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듣고 읽는 전래동화만큼 사람들에게 익숙한 이야기는 드문데요.
이렇게 익숙한 이야기들을 다른 변주를 통해 재밌는 이야기들을 만드시는 분들 역시 많습니다.
이 ‘펄펄 끓는 전래동화’ 역시 그런 이야기 중에 하나로 볼 수 있는데요.
익숙한 이야기의 인물을 통해 비슷하면서 다른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전래동화 본연의 변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전래동화나 등장인물의 다른 해석이 아니라 전혀 다른 이야기로 느껴지니까요.
작가님이 ‘선녀와 나무꾼’에서 정말 쓰고 싶어 보이는 이야기와 인물은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선녀와 그에 휘둘린 순박한 나무꾼이 아니라
시련을 겪으면서 서로 보듬어 극복하고 연대하는 봄이 모녀와 구미호거든요.
중요인물이자 주인공인 선녀는 그녀들에게 시련을 더 하기 위한 소시오패스,
악역에 지나지 않습니다. 나무꾼은 부산물 취급이고요.
다른 이야기인 ‘별주부전’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효녀 심청’과 ‘별주부전’이 절묘하게 섞여 변주된 이 에피소드들의 주인공은
얼핏 심청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왕혜명과 별주부, 드잡이하는 임가와 효원에게
많은 내용과 비중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이런데도 이건 ‘선녀와 나무꾼’이니까 ‘별주부전’이니까 라며 예정된 엔딩에
다다랐을땐 이미 그 이야기에 몰입한 독자들입장에선 확 끊겨 당황스러울 뿐이죠.
아이디어는 있지만 과욕이 만들어낸 애매한 전래동화색 이야기라고 할까요.
영화 스피시즈의 외계인을 연상시키는 선녀나 심청과 간 이식을 연결한 별주부전은
기발하다고 느꼈지만 인물만을 빌린 전혀 다른 이야기인데 꼭 전래동화를
빌릴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다른 소설로 분리해 인물들만 빌려쓰셔도 될 것 같은데요.
재충전 후 돌아오실땐 전래동화에 더 가까운 이야기를 기발한 아이디어와
색다른 해석과 하드보일드함과 꼼꼼한 퇴고와 함께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 잘읽었습니다.