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지 않는 ‘유산’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유산 (작가: 소현수, 작품정보)
리뷰어: 그리움마다, 18년 1월, 조회 42

제가 살면서 원하는 몇가지 소원중의 하나가 스스로의 분노조절을 할 수 있으면 행복하겠다는 것입니다.. 도의 경지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순간적으로다가 끓어오르는 분노를 사그러뜨릴 수만 있다면 정말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지요, 세상 사는게 뭐 좋은 일이 많겠습니까만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라는 전제하에 조금이라도 짜증과 힘듬의 분노보다는 여유와 즐거움의 행복이 더 많으면 별거 없는 인생살이 나름 스트레스 없이 살 수 있지 않을까하는 것이지요, 근데 잘 안되요, 그렇다고 정신과나 요가를 배우고 정신수양을 할만큼의 삶이 피폐한 것도 아니니 그냥 분노가 많이 안생기면 좋겠는데 살아보면 아이들과 부부간에도 수많은 짜증과 힘듬의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 일쑤죠, 아마 그게 가장 큰걸겝니다.. 늘 저질러놓고 후회하곤 하는 순간적 분노의 폭력(생각하시는 신체적 폭력이나 언어적 폭력이 아니라 화를 내는 것이겠지만요)으로 아이들이나 아내는 충격을 받곤 하죠, 이런 단순한 분노조차 결국 자신에게 더 많은 고통을 전달해준다는 것을 알기에 저 스스로 이런 분노가 조절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겁니다.. 그럴려면 길거리를 지나가다 도에 대해서 아냐고 묻는 이들에게 협조를 구해야할까요,

수많은 가정이 사회를 지탱하고 있지만 각각의 가족의 내면은 다 다릅니다.. 예전에는 지금처럼 아파트 문화가 아닌 골목 문화였습니다.. 다닥다닥 붙은 스레트지붕의 단층주택들이 골목을 이루는 곳에서 살던 저의 어린시절에는 주변의 이웃에 대한 삶의 내면을 나름 잘 알고 있곤 했죠, 얼마되지 않은 과거이긴 하지만 그 시절만해도 가부장적인 폭력적 아버지의 빌어먹을 행우지는 아이들에게 엄청난 상처를 주곤 했습니다.. 그렇게 자라왔죠, 밤 늦게 술에 취한 아버지를 피해 주인집 할머니가 살짝 저희 집에 친구를 데리고 온 적도 많았습니다.. 그런 시절이었고 그게 사회적으로 용납이 되던 시절이었습니다.. 아이는 늘 눈치보고 가식적인 웃음과 외로움으로 스스로를 지켜내어야했지만 주위 어른들 누구하나 그 가족의 내면속으로 깊이 들어가질 않았던 시절이죠, 그냥 무마되기만, 동정하고 위로하기만 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토닥토닥하던게 불과 얼마전의 우리네 인생의 과거입니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어린시절의 트라우마를 다잡아 진정한 행복의 가정을 꾸리기도 하고 또다시 아버지나 어머니의 아픔을 이어가는 전처를 밟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상이 그동안 바뀌었죠,

아버지는 진정한 아버지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어머니는 엄마로서의 삶에 대한 고민을 합니다.. 시대는 과거의 아무렇게나 낳아놓고 내팽개치던 시절의 시대와는 다릅니다.. 여전히 부모답지않게 아이를 학대하고 무시하고 버리는 부모들이 많지만 세상은 그들은 단죄하죠, 쉽진 않지만 우린 그들의 잘못을 조금씩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시절 이웃이라는 공간속에서 그들의 내면을 공감하던 우린 이제 자기만의 공간으로 변해버린 또 다른 시대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식적 변화가 이루어지는 현대의 부모의 역할에 대해서는 달라졌지만 그 이웃의 내면을 보지 못하게 되어버린 것이죠, 결국 부모와 아이는 그들의 삶에서 스스로 변해가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고 또 그렇게 변화되어 가고 있는게 사실이긴 하지만 여전히 아픔은 우리의 주변에서 그들의 삶의 생채기가 이어지고 있다는걸 봅니다.. 그래서 저 스스로 부끄럽지만 동네방네 떠들며 화내지 않는 아빠가 됩시다라고 뻔뻔스럽게 이야기하곤 합니다.. 부모가 보여주는 인상 찌푸린 얼굴 자체도 아이들에게 있어서는 감성적 폭력의 한부분일 수도 있으니까요, – 참나, 그럴려면 정말 도를 닦아야되는데, 아무래도 도에 대해서 안다는 사람을 길거리에서 만나야될라나,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이 단지 금전적인 물질에만 있는 것은 아니죠, 이 작품 “유산”은 어린시절 부모의 삶속에서 견뎌내어야했던 폭력적 삶속에서 벗어난 한 남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는 어린시절 아버지의 폭력속에서 대항하지 못하고 감내하고 살았던 어머니와 자신의 과거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남자입니다.. 그는 부모에게서 벗어나 자신만의 공간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죠, 더 이상 그들과 엮이기 싫는 것이죠, 아니 생각조차 하기 싫은겁니다.. 그런 그의 공간속에서 그의 감성을 거스리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요즘 부쩍 심해져 잠을 설치기 일쑤입니다.. 너무 피곤한 기철은 연립빌라의 특성상 누가 살고 있는 지도 모르는 이곳에서 그동안 너무 참았다는 생각을 하곤 어떻게해서든 조치를 취해야겠다고 느끼죠, 위에서도 대강 인식하셨겠지만 기철은 어린시절 아버지의 폭력으로 점철된 고통스러운 성장기를 경험한 친구입니다.. 늘 말 한번 하지 못한 체 아버지의 폭력을 참아낸 어머니와 자신조차 소심하고 비겁하게 그 폭력의 세상속에서 적응하고 살아온 것이죠, 그런 기철의 성향은 학교생활과 삶에서 있는 그대로 표출됩니다.. 그런 기철이가 대학생이 되었을 때 그동안 늘 자신을 포기하고 살아온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대항하며 자신의 삶을 찾기위해 이혼을 하게되죠, 타인과의 삶을 택한 어머니는 그렇게 기철을 떠납니다.. 기철은 남겨진 체 아버지에게 어머니의 대체자가 되어버리지만 그 역시 자신의 삶을 찾기 시작하면 아버지에게서 벗어납니다.. 그리고 지금의 기철은 자신만의 공간을 가진 것이죠, 하지만 기철은 트라우마와 자신이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점에 대한 불안한 심리적 자의식에 힘들어 합니다.. 순간순간 자제하지 못한 폭력적 분노가 치밀때면 스스로 ‘자괴감‘이 들곤 하는 겁니다.. 그가 자신의 아버지에게서 받은 유산인가 봅니다..

소설의 시작점부터 펼쳐지는 불안한 심리적 성향은 이 소설의 의도를 정확히 보여줍니다.. 한 남자의 삶과 그의 과거의 이야기를 읽어나갈수록 독자들은 인물의 내면속으로 깊이 빠져들게 되죠, 일반적이진 않지만 우리 사회에서 흔한 사회적 폭력의 희생자인 한 남성의 과거의 모습은 참 답답하고 동정스럽기까지 합니다.. 기철이라는 인물이 자신의 자아적 완성에 있어 불안하게 성장할 수 밖에 없었던 주변 환경의 아픔을 우린 인식하게 됩니다.. 신경질이 날 정도로 인물의 삶에 몰입하여 왜 그렇게 살아,라는 말이 수시로 튀어나올 정도로 짜증스러워지지만 작가는 그런 독자의 입장을 충분히 감안한 듯 기철의 친구의 입에서 그런 이야기를 쏟아냅니다.. 상당히 훌륭한 감정적 공유의 한 방법이 아니었나 싶구요, 그럼에도 독자들은 초중반을 거쳐 이어지는 불안한 심리적 꺼림칙함이 어떻게 발화되어질지 궁금해하게 됩니다.. 그리곤 한순간에 터져버리죠, 충격적입니다.. 독자들은 충분히 예상하고 그러하리라 짐작을 하지만 역시나 그런 순간이 닥치면 충격을 먹게 되죠, 일반적이고 전형적인 반전의 형태를 갖춘 호러적 스릴러의 감성임에도 불구하고 독자는 상황적 흥미를 돋우게 됩니다..

이런 인물의 심리를 따라가다보면 독자들은 주인공의 불안한 심리와 성향을 공유하면서 그에 감응하게 됩니다.. 이로 인한 이야기의 집중도가 상당히 뛰어납니다.. 짧은 이야기의 구조속에 이러한 상황적 임팩트를 담고 있기에 독자들은 이 작품의 스릴러적 감성에 매우 자연스럽게 다가가는 듯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좋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후반부의 상황적 돌별은 무척이나 당황스럽습니다.. 첫 반전의 임팩트는 대부분의 독자들이 예상하는 충격이 그대로 드러나죠, 좋습니다.. 이 반전으로 인해 발생할 상황적 대처에 대한 독자적 관심도가 백만배 상승하는 효과를 우린 기대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시작점의 문제점에 대한 결말의 흐름은 대단히 대단히 충격적입니다.. 그렇지만 이 충격은 더할 나위 없이 뜬금포이기도 하죠, 제가 이해를 잘 못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왜, 왜, 왜 이렇게 등장하는 거지라는 충격적인 반문을 끝없이 되내이는 결과를 만들어주죠, 이 충격적 해결법으로 이끌어간 마지막의 한 문장 역시 그 자체만 놓고 보면 너무나도 멋진 결말의 갈무리임에도 전혀 앞과 이어지지 않는 뜬금없는 상황의 흐름에 독자들은 넋을 놓게 되는겁니다.. 아니 전 그랬습니다.. 갑자기 왜 이렇게 상황이 돌변한거야, 사실 스포일러의 차원적 해석이 크기 때문에 이 독후감에 드러내진 못하지만 혹시라도 읽어보실 독자분들은 이 작품이 가진 스릴러적 감성과 더불어 흐름의 문제점도 저와 비슷하게 인식하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무척이나 좋고 즐거운 장르적 감성과 따로 떼어놓고 보면 마무리의 감성조차 매력적이지만 작가님의 충격적 반전을 만들어내기 위한 상황적 과잉은 조금 많이 아쉬운 부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무척이나 좋습니다.. 결말과 마무리의 상황적 흐름이 찬물을 확 끼얹기는 하지만 위에서 말한 듯이 또 그 자체의 토막난 상황이 주는 감성이 나쁘지 않기에 전 아주 칭찬회, 일단은 인물의 기억과 과거와 상황이 만들어내는 심리적 불안감과 감성적 불쾌감은 소설의 전반을 거쳐 끊임없이 뿜어져나오죠, 이런 감성적 표현은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대단히 전형적이고 스릴러스러운 드라마틱한 상황은 늘 있어왔고 또 늘 경험하지만 그런 문장들을 실제 만들어내면서 독자들에게 감응하기란 사실 쉬운게 아니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이 작품의 작가분 역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은 단편의 상황속에 독자들의 심리를 붙잡는데 충분한 능력을 보여주신 점에 대해서 대단한 칭찬해드리고 싶습니다.. 어떻게 보면 작지않은 문제이지만 또 어떻게 보면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흘려버릴 수 있는 마지막의 반전의 상황에 대한 대입적 감성도 전 좋게 바라보고 싶습니다.. 전문적인 비평능력은 저랑 별개인 관계로 전 그냥 살짝 흘려버릴 것은 흘려버리고 그 자체의 마무리적 즐거움만 머릿속에 남기겠습니다.. 좋았구요, 전 몰랐는데 작가님의 작품이 엄청 많아서 시간이 되면 챙겨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건필하시고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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