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그래도 여전히 꿈을 꾸는 이를 위하여 감상 브릿G 추천

대상작품: 꿈을 훔치는 도둑 (작가: Girdap, 작품정보)
리뷰어: 노말시티, 1월 17일, 조회 68

이 이야기는 총 20개의 옴니버스식 에피소드와 에필로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개별적인 이야기들이지만 전체적으로도 이어지며 기승전결을 만들어 냅니다. 쓸쓸하면서도 잔잔한, 그러면서도 따뜻한 멋진 드라마 한 시즌을 본 느낌이에요.

다른 사람의 꿈을 훔치는 도둑이 있습니다. 그 꿈으로 대단한 걸 하지는 않아요. 사실 꿈이 무언지 보지도 않습니다. 그는 훔쳐낸 꿈을 유리병에 담아 수집가에게 가져다 주고 한 달의 생활비를 법니다. 그저 하루에 한 개의 꿈을 훔칩니다. 더 많은 꿈을 훔쳐서 돈을 벌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수집가가 주는 돈은 공과금을 내고, 집세를 내고, 가끔 바에 들러 술을 마시기에 충분하거든요.

도둑은 하고 싶은 게 없습니다. 자신의 재주로 불편하지 않은 삶을 반복해 나가는 게 전부입니다.

‘귀찮으니까’, ‘상관없으니까’

도둑은 항상 그렇게 말합니다. 사실 도둑은 꿈을 꾸지 않아요. 잠을 자지도 않습니다. 그것 뿐 아니라, 아프지도 다치지도 않습니다. 아무런 느낌도 감각도 감정도 도둑은 없는 것 처럼 보입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도둑은 무심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습니다. 도둑은 누군가에게 뭘 물어보는 일이 없지만 물어보는 말에는 꼭 대답을 합니다. 설령 단답형의 성의 없는 대답이라도요. 도둑은 상대방에게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고, 상대방도 자신에게 기대하지 않도록 합니다.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며 살아갑니다. 소박하지만 안정적인 삶이에요.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지 않기에 상처받을 일도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도둑의 모습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 있습니다.

타인과의 관계가 없는 삶이란 참으로 버티기 힘듭니다. 인간이란 어쩌면 타인에 의해 정의되는 존재니까요. 하지만 관계란 항상 상대적인 것이고 서로 다른 사람 사이의 기대는 어긋나기 마련입니다. 관계를 통해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얻으려 할 수록 그만큼 상처입을 일도 많아집니다. 그래서 어떤, 아니 많은 사람들은 안전한 위치에서 관계가 주는 달콤함만을 얻기 위해 상대방을 일방적으로 억압하고 착취하죠. 그런 사람들이 많다보니 이 도둑처럼 아무것도 주지 않고 아무것도 받지 않으려는 모습은, 오히려 공감을 넘어 응원해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길 정도입니다.

하지만 도둑은 살아가기 위해 다른 사람의 꿈을 훔쳐야 하고,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많은 사람과 부딪혀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도둑은 아주 작은, 극도로 조심스러운 관계를 하나씩 맺게 되고, 그 틈은 조금씩 벌어지며 도둑을 흔들어 갑니다. 에피소드가 거듭될 수록 절대 움직이지 않을 것 같았던 도둑의 마음이 점점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때로는 설레는 마음으로 때로는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켜보게 됩니다.

꿈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볼까 해요.

사람들은 잠을 자면서 꿈을 꿉니다. 그 꿈이란 보통 과거의 기억이죠. 또한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꿈을 꿉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두 가지를 왜 우리는 모두 꿈이라는 같은 단어로 부를까요. 이 소설의 에피소드를 하나씩 읽어나가시다 보면 조금씩 그에 대한 답을 얻게 됩니다. 저는 그랬어요.

잠을 자며 꾸는 꿈은 현재에 나타나는 과거의 기억입니다. 우리가 소망하는 꿈은 현재에 갖고 있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죠. 둘 다 현재에 속해 있지 않지만, 현재에 영향을 미치죠.

우리가 떠올리는 과거의 기억이란 주로 과거에는 있었지만 현재에는 없는 것들입니다. 우리가 희망하는 미래의 모습 역시 현재에는 없는 것들이죠. 지금 현재 내가 갖고 있지 않으면서 갖고 싶어하는 것, 그것이 꿈입니다. 꿈이란 우리에게 희망을 주지만, 그와 동시에 실망과 좌절을 안겨주기도 하죠. 사실, 꿈을 이루는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로또처럼요. 꿈이 주는 건 대부분 거짓 희망이고 우리가 꾸는 꿈은 실패한 현재를 되새기는 악몽이죠.

그래서 사람들은 꿈을 버립니다. 도둑은 꿈을 훔치지만, 죄책감을 갖지는 않아요. 어차피 사람들은 꿈을 잊고 살고, 도둑은 잊혀진 꿈을 줍는 것 뿐이니까요. 꿈을 잊은 채 사람들은 일상을 살아갑니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삶에 만족하면서요. 과거에 대한 후회, 미래에 대한 기대 없이 현재를 즐기는 게 어쩌면 가장 행복한 삶이니까요.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잊고 싶어지는 거에요.

한 여자가 있습니다. 끔찍한 악몽에 시달리던 그녀는 도둑에게 자신의 꿈을 훔쳐 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렇게 도둑과의 동업 관계가 시작됩니다. 그녀의 악몽은 그녀가 과거에 꾸었던 꿈, 현재는 이룰 수 없게 된 꿈, 이제는 잊고 싶은 쓸모없는 꿈이었죠. 잊고 싶은 기억에 시달리는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는 도둑에게 그녀는 이렇게 말합니다.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잊고 싶어지는 거’라고.

소설을 읽으며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대사였어요. 아직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이거였어요.

꿈을 잊을 수 있나요?

꿈꾸는 사람은 불행합니다. 꿈은, 이루어지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사람들은 꿈꾸지 않기 위해 꿈을 잊습니다. 그렇게 꿈을 잊은 채 반복되는 일상에 만족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그런데, 정말로 꿈을 잊을 수 있나요? 그냥 잊은 척 살고 있는 건 아닌 지, 행복한 척, 현재에 만족하는 척 살고 있는 건 아닌 지. 꿈을 꾸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여러분은 매일 밤 꿈속에서 어린 시절의 그 꿈을 간직하고 떠올리는 지도 모릅니다. 다만, 깨고 나면 잊을 뿐.

왜냐하면 모든 사람은 꿈을 꾸기 때문이다. 자고 일어나면 잊어버리고, 어른이 돼버리면 잊어버려도, 꿈을 꾸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 잊어버리고, 그리하여 외로워진 아저씨가 꿈을 기억하는 이를 찾아오지 않았을까 하고.

꿈을 잊을 수 없다면, 우리가 불행한 이유는 꿈을 버리려하기 때문이겠죠. 꿈을 버리겠다는 쓸모없는 노력을 그만두고, 그 꿈을 간직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어쩌면 우리는 조금 더 행복해 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도 여러분이 꿈을 잃은 것 같다고, 꿈을 꾸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하신다면, 이 글을 읽어보세요. 꿈을 훔치는 도둑이, 꿈을 잃은 여러분들에게 다시 꿈을 돌려드릴 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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