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는 짧지만 읽고 난 뒤의 만족감은 결코 짧지 않다. 감상

대상작품: 나 군대 가야 할 것 같냐? (작가: 윤인석, 작품정보)
리뷰어: 후더닛, 18년 3월, 조회 42

짧지만 깔끔한 한 방이 있는 작품입니다. 이 깔끔함이 어디서 연유하는가 생각해 봤는데 역시 그것은 소름을 좀 돋게 하려고 준비한 후반이 아니라 거기까지 이르는 과정에 있다고 보여지네요. 그 과정이 도대체 어떻길래 하는 말이냐 하고 물으신다면 눈물의 씨앗, 아니 상황 묘사가 참 생생하다고 답하겠습니다. ‘나 군대 가야 할 것 같냐’는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어떤 대학생의 이야기입니다. 최근에 그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사장에게 갑질을 당한 일을 대학교 게시판에 올리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요.

이런 형식 자체가 어느 정도 리얼리티를 만들어 주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실제 있었던 사건에서 뚝 떼어 온 것이 아닐까 여겨지는 에피소드의 현실감을 한층 더 높이고 있습니다. 질 좋은 괴담이 그런 것처럼, 이 이야기도 어디에선가 실제로 일어났을 수도 있겠다라는 느낌을 가지게 하는 것이죠.

내용 중엔 형사 고발을 당할 수 있을 정도로 주인공에게 불리한 것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리게 된 목적은 나중에 밝혀집니다.

그리고 바로 거기서 단순히 미완의 복수극으로 끝나는가 싶었던 이야기가 분위기가 반전되면서 감추고 있었던 공포가 바야흐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주인공이 자신이 일하는 술집 사장에게 목숨을 위협 받고 있다는 공포가 말이죠. 그리고 주인공이 어쩌다 그런 지경에 빠지게 되었는지 그 사연을 보여주는 게 바로 제가 말한 ‘과정’이란 것입니다. 주인공이 어처구니 없게 당한 사장의 갑질과 그것에 복수하기 위해 주인공이 획책한 음모가 주르륵 흘러 나오는 부분이죠. 바로 이 부분이 아주 현실감 넘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어떻게 보면 다소 뜬금없어 보이는 소설 후반 사장의 행태도 리얼리티를 얻습니다. 다시 말해 이야기의 앞 뒤가 딱딱 맞고 그것을 이끌어가는 갈등이 납득 가능한 현실적인 것이기에 마지막의 공포 또한 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죠.

짧은데다 사전 정보 없이 읽어야 훨씬 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이기에 사실 이렇게 주저리 주저리 말하는 것도 조심스럽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딱 이 한 문장으로 말하고 싶습니다.

‘길이는 짧지만 읽고 난 뒤의 만족감은 결코 짧지 않다’고. 이걸 제목으로 해야겠네요.

별로 대단치 않은 것을 가진 주제에 잘도 갑질을 부리는 사람들이 이 땅에서 하루 빨리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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