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을 읽기 시작한 건 얼마되지 않았습니다. 로맨스 소설은 코믹한 스타일만 읽곤 했습니다. “느리게 내리는 눈”을 읽은 건 순전히 가볍고 즐거운 게 좋다는 로맨스 웹소설에서 전혀 즐거워 보이지 않고 무딘 듯한 제목 때문이었습니다. 유행을 따르지 않고 꿋꿋이 쓰겠다는 지은이의 고집이 있거나, 독특한 스타일이 보이지 않을까 기대했었습니다. 결과으로는 전자로 보입니다.
전체적인 구성은 작가 지망생이자 게임 스트리머인 남자 주인공이 7년만에 다시 만난 옛 연인과 다시 연애를 시작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앞부분은 글을 쓰지 못하는 남자 주인공의 일상이 여주인공의 등장으로 깨지기 시작하는 내용이고, 중간은 남자 주인공이 예정됐던 게임대회에 나간 뒤 여주인공의 모습을 웰시코기를 통해 보여줍니다. 마지막으로 남자 주인공은 게임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하고 여자 집으로 웰시코기를 찾으러 온 뒤에 다시 글을 쓸 의욕이 생기는 것으로 마무리 됩니다.
사랑하는 여인을 잃은 슬픔에 7년간 글을 쓰지 못하다가 다시 돌아온 그녀와 함께 서로가 품었던 사랑에 대한 넋두리를 털어낸 뒤에 소설 대신 시나리오를 써보겠다는 독백을 하는 건 다시 사랑을 시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여자가 오랫만에 남자의 집에 왔을 때 메모를 남기는 걸 엔딩에서 남자가 여자의 집에 메모를 남기는 것으로 대응합니다. 서로 주거니 받거니..
이런 차분한 스타일의 로맨스 소설은 행동의 디테일, 정서에 대한 적확한 표현, 뛰어난 분위기 묘사가 중요한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사실 20대의 젊은 남녀들의 정서를 언급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훌쩍 지나서 개인적으로 웰시코기의 입장에 더 가깝습니다. ^^;; 스토리는 따라잡았지만 표현하려는 정서가 불필요하게 장황한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그 단어나 짧은 문장마다 그 시절에나 공감할 수 있는 어떤 교감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
내리는 눈과 쌓여가는 눈으로 둘 사이의 오랜 기간 서먹했던 시간들을 덮는 느낌인데, 정확한 건지 궁금합니다. 개의 입장에서 이미 알고 있는 주인의 모습에 변화가 생긴 걸 감지하는 것과 새로운 등장인물과 함께 하는 시간 속에서 새 인물을 관찰하는 내용이 흥미롭긴 했습니다.
주인공들이 하는 일이 주인공들이 처해있는 정서를 간접적으로 드러내주는 것이면 좋겠는데, 확신이 들지는 않습니다. 스트리머여서 불특정 다수에게 자신의 일부를 드러내지만 속내를 드러내지는 않는다고 하면 주인공이 여주인공을 만났을 때 바로 진심을 드러내지 않는 것과 연관이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왠지 좀 느슨한 연결 같습니다. 여주인공이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는 것 역시 자유롭게 연애하고 실패하는 여자 주인공의 정서와 맞물려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 역시 밀접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남자가 시나리오를 써야겠다고 마음 먹는 것과는 확실히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웰시코기가 시나리오의 소재를 제공하면 좋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