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3.1 창극 <만월성하(滿月星河)>의 연출 인터뷰 공모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만월성하 (滿月星河) (작가: 한켠, 작품정보)
리뷰어: 한정우기, 18년 3월, 조회 317

본 글은 ‘창작형 리뷰’입니다.

 

 

2018.3.1 국립창극단 창극 읽기

창극 <만월성하(滿月星河)>의 연출 한정우기 인터뷰

 

드라마트루그: 안녕하세요. 국립극장 드라마트루그 브릿G입니다. 오늘 해설할 작품은 국립극장 포스트 창극 시리즈1의 첫 번째 작품인 ‘만월성하(滿月星河)’(극/한켠, 연출/한정우기)입니다. 포스트 창극 시리즈는 창극을 새롭게 해석하고 젊은 감각으로 그려낸 작품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인데요. ‘만월성하’의 경우 구한말~1910년대를 배경으로 조선 땅에서 살았던 늑대인간과 구미호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 원작입니다. 연출님, 소설을 창극으로 만든 이유가 따로 있나요?

 

연출: 안녕하세요. 뭐, 그냥 읽는 순간 이건 창극으로 만들기 딱이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만 이야기하면 다들 납득을 못하시겠죠? (웃음) 일단 춘향가가 자주 나와서 작곡을 새로 안 해도 된다는 점? 또 주인공이 구미호랑 늑대인간이거든요. 캐릭터가 매력적이죠. 심지어 구미호는 기생이고 늑대인간은 백정이에요. 듣기만 해도 구미가 확 당기는 설정 아닌가요? (웃음) 당시 시대상이 디테일하게 잘 묘사가 되었는데, 시각적 묘사가 많아서 무대화 시킬 때 볼거리가 풍부하다는 점도 좋았구요. 원작 소설 대화 글은 라임도 좋아요. 노래로 살리기 좋았어요. 서술문도 임팩트 있는 표현이 많구요.

 

드라마트루그: 다른 점은 없나요?

 

연출: 음… 김성녀 예술감독님이 오신 뒤로 국립극장에서 창극을 정말 활발하게 상연했는데, 초기 작품들은.. 뭐랄까 좋게 말하면 창극의 저변을 넓히는 거고, 부정적으로 말하면 저게 왜 창극이지?라는 생각이 든 것도 있었거든요. 악기만 국악기지 노래 가락이 판소리 가락이 아닌 것도 있고.. 소재가 그리스 비극인 것도 있었죠. 사실 창극이라고 하는 건 판소리가 프로시니엄무대에 적응해가는 과정에서 나타난 극의 형태잖아요. 프로시니엄무대는 전형적인 서구의 극장 양식이죠. 결국 창극이 왜 생겼는가에 대한 고민은 백 년 전 우리가 왜 서구화를 해야 했느냐라는 고민과 분리해서 볼 수가 없는 문제구요.

창극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이 그리스 비극을 창극화해서 올린 건.. 뭐랄까 좀 현명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았어요. 100년 전 담론을 그대로 답습한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당시 제국주의자들은 그리스를 롤 모델로 삼았고, 그리스 비극도 엄청 높게 평가했잖아요. 희극보다 비극이 더 위대하다고 보았고. 뭐, [장미의 이름]에서처럼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2권이 정말로 있었거나 텍스트만 남아있었어도 안 그랬겠지만요. 아마 그럼 희극도 비극만큼 위대하다고 했을 거에요. 니체의 [희극의 탄생]도 나왔을 겁니다. (웃음)

‘만월성하’는 단순하게 역사를 재현하는 게 아니라 오늘날의 관점을 기반으로 당시 사회를 재해석하거든요. “문명이라는 것이 나처럼 사람 잡아먹는 괴물인가”라는 표현이나 “약소국을 노예로 삼는 것이 ‘문명국’, 무식한 동포를 등쳐먹는 것이 ‘문명’, 우매한 동포를 가르치는 것이 ‘미개’”라는 표현들은 사실 당시 담론은 아니니까요. 이 글의 배경이 1910년대인데 이때는 이런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이 별로 없었죠. 그렇다고 무대 위에 1910년대를 재현만 할 수는 없잖아요. 그럼 너무 고리타분해서 재미없지 않겠어요? (웃음)

이런 여러 특징들 때문에, 이 작품이 창극 자체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도 있는.. 뭐랄까 일종의 메타 창극이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드라마트루그: 창극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간단하게 창극이 뭔지에 대해서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연출: 예? 아직 규정되지 않은 장르인데 제가 막 간단하게 설명해도 되는 건가요? (웃음) 판소리와 창극의 가장 큰 차이점이 분창(分唱, 창자들이 등장인물을 나누어 맡는 것)이 되었다는 점과 창을 제외한 대사나 무대, 연기 방식이 좀 더 사실적이라는 거죠. 자세한 건 네이버에 검색하면 나와요. 저도 잘 몰라요. 국문과 출신이 아니라. 대학원 다닐 때 한국연극사 수업 들었는데.. 들어도 잘 모르겠더라구요. (웃음)

 

드라마트루그: 그것 외에 주안점을 둘 만한 특징은 또 뭐가 있나요?

 

연출: 자본주의를 꼬집는 풍자도 좋구요. 개인적으로 구미호인 만월이 들려준 이야기가 흥미로웠어요. 당시 여성들은 완전히 하위주체였으니까요. 자유이네 평등이네 말로는 그래도 사실 여자들에게는 전혀 해당이 안 되는 일이잖아요. 글에도 보면 “부끄러워서 빼면 여염규수고 답쑥 안겨오면 기생”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거 완전 성추행이잖아요. 요즘 같은 시대였으면 철컹 철컹이었을 텐데. 아, 아니구나. 지금도 큰 변화는 없네요. (씁쓸하게 웃음)

 

드라마트루그: 공연을 염두에 두고 쓴 희곡도 사실 연출가에 따라 다르게 해석이 되고 연출이 다 다르잖아요. 소설은 그 간극이 더 심할 것 같은데, 소설과 다르게 연출된 부분이 있다면 어느 부분이 있나요?

 

연출: 음, 대사 중에 “저 우렁찬 기차소리 무지몽매 조선인을 깨우는 문명의 소리”라는 대사가 나오거든요. 저는 사실 소설에서 이 부분을 읽고 [경부텰도노래]가 떠올랐어요. 그래서 이 대사를 치는 배우가 ‘최남선’이라고 쓰인 명찰을 달고 나와요. 그 대사 끝나면 바로 기차가 무대에 등장하는데 최남선이 그걸 보고 기겁하면서 도망가죠. 무서워서. 그 모습을 보고 성하가 “문명이라는 것이 나처럼 사람 잡아먹는 괴물인가”라고 대사를 치구요. 근데 이 두 대사가 소설에서는 원래 한 문장이에요. 소설에서는 한 문장이었던 걸 분할을 한 거죠. 1인극인 판소리를 분창해서 다인극으로 만든 창극과 좀 비슷하지 않나요? (웃음)

 

드라마투르그: 네, 시간상 오래 이야기를 나눌 수가 없어서.. 오늘은 여기까지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관객 분들에게 해주실 말씀 없으신가요?

 

연출: 마지막 장면은 만월과 성하가 3.1운동에 참여하는 걸로 끝나는데요. 오늘이 마침 3월 1일이죠. 이런 날 관람하기 딱 좋은 극입니다. 티켓 좀 팔아주십시오. (굽신)

 

드라마투르그: 네. 그렇군요… 관람하신 분에 한해 ‘단문응원’을 남겨주시면 소설 원작자인 한켠님이 선착순 100분에 한해 댓글도 남겨주신다 합니다. 그럼 여러분 “대한 독립 만세” 여섯 자에 더 많은 의미를 담을 수 있는 하루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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