)인 문체라고. 무심하게 툭 뱉는 것 같다고. 반면 미냐리님의 묘사는 사랑스럽고 아기자기하며 부드럽고 그러면서도 휘몰아칩니다. 읽다보면 전래 동화를 읽는 느낌이지요. 저에게는 전혀 없는 매력적인 문체! 잔잔하게 마음을 파고드는 문체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답니다.
7. 동양풍 분위기가 물씬 풍겨지는 기호
윗 내용과 좀 겹치기도 하는데요. 그래도 따로 빼서 써보겠습니다. [하얀 비늘 그림자]에는 동양풍 분위기가 물씬 풍겨지는 기호가 몇 개 있습니다. (순전히 제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녹주의 이름과 녹주의 눈동자 색은 모두 푸른색과 관련이 있습니다. 녹색(혹은 청색)은 목(木)의 기운이자 봄의 기운이죠. (青은 파란색이 아닙니다. 푸른색이죠.) 자아를 찾기 시작한 캐릭터에 너무 잘 어울리는 색이라고 생각됩니다.
그 외에도 더 있지요. 읽다가 무릎을 탁 친 묘사가 있었는데요. “강물에 흘러오는 복숭아 꽃잎을 따라”는 말이었습니다. 도연명의 [도화원기]에서 나온 상징이죠. 부적과 옛 그림 문자를 함께 활용한 것도 좋았구요. 여기서 옛 그림 문자는 갑골문이겠지요. 부적과 문자를 하나로 결합한 건 모 웹툰에서도 나왔던 설정인데요. 갑골문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갑골문이 더 그 설정에 걸맞지요. 원래 갑골문은 신과 소통하기 위해서 새기던 거였으니까요.
여기서 깨알 같은 지식 하나, 모든 갑골문은 다 의문문이랍니다. 신에게 질문을 하는 거거든요. 거북이 껍질이나 동물의 넓적다리뼈를 구워서 쪼개지는 모양으로 신의 대답인 Yes or No가 나오는 거지요. 보통 제물을 바치면서 묻는 경우가 많은데(사람 10명을 불로 태워 죽이면 제가 병이 나을까요? 이딴 글들이 써져있지요…..) 사람을 죽이는 것에 관한 동사가 엄청 많습니다. 그래서 [하얀 비늘 그림자]에서 갑골문으로 부적을 써 사람을 공격하는 게 매우 절묘한 설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자, 다시 정리해볼까요. [하얀 비늘 그림자]에는 이렇게 독자를 순식간에 동양풍 판타지 세계로 이끄는 표현과 기호가 많답니다.
8. 뒷내용과 전사(前史)가 궁금해요!
[하얀 비늘 그림자]에는 독자의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내용들이 있습니다. 가장 주된 건 ‘녹주’의 아버지는 누구인가구요. 자윤의 아버지인 자훈은 왜 그 모양인가도 저는 매우 궁금했답니다. 외전을 읽고 나서는 비사가의 형제는 과연 살아남았는가가 너무 궁금했구요. 그래서 빨리 더 글을 읽고 싶은데!!! 미냐리님이 휴재를 하셨어요.. 빨리 돌아와주세요…..
# 아쉬운 점
이건 정말 소소하게 아쉬운 건데요. 만약 퓨전을 지향하는 게 아니라면, 몇 몇 표현들은 좀 더 분위기에 맞게 바꾸었으면 합니다. 예를 들어서, 찻숟가락(옛날에는 찻숟가락이 없지 않나요? 읽는 순간 티스푼이 떠오르더군요ㅠ 차시나 차칙이라고 부르는 숟가락이 있긴 한데요. 이건 마른 찻잎을 덜어낼 때 쓰는 겁니다. 생김새도 숟가락과 안 닮았어요)과 사과차(사과차는 일단 과일차라는 점에서 흔치 않은 종류죠.. 과일로는 보통 술을 담가먹지 차로는 잘 안마셨습니다), 연극조(연극은 근대시기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사실주의 극을 칭하는 말입니다ㅠ 근대적 어휘죠…), 숙박시설(시설이라는 말도.. 근대적 어휘가 아닐까 싶습니다), 죽편(죽간이 맞는 표현입니다), 당골의 의상(산신제 올릴 때 보면 자윤이 입은 옷은.. 당골의 옷이라기보다는 만신의 옷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일단 당골은 신내림을 기반으로 한 강신무가 아니구요. 제를 지낼 때 의상도 보통은 하얀색이더라구요. 형형색색의 옷은 강신무의 특징이라고 들었어요) 같은 표현들은 읽다보면 몰입을 방해하거든요.
작가님. 어서 돌아와주세요 ㅠㅠㅠ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