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작은 플랫폼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브릿G에 올라오는 글들의 속도를 내 읽는 속도가 따라가지는 못한다
잠시 잠시 짬을 내어 들어가는 브릿G에서 ‘흥미로울법한’ 글을 찾는 것 역시 나에겐 약간의 노동이 필요한 일인데 어느 순간부터 애용하기 시작한 방법은 바로 SNS에서 편집장님이 RT해주는 소개글을 체크하는 것이었다
일단 보고, 제목이나 소개멘트가 뭔가 이끌린다 싶으면 재빠르게 클릭한 후 구독을 해둔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어, 아까 내가 뭐 읽으려고 했더라’하는 일이 흔하다 보니 이제는 선구독 혹은 선관심이 버릇이 되었을 정도다
빅 마운틴 작가의 <회> 역시 이러한 경로를 통해 읽게 된 글이었다
회가 먹고 싶어 배달을 시킨 주인공에게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 직접 복수하기로 한 그녀에게, 어떤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호기로운 제목과 다소 강렬해보이는 소개말에 일단 관심글로 지정을 한다
첫 줄을 읽으니 제법 관심이 간다
한 문단을 다 읽고 나니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미끈한 문장들이 제법 마음에 든다
‘나’는 형편이 넉넉잖은, 20대 후반의 실직자다
통장 사정이 변변찮아진지 몇달이 지났고 이제 ‘입’을 위한 즐거움을 포기하는데 익숙해진 인물이다
그러다 문득, 갑자기 어느 쌀쌀한 밤 ‘회’가 먹고 싶어진다
회를 먹기로 결정하는 내적과정도 길더니, 웬걸 이날따라 회 한 번 먹기가 쉽지가 않다
흐리해질법도 한 ‘회’에 대한 욕구는 머릿속 ‘진상손님’의 끝없는 보챔 덕에 가라앉질 않는다
어찌어찌해서 결국 ‘회’를 먹긴 먹었다만, 정말 공교롭게도 ‘나’는 처음부터 느낌이 좋지 않았던 횟집주인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지나칠 정도로 예민한 듯한 ‘진상손님’의 촉이 조금 의아하다 싶다가도 그 예리한 촉이 가급적이면 들어맞지 않길 바랐건만…
며칠간의 긴, 정말로 길었을 시간이 지나고 속에 차오른 ‘분노’는 ‘나’를 일으킨다
처음에는 다분히 과장스러운 표현들, 100킬로그램은 나갈 거구를 두 팔로 들어 던졌다든가 2층 밖으로 뛰어내린다든가 하는 내용을 읽으며 내가 지금 읽고 있는 글의 장르가 갑자기 바뀐 것인지, 혹은 꿈이나 상상 속 장면을 보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 할 즈음 강렬한 한 줄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자, 회를 뜰 시간이야.
진상 손님이 속삭였다.
‘회’로 시작해 ‘회’로 마무리되다니, 수미상관식을 좋아하는 내게도 다분히 신선함을 준다
어떠한 공포와 분노, 트라우마로 인해 특정한 ‘각성’을 겪는 모습을 보니 제임스 맥어보이가 주연했던 <23 아이덴티티>가 떠오르는 부분도 있다
요즈음 인터넷에서 뜨거운 이슈인 범죄와 소재를 밀접하게 묶어낸 이야기면서 ‘도시괴담’같은 형태도 갖추고 있어 흥미롭게 읽어볼만한 글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회는 맛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