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이 작품의 제목과 소개글, 그리고 작가님의 프로필을 보면서 들었던 우려가 괜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본문을 읽으며 깨닫게 되어서 안타깝습니다.
작품에 대해 그다지 좋은 말씀을 못 드려서 죄송하지만, 이 작품의 소재이자 화자인 (암컷) 개는 젊은 여성의 일상에 대한 관음적 시각을 한 번 희석해서 덜 불편해 보이게 만들기 위한 알리바이일 뿐이라 느껴지고, 실제로 이 글을 읽는 동안 제가 느낀 것은 역시 앞서 말한 바와 같은 관음적 시각이었습니다. 게다가 배경이 되는 공간이 거의 대부분 그 여성이 혼자 사는 집 안이지요. 그래서 여기에 대해, 젊은 여성 당사자로서 현실의 연관된 이슈가 떠올라 불편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표현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작가님이 암컷 개의 내면을 묘사하기 위해 구사하신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적’ 어조가 무척이나 어색하고, 그것 때문에 글에 집중하는 일이 방해를 받을 정도여서 그럴 때마다 그 뒤에서 그걸 쓰고 있는 사람이 자꾸만 비쳐 보인다는 점이 그런 불쾌감을 유독 자극하더군요.
그리고 이게 서사 상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느껴지는 양키 캔들의 특정 향, 또는 책이나 노래의 제목에 대한 언급은 서사에 제대로 녹아들지 못해서 한국 드라마에서 불쑥불쑥 등장하는 간접 광고처럼 어색하고, 그것이 화자가 실제로는 개가 아니라는 사실을 자꾸만 상기하게 만드는 일에 일조하기도 합니다.
뭐랄까,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다음 장면에서는 해당 여성 인물이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먹고 있을 것만 같아요. 끝나고 나서는 화면에 카페베네 광고가 뜨고요.
어쨌든 그런 게 개의 관심사는 절대 아닐 것 같아서, 이런 부분이 역시나 화자가 실제로는 사람임을 계속해서 상기시키는 원인 중 하나가 되기도 합니다. 몇몇 부분에서 1인칭 시점과 전지적 작가 시점을 제대로 구분하시지 못한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작가님께서는 이 글을 통해서 정확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던 건가요? 그것이 잘 보이지 않으니, 역시 여기서 제가 읽어낼 수 있었던 것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은 불편한 느낌들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개인데도 “어쩔 수 없는 암컷”이기 때문에 남자 주인을 더 좋아할 거라는 생각은, 부정적인 의미로 남성적인 사고방식이라 느껴지는군요. 작가가 여성이었다면 이렇게 쓰지 않았을 것 같다는 의미입니다.
다음 작품을 쓰실 때에는 이런 점에 대해서 좀 더 고심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혹평뿐인 리뷰여서 죄송하지만, 단순히 제 취향이 아니라거나 재미가 없다는 수준 이상의 문제가 있는 작품이라 여겨져서 글이 길어졌습니다.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