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 할 시간이 부족해서 공모(감상)

대상작품: 어스탐 경의 임사전언 (작가: 이영도 출판, 작품정보)
리뷰어: 청새치, 6시간 전, 조회 8

말이라는 건 왜 이렇게 가볍고 날카롭고 빠르고 무성의해 보일까요? 대면했을 때만 생기는 유대감이나 신뢰감 같은 것도 분명 있지만, 말만 두고 보면 이 흔적도 남지 않는 투명한 결과는 그 진의를 의심받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거기다 너무 어렵지 않나요? 무엇이든 어느 정도 이상의 경지에 다다르긴 어렵다고 해도 말은 그냥 그 자체로 고려할 게 너무 많잖아요. 때와 장소와 상대에게 맞는 적절한 빠르기, 높낮이, 크기는 물론이고 시선이나 표정, 손동작, 자세도 말을 전달할 때 영향을 끼칩니다. 거기다 제가 통제할 수 없는 주변 환경은 또 어떻고요? 그러니 성의는 좀 없어 보여도 상대의 시간을 빼앗지 않으면서도 제가 숙고해서 답할 수 있도록 말 대신 문자나 카톡을 사용하는 건, 두 글자로 줄이자면 제 변명입니다.

그래도 자길 죽인 사람이 누군지 이름을 적는 데 걸린 시간보다야 훨씬 짧죠!

읽을 때는 마지막까지 깔깔 웃었으나 곱씹으니 아찔해지는 맛이 연말에 읽기 딱 좋았습니다! 앞으로는 좀 정신 차리고 살아야겠다고 마음먹게 해 주는 작품이었어요. 부디 내년 연말에는 제가 좀 더 나은 인간이 되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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