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많은 부조리가 있고, 우리가 상식이라고 여기는 범주를 벗어난 일들이 벌어졌을 때, 그 진실을 마주한 사람들은 대개 두 가지 중 하나의 방법으로 대응합니다.
하나는 진실의 무게가 버겁고 자신의 일상사 속에서 감당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회피하는 경우입니다. 다른 하나는 그 진실이 자신의 오랜 가치관과 일상의 틀을 깨부수는 아픔과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눈을 돌리지 않는 경우입니다. 작가는 후자의 선택을 이 글로 풀어낸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글을 읽기 전 보았던 ‘작품소개’ 와 리뷰를 쓰러 들어와서 본 ‘리뷰공모에부쳐’ 의 내용을 보면서, 작가가 어떤 심정으로 이 글을 썼을지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글은 시대의 아픔을 다양한 각도에서 보여주기 위해서, 수동적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이기도 한 김정재와 시대의 모순이 만들어 낸 피해자 박창석, 두 사람의 기억을 교차로 보여주는 구성으로 진부함을 피하고, 다양한 각도에서 당시의 상황을 그려내고자 노력합니다.
진부함. 단어가 아쉽습니다. 역사적 아픔을 다루는 콘텐츠를 접할 경우 독자들은 결론을 알고 있는 경우가 많고, 아파할 준비를 이미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글을 쉽게 구성하다보면 마지막의 격정을 위해서 신파를 이용하는 것이 태반이며 이 글의 결론 역시 그런 면에서는 개인적으로 다소 아쉬웠습니다.
그러나 이 글은 가급적 보도연맹과 관련된 학살 사건이 이루어지는 동인부터 비극적 상황이 발생하는 과정을 직접적으로 묘사하며, 당시의 아픔을 전하는 것에 무게 중심을 두고 균형을 잡으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늘 고민됩니다. 이런 글을 읽을 때, 어떤 감상을 적어야할지.
불편한 진실을 껴안고 버둥친 작가의 노력을 마주하는 방법은, 독자 역시 끝까지 글을 읽고, 이렇게 리뷰라도 남기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작가의 다음 글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