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없는 전사(스포일러 있음) 공모

대상작품: 데스페라도 (작가: 김태연, 작품정보)
리뷰어: 리컨, 18년 2월, 조회 52

김태연님의 “데스페라도”는 서부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이름없는 총잡이 설정이 들어간 밀리터리 SF장르다.

이름없는 총잡이 캐릭터의 특징은 대개 그 과거도 알 수 없고, 실력으로 역경과 난관을 극복하는 것이다. 그냥 우연히 어느 마을을 지나다가 혹은 어떤 사건에 휘말려서 갈등의 상황에 놓이게 되고, 위기에 봉착했다가 주변의 도움이나 숨겨둔 비장의 무기나 기술로 헤쳐나온 뒤 권선징악을 실현한 뒤에 아무런 댓가도 바라지 않고 홀연히 떠나는 전개와 맞물린다.

기존의 설정과 다른 점은 서부극의 이름없는 총잡이들은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반면 “데스페라도”(무법자)는 이 두 곳을 모두 안다는 것이다. 또한 중요한 의식인양 이전에도 반복해 왔고, 앞으로도 반복해 갈 것이라는 걸 지은이는 직접 알려준다. 이 부분은 “데스페라도”가 하나의 습작이거나 밑밥일 수도 있겠다는 걸 귀뜸해주는 듯 하다.

오는 곳도 정체와 능력치를 알 수 없고, 도착한 곳은 실력을 어느 정도 감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중에는 오히려 데스페라도를 지켜주겠다고 하는 의지도 보여준다. 궁금한 점은 이 데스페라도를 공격할 세력이 기계 제국과 인간인 주인공 팀 외에 다른 어떤 존재가 있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아니면 인간들은 여러 파벌이 있어 주인공 팀 이외의 다른 인간들이 공격할 수 있다는 뜻인지 모르겠다. “우리는 오늘 밤 그를 지킬 것이다”라는 엔딩 문장은 직접 공격하는 입장에서 쓸 수 있는 말은 아닐 것 같다. 추측으로는 압도적 힘으로 그를 파괴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지 않을 것이다 라는 뜻으로 보이긴 하는데, 확실하지는 않다.

자신만이 아는 누군가의 무덤을 찾아, 여러 목숨을 건 대결이 있을 줄 알면서도 사선을 넘어오는 데스페라도(무법자 혹은 죽음을 무릎쓰고 싸우는 군인 – 출처 네이버 프랑스어 사전)는 꽤 매력적인 존재다. (곰인형으로 볼 때는 딸일 가능성이 높지만, 애인일수도 있겠다.) 고독, 후회, 사랑, 헌신, 죄책감, 숙명 등의 인간적인 감정들을 담을 수 있고, 아직 드러내지 않았으면서도 다양한 변주가 가능한 여러 요소들이 남아 있어서 발전시킬 가능성도 충분하다.

밀리터리 SF의 주요 요소인 전투 묘사가 주를 이루고 있긴 하지만, 이 역시 전투 스타일을 소개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서 아쉽다. 하지만 그 덕분에 독백같은 단편 밀리터리 SF라는 느낌이 뚜렷해지는 효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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