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쪽에 스포일러가 약간 있습니다. 그렇다고 태그로 가리자니 좀 애매해서 그냥 쓰겠습니다.)
재미있게 봤습니다!
도입부를 보고 있자니 옛날에 끄적여 본 그림이 생각나서 붙여 봅니다.
용사 머리색도 다르고 숲도 소나무숲 같지는 않지만 적어도 성 같이 보이는 건 있으니… 그나저나 구름 그리기가 힘들더군요. 위쪽의 빈 공간은 뭔가 타이틀을 쓰려 했던 흔적…
…그림이야 어쨌든, 소설 재미있게 봤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하시니, 적어도 저에게는 성공하셨습니다. 분량이 길다고 하셨는데, 그렇게 길지 않았습니다. 적절한 속도로 적절한 디테일을 적절한 웃음과 함께 풀어 놓으셨습니다. 왕국 경영과 드래곤의 관계 설정이 특히 재미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요즘 그냥 날것 – 그러니까 용은 보물을 지키면서 다가오는 사람을 해치고, 용사는 용을 잡으러 가고, 왕은 위엄있는 말을 하고 – 이 조금씩 보고 싶어지고 있지만, 이렇게 현실을 엮어서 비튼 이야기도 여전히 재미있네요.
좀 걸렸던 부분을 이야기하자면…
도입부에서 남주인공의 행동이 나중 이야기와 비교해서 살짝 이해가 가지 않는 면이 있습니다. 오랫만에 돌아온 고향인데 그 몰락한 모습을 보면서 좀더 놀라고 걱정스러워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상황에 비해서는 남주인공의 행동이 좀 가벼웠던 것 같습니다. 뭐 성격이 원래 그렇다면 할 수 없지만요.
여주인공도 자기에게 중요한 이들을 찾으러 간 사람이 몇 년 만에 돌아왔는데, 어떻게 됐는지 물어보지 않고 자기 이야기를 먼저 길게 늘어놓는 게 뭐랄까, 참 여유있다고 해야 할까, 소설 흐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을 것 같기는 한데, 좀 무리스럽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남주인공이 그냥 도망친 줄 알았어요. 보석이나 뭐 그런 값나가는 걸 찾아서. 근데 사실은 중요한 이들을 찾으러 간 거였더군요. 남주인공이 살짝 섭섭했을 것 같아요.
아무튼 고생 고생을 하고 몇 년만에 만난 (예전) 커플들 치고는 무지하게 쿨했던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성 자체를 세콤 씨에게 팔았으면 여주인공이 조금은 더 윤택한 생활을 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땅 값만 해도 얼마야…), 나름 애착이 있었던 걸까요? 아니면 세콤 씨가 성에는 관심이 없었던 걸까요? 이미 첫 번째로 큰 성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그래도 부자들은 가지고 있어도 또 더 갖고 싶어했을텐데… 흠.
암튼 재미있게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